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리 전언*
하순희
마음이 먼 길 떠나 돌아오지 않았지만 천둥 번개 지진 속 파편을 쓸어안아 포화로 녹슨 철모엔 마른 꽃대만 가득하다
말없이 누운 채로 목이 메는 백마고지 눈뜬 버들개지만 바람에 흔들릴 뿐 발걸음 옮길 수 없는 난 망연히 서 있었다
포언은 사라졌으나 쉼 없이 명멸하는 붉은 눈 전광판이 피의 능선 비추는 곳 여린 목 뽑아 올린 채 재두루미 날고 있다
* 철원군 민통선 내, 지금은 해제된 마을.
《한국동서문학》2019. 가을호
|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