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림체로 깃든 햇살
- 연안김씨 종택에서
김범렬
금 간 시간 되돌린다, 멈춰 선 연자방아
코뚜레 꿴 한 망아지 낡은 고삐 틀어쥐고
당겨도 옥죄는 매듭 가슴으로 풀어낸다.
낯 붉도록 부대끼는 그 속내 내비칠 때
느티나무 그늘 아래 흘림체로 깃든 햇살
슬며시 올곧은 붓대 뉘 손안에 쥐어줄까.
칠 년 남짓 침잠 끝에 쓰르라미 우화하듯
소용돌이 먹물 속을 가까스로 헤쳐 나와
마침내 물꼬 튼 시심詩心 일필휘지 붓 놀린다.
ㅡ계간 《정형시학》(2026, 봄호)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