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가는 길
홍성란
물처럼만 흐른다면 이르지 못할 길 없으리 빙 돌아가더라도 막아서 넘치더라도
장쾌壯快한
폭포처럼 닿으리, 나 아닌 나에게
사하라
홍성란
무슨 인연이 너와 마주하게 했을까, 먼 지평선 너머 석양을 품게 했을까
누구도 움켜쥘 수 없다, 붙들 수 없다
흘러내리는 모래는 모래가 아니어서 부드럽다는 말보다 더 부드러운 시간
언젠가 너를 안다면 소멸도 그리 곱겠다.
손
홍성란
움켜쥐는 것만이 손의 일은 아니라
건네고 세우는 것도 넉넉한 손의 일이라
혈기血氣가 꽃으로 피는 너의 봄은 왔느냐
폐허에서 탯줄 달고 혼자 나온 시리아와
씨 뿌리지 못하는 전장戰場 우크라이나 萬境들에
뿌리고 거두게 하여라, 더운 피의 일로서.
해맞이
홍성란
밤새 깨지 않고 잔 것도 기적입니다
눈 뜨니 천지가 환한 아침입니다
새해가 편안히 굴러 내게로 왔습니다
ㅡ시조집 『즐거운 징후』(고요아침,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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