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률의 자세
이송희
나보다 나를 먼저 판독하는 것이 있다
검은 선 흰 선 사이 하루가 잘려 나가 제멋대로 구겨진 생 접힌 채 이동한다 선들은 그 무엇도 요구도 하지 않고 오로지 방향과 속도로만 가를 뿐 등을 곧게 펴는 일은 인식률의 문제일 뿐 통증은 선의 굵기 밖으로 밀려나 실같이 가느다란 비명조차 못 질러, 사람은 증발하고 식별만 남는 하루
슬픔을 안에 숨기고, 무사히 통과되었다
ㅡ계간 《정형시학》(2026,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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