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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온유 시인의 시집 『빌딩숲에 바람이 불면』

작성자홍외숙|작성시간26.06.12|조회수19 목록 댓글 0

 

정온유 시인

2004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시조부문 당선
시집 『무릎』, 현대시조100인선 『낯선 허기』
인터뷰 산문집 『북두칠성+1』
제4회 전국 가사·시조 현상 공모전 대상 수상
제5회 시흥문학상 수필 부문 수상
경기대학교 예술대학원 우수논문상 수상

 

 

■ 시인의 말

 

그럼에도 나는 쓰네

 

  한 2년 시험공부에 매달리느라 세상과 단절하고 마치 수도승처럼 내방에 갇혀 지냈다. 그러면서도 불쑥불쑥 강의 내용이 시어가 되어 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런 나를 발견하면서 언어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그럼에도 나는 썼다.

……

  나는 시를 구원으로 말하지 않는다. 다만 시는 견딤의 기술이며, 살아 있음의 증거라고 믿는다. 이 시집의 문장들은 빌딩숲에 바람이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서로를 버팀목으로 삼는다. 숫자와 구조의 세계에서 길어 올린 언어가, 다시 인간의 온기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그래서 문학과 전혀 다른 공간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낸다 해도 틈틈이 말을 걸어오는 순간의 언어를 놓치지 않고, 그럼에도 나는 쓴다.

 

2026. 01. 31.

빌딩숲 작은 서재에서 정온유

 

 

빌딩숲에 바람이 불면

ㅡ 항복점*

 

어둠을 넘어서면 햇무리에 다다른다

넘어선 시간에는 양보란 이미 없다

팽팽히 맞서다 멈춘,

아쉬움만 자란 자리

 

살얼음 걷는 걸음 잇따르는 차가움에

마음 놓친 말들이 마음을 뒤따르며

춤추듯 출렁이다가

안간힘을 쓰다가,

 

빌딩숲에 어둠이 겹겹이 내리면

견뎌낸 마음들이 서류처럼 쏟아지고

탄성을 잃은 하루가

고요히 넘어간다

 

* 힘을 받는 물체가 더 이상 탄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영구적 변형이 시작될 때의 변형력, 탄성한계elastic limit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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