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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섭의 씨네토크

심영섭 선생님과 함께한 강변 CGV 마지막 시네토크 - 이수진 감독의 <한공주> (4월 17일 목요일)

작성자드림키노-영주|작성시간14.04.25|조회수222 목록 댓글 0

출처 카페 > 무비꼴라쥬 IN | 무토커
원문 http://cafe.naver.com/loveindian/15132

 

 

2014년 4월 17일(목) / CGV 강변 / 한공주 (이수진 감독)

 

 

 <한공주>를 보고 나서 또 다른 사유가 시작됐으면 좋겠다는 이수진 감독님의 말처럼

<한공주>를 보고 난 관객들의 다양한 감상과 질문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심영섭 평론가님께서 진행하는 강변 CGV 시네마톡 행사는 이번 달을 기하여 당분간 휴식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언젠가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려봅니다

 

 

 

 

 

 

 

 

심영섭 평론가

 

 

이수진 감독님은 원래 사진을 하시다가 스토리텔링과 사진이 결합이 되면 쉽게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셨다고 하고요. 그래서 2004년도에 단편영화 <아빠>가 만들어졌고, 이 작품이 국제영화제에 초청이 되었고요. 그 이후에 만드신 게 <적의 사과>였습니다. 이 작품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이 되고, 또 미쟝센영화제에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상과 촬영상을 수상하셨습니다. 그리고 7년 만에 만드신 게 첫 장편 영화 <한공주> 인데요. 제작, 각본, 연출을 맡으셨고요. 이 작업을 하시기 전에 2007년도에는 허진호 감독의 <행복>의 연출부를 하셨었습니다.

 

 

영화 속에 성폭행이라는 단어가 묻어나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다고 얘기를 들었어요. 근데 천우희 씨 인터뷰를 보니까 사건 장면을 가장 먼저 촬영하셨다고 들었는데 혹시 어떤 이유가 있으셨던 건가요?

 

 

이수진 감독

우리는 영화잖아요. 영화로써 진짜인 것처럼 연출을 하게 되는 건데, 그래서 영화를 찍는 데 있어서 그런 마음을 가지고 쭉 가기를 바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영화가 순서대로 찍을 수 없는 스케쥴이었고, 그 영화의 시작이 현재에서 과거로 갔다가 다시 현재에 와서 끝나기 때문에 그런 감정들이 필요했고, 또 영화를 찍는 저와 스텝들에게도 우리가 지금부터 어떤 영화를 찍는지에 대한 인식과 자각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심영섭 평론가

 

 

고장 난 선풍기 소리는 공주의 어떤 결정적인 기억과 연관이 돼 있는 것 같았고, 체크무늬 가방을 클로즈업 한다거나, 가방 끄는 소리 같은 게 계속 들리면서 공주의 기억 속에 침입하는 것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았어요. 또 이 영화를 한 번 봐서는 초반부를 이해하기가 어렵게 돼 있잖아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뒤섞어 놨을 때 관객들이 초반부에 느낄 혼동감 같은 거나 어떻게 편집점을 잡으셔서 과거와 현재를 넘길 것인가 하는 결정 같은 것들은 어떻게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수진 감독

과거 역시도 순차적으로 표현되지 않았어요. 그거를 선택하는 부분에 있어서 시간 순으로 갈 것인지, 사건 순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필요했는데, 제일 마지막을 선택하게 되었고요.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오가게 된 구성을 취하게 된 이유는 이 영화가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가 안 되기를 바랬었어요. 한 소녀의 이야기가 되길 바랬고, 그 소녀가 만나는 주변 사람들이 저와 우리들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렇게 이야기가 읽히기 위해서는 이런 순서가 지금처럼 들어가야 했던 것 같아요.

 

 

심영섭 평론가

 

 

연출 전반적으로 공주를 내려다보는 하이 앵글로 구성이 돼 있는 경우가 있는 것 같고, 또 타이트 클로즈 업도 많이 쓰시잖아요? 연출 하실 때 앵글이나 사이즈 같은 미장센을 잡는데 어떤 규칙 같은 게 있으셨나요?

 

 

이수진 감독

특별한 규칙은 없었는데 그런 부분들은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영화가 큰 사건을 가지고 가는 영화가 아니고 또 감정을 많이 드러내는 영화가 아니다 보니까 카메라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부분들이 있었고, 지엽적인 부분이지만 우리가 표현하는 공간 내에서 인물만큼 좋은 피사체가 없었던 것 같아요. 공간이 이 친구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그런 부분보다 이 친구의 얼굴이 더 많은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타이트한 샷을 쓰게 되었고, 그리고 저 개인적인 취향이 클로즈업을 좋아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심영섭 평론가

 

 

공주는 특히 두 가지 행동을 많이 하는데, 창문 너머에서 뭔가를 보는 행동, 그리고 본인이 그렇게 상처를 받았는데도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약을 발라주고 다독여 주잖아요.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도 창 너머의 세계로 편입이 안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근데 한 가지 좀 이상했던 건 엄마의 새 남자의 입술을 키스하는 것처럼 물어뜯잖아요. 마지막 장면과 함께 약간은 초현실주의적인 느낌이 나는 장면이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궁금했어요.

 

 

이수진 감독

공주가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은 생각이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3년 동안 못 본 엄마를 찾아가서 만난 다음에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고 위로를 받고 싶었을 것 같아요. 근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사라져버리고 나서 다시 엄마를 찾아가게 되죠. 엄마랑 공주가 얘기하는 장면에서 엄마의 새 남자가 얘 누구야? 라고 말하잖아요. 그 때 공주의 컷이 한 3번 보이고 교차가 되는데, 공주는 아마 나의 존재에 대해서 엄마 입으로 직접 얘기해 라는 심정이었을 것 같아요. 근데 엄마는 아무 말 못하죠. 그 순간에 공주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복수가 무엇일까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봤어요. 그리고 그게 단지 복수가 아니라 17살짜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충격적인 행동, 그래서 엄마 스스로가 그거에 대해서 알아봐 라고 이야기하는, 그러니까 공주가 몸으로 보여주는 어떤 항변 같은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심영섭 평론가

 

 

이 영화에서는 스크린 속의 또 다른 스크린이 하나의 장치로써 빈번히 등장하고 있는데요. 근데 매우 폭력적이고 외상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공주는 한사코 카메라에 안 담기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화장을 하고, 자아가 변모 하게 되죠. 그래서 가수로써 새로운 공주가 카메라에 담겨졌고, 그리고 친구가 그 카메라를 들었는데, 그러나 역시 마지막에 가서 공주는 카메라 속의 피해자로써 성폭력보다 더 한 폭력에 직면하게 되는 상황이 됐는데, 이런 장치를 쓰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수진 감독

어떤 큰 의미를 담으려고 했던 장치들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공주에게는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벽이 항상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것들이 있는데, 그게 은희라는 친구를 통해서 테니스 장으로부터 나오게 되면서 하나의 벽이 넘어가는 거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거기에 대해 공주가 적응을 해 나가긴 하지만, 공주가 또 다시 벽에 부딪치게 되는 그런 요소로써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관객 A

영화에서 음악적인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감독님께서는 원래 음악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이수진 감독

 

 

음악 같은 경우에는 모든 작업 중에서 가장 먼저 시작을 했고, 또 가장 늦게 끝난 작업이었어요. 그만큼 공과 시간을 많이 들인 작업이었어요. 근데 공은 많이 들였지만 기교나 화려함은 최대한 배제를 하고, 오히려 실제 배우들이 아카펠라를 녹음한 것을 위주로 영화에 사용했습니다.

 

 

 

 

관객 B

은희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순수하게 묘사가 되고 있는데, 그렇게 도움을 거절하리라고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전화를 받지 않아서 충격이었습니다. 혹시 거기에 어떤 메시지가 담겨져 있는 걸까요?

 

 

이수진 감독

은희가 전화를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나이 또래의 아이가 가장 충격적인 모습을 봤을 때, 그 순간을 회피하고 싶은 두려움이 가장 컸던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그렇게 장면을 묘사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저는 공주가 강한 아이였으면 했어요. 누구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라고 생각을 했고요. 공주도 그러기 위해서 계속 수영을 배워왔던 거라고 볼 수 있죠.

 

 

심영섭 평론가

 

 

결말에 대해서 이렇게 강렬하게 방점을 찍으신 감독님은 처음 이신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볼 땐 감독님이 공주가 헤쳐나가는 걸 원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돌고래 상도 보여주시고, 수영을 하는 것도 계속 잡아주셨으니까요.

 

 

 

 

 

 

관객 C

천우희 씨 연기를 굉장히 좋게 봤는데요. 배우의 연기를 연출을 할 때 요구하신 부분이 어디까지였고, 천우희씨가 구축한 캐릭터는 어디까지였는지 하는 것들이 궁금해요.

 

 

이수진 감독

우선 이 영화는 사건이 많지가 않고, 배우의 감정으로 계속 끌고 가는 이야기인데, 감독이 현장에서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세요 하는 건 쉽게 할 수 있는 디렉션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캐스팅을 하고 시나리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이 시나리오에 캐릭터를 구축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고, 그리고 이 친구가 시나리오를 읽고서 느낀 거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거나, 또 이 친구의 중, 고등학교 때의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기도 하면서 이 친구가 오롯이 한공주의 감정을 가질 수 있게끔 하려고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중요한 건 감독이 이런 걸 요구 한다고 해도 배우가 잘 표현해 내지 못하면 좋은 연기가 나올 수는 없는 거죠. 근데 그런 모습들을 천우희 배우가 잘 표현을 해줬던 거고요.

 

 

심영섭 평론가

 

 

이창동 감독님도 이 영화를 좋아하셨을 것 같아요. <>가 가해자 입장에서 구축한 세계라면, <한공주>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구축한 세계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두 영화가 묶이는 지점이 있거든요. 두 분 다 감정의 극단까지 주인공들을 몰고 가는 경향이 있으신 것 같아요.(웃음)

 

 

 

 

 

 

관객 D

마지막에 공주의 내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공주는 화옥이의 죽음에 있어서 약간의 죄책감 같은 것들을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동일한 상황, 본인이 전화를 했을 때 은희가 전화를 받지 않고, 물론 공주가 살아있다고 단언을 하셨지만 그래도 다리에서 뛰어내리겠다라고 하는 결정에 이르기까지가 동일한 구도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굳이 사용하신 것들에 어떤 목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수진 감독

이유는 굉장히 단순해요. 이 영화가 어떤 상업영화의 트루기를 따라가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이 볼 수 있는 어떤 흐름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뛰어 내리고, 헤엄을 쳐 나가는 것들도 그 한 씬 안에서의 어떤 액션과 리액션의 구조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요.

 

 

심영섭 평론가

 

 

여기서 흥미로운 쌍을 이루는 게 공주를 맡고 있는 조여사에요. 조여사 또한 폭력을 경험했고, 불륜이기도 하고, 끝까지 공주의 편에 서 있으려고도 하고, 그러면서도 저 것들은 없는 것들이야 하면서 자기가 자본이 있다는 거에 대해서 안도를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근데 왜 공주뿐만이 아니라 조여사에 대해서 여러 가지 장치를 넣으신 건가요?

 

 

이수진 감독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이라고 생각을 하고 만든 캐릭터에요. 그리고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재미있다고 느끼는 부분인데 우리의 모습과 가장 가깝지 않냐는 생각도 들어요. 굉장히 솔직하잖아요. 공주한테 그런 대사도 해주죠. 내가 억울할 것 같지? 하나도 안 그래. 쟤네들 사는 집 주인이 나야 라고 얘기하잖아요. 그런 게 제가 느끼기에 우리 사회에 팽배해있는 가진 것에 대한 자부심, 공주와는 굉장히 대비되는 모습이죠. 가해자이지만 떳떳할 수 있는 모습, 공주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그 때 느끼는 어떤 혼란스러움도 있었을 것 같고요. 그런 부분 때문에 조여사 라는 인물에 다양한 부분들이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관객 E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 인물을 구축하실 때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수진 감독

이 이야기에 대해 고민한 시간은 길었던 데에 반해서 무슨 이야기를 할 것 인지가 정해지고 나서는 시나리오를 썼던 시간을 굉장히 빨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시나리오 쓰면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캐릭터를 정하는 것 보다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가 제일 중요했던 것 같고요. 그리고 구조에 대해서 선택하는 부분들도 중요했던 것 같고요.

 

 

심영섭 평론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한공주>를 보고 "난 아직도 더 배울게 있다." 라고 말씀을 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뿌듯했습니다. 오랫동안 고민하셔서 내놓은 작품인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기쁘고요. 영화에서 은희가 그렇게 얘기해요. 거기 문 없거든? 그러니까 공주가 얘기하죠. 나한테 왜 잘해주니? 라고 하니까 나와 거기 길 없다니까,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맨 앞에는 조용히 머리 속으로 음계를 그리면 모든 게 음표로 바뀌어서 노래가 시작되는데 그 때는 숨소리, 발자국소리, 바람소리, 철 긁는 소음까지도 괜찮다 라고 한대요. 바람도 숨도 또 철 긁는 소음 까지도 괜찮다 할 수 있는 것들, 바로 우리가 상처입은 이 세상의 모든 공주들에게 혹은 우리 안에 있을 공주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영화를 보면서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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