시리우스의 밤
이벼리
우리도 죽으면 별이 될 수 있을까
백색의 성무 아래 고요를 가르는 별
큰 날개 솟아오를 때마다
은한이 들썩인다
남쪽 작은 쪽방들이 하나 둘 불을 켠다
달을 따고 달을 심던 달동네의 시간들
서로를 보살피는 눈
백 촉 둘레로 모여든다
은은히 울려 퍼지는 별들의 아카펠라
가난이 귀를 열고 눈망울을 반짝인다
따뜻한 우주의 언어가
가등처럼 흐른다
죽은 구름의 비망록
이벼리
실구름이 모여서 큰 마을이 되었어요
쪽빛을 나눈 시간 생애 최고 날입니다
구름도 경쟁합니다
움직이는 것은 죄다
달빛이 멍들면 태양도 불을 끕니다
천근만근 젖은 몸이 흙빛으로 변하면
누군가 흐느끼겠죠
우린 부서지고 맙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먼지에 불과하단 것을
치열했던 싸움도 숨막혔던 논쟁도
빗물이 불어납니다
찬란한 저승입니다
빈 병
이벼리
알토란 같은 자식 홀연히 떠나가고
텅 빈 몸 홀로 남아 꾸벅꾸벅 졸고 있지
내 속이 꽉 차 있을 땐
전성긴 줄 몰랐어
어둠에 처박히고 구석에 나뒹굴어도
대책 없다는 초긍정이 내 안의 강점이지
드디어 기적이 왔어
핑크 리본 꽃병으로
주점에서
이벼리
당신이 발개지면 나는 흐느적이고
어둠의 후기 쓰는 새벽 별도 비틀댄다
세상이 공명에 잠겨 삶의 좌표 흔드는 밤
사는 것 별것 있나 공허한 잔의 울림
가끔은 흔들리면서 채우고 비워야지
허기진 꿈을 붙잡고
속절없이 울어야지
숨 가쁜 숫자들이 죽어간 달력에는
꿈꾸었던 내일도 찢기고 지워지지
종점에 곧 도착할 우리
수고한 생을 위해 건배
ㅡ시조집 『죽은 구름의 비망록』(작가,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