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 달빛에 그으는 밤
김인순
뜨거운 석양이 혀를 빼는 여름날
삼거리 노과부집 점방의 평상에는
깡소주 파리한 술잔에 익어가는 아버지
말로써 무장시킨 막내를 보낸다
용케도 사신은 붉어진 학을 건져오자
엄마는 불러낸 오 선생을 싸잡아 퍼부었다
구성진 노랫가락 목마친 한 소절을
청마루 끝 걸쳐 놓고 웅크린 채 우셨다
이슥한 발빛 자락 덮고 곤한 잠에 빠진 듯
찾아든 평화는 풀벌레 울음 가득
술에게 따진다 웬수라고 꺼지라고
나직한 술의 고백은 외로움의 벗이란다
ㅡ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시조, 맛과 멋에 흥취하다』(도화,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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