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처럼
임성규
달궈진 솥뚜껑 같은 돌길을 지나다
받침살이 휘어지고 색이 다 지워진
구멍난 양산 속에서 초록비를 맞았다
난민
임성규
너의 굽은 손가락이 은하수를 가리킬 때
출렁이는 밤하늘에서 우는 소리를 들었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끝없는 눈빛들은
바다에 새겨 놓은 해도를 따라가다
차가운 바람이 뱃머리에 닿을 때
지등에 이름을 달아
날리는 꿈을 꾼다
부서지는 포말에 감싸인 암초들
어디쯤 떠다니는 네 얼굴을 만날까
어둠 속 등불을 켜고 내려오는 새벽하늘
ㅡ90년대 시조동인 반전 3집 『바늘의 필적』(다인숲,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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