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가장자리, 흰
이명숙
철새 한 마리 몸을 잃어버린 채
겨울을 기웃대다 들른 별빛 장례식장
홑겹의 옷을 걸치고
삶의 국물을 마신다
구름 위에 엎드려 귀를 열고 졸다가
제 죽음 앞에서 입술을 물고 운다
경계가 경계를 잃은 자리
작은 주먹을 펼친다
나의 만병통치약 비굴의 중심에서
공중에 숨은 채 나는 아무 데도 닿지 못한다
질문과 답이 어긋난 공중에서
바람을 듣는 작은 점 하나
낙원 상가는 퓨전 음악이다
이명숙
어느 날 낙원에 갇힌 상가로 간다
소년의 귓속말이 베이스로 울다가
홀린 듯
계단 위에서
드럼스틱을 휘두른다
꿈속의 기타들은 벽에 기대 숨을 고른다
낙원보다 늙어버린
낙원상가 복도에서
소녀를
부르는 숨결이
내 심장을 만진다
낙원을 잊은 낙원은 도착하지 않는다
상가를 목에 두른 코드를 듣는 흰 국화
먼지 위
지문만 남아
조문하는 리듬 앤 블루스
ㅡ『성파 시조 문학』(통도, 2026, 재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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