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견문록
곽종희
서울역 내리면 머릿속 다 지워진다
사통팔달 이어져 빠르고 쉽다지만
몰려든 인파 사이를 떠밀리듯 밀려간다
한 치의 오차 없이 꽉 조인 나사처럼
개미굴의 개미처럼 일사분란 줄을 서고
개찰구 빠져 나간다 허공에도 길이 있다
촘촘한 거미줄은 땅속의 네트워크
출몰한 스파이더맨 가면 벗고 퇴근할 쯤
광장의 함성과 구호 어둠을 밀어낸다
예매 시간 가까워진 하루를 다그친다
긴장되는 환승 길은 환생만큼 힘들었지
방어진 바닷바람이
막힌 숨을 틔운다
ㅡ계간 《정형시학》(2026,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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