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토섬*에서
설경미
전설이 내려앉아 그대로 섬이 된 곳
빠져나간 물 위로 드러난 용궁길엔
아직도 못다 부른 수궁가 느긋하게 흘러나온다
물냉이 씹어 먹고 물가까지 나와 앉아
어미를 기다리다 눈이 붉은 어린것들
한낮의 그림자처럼 귀만 길어졌구나
물 들면 돌아오마 가슴 뛰는 그 약속이
숱한 밤 건너는 동안 포동하게 몸피 불린
맨살로 꿈틀거리는 갯벌 봄섬의 태동이다
* 별주부전의 모태가 된 사천에 있는 섬.
ㅡ계간 《정형시학》(2026,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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