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ngers of Chronic Distress
몇 년 전 심리학자 요한 데놀레트는 벨기에 앤트워프의 한 대학병원에서 심장병 환자들을 처음 진료하던 중 역설적인 현상을 발견했다. 심장마비를 겪은 사람 중 일부는 심장이 크게 손상됐음에도 여전히 쾌활하고 낙천적이었다. 그들은 재활 프로그램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꾸준히 그에 따랐다. 하지만 좌절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경미한 심장마비를 겪고도 재활 치료를 거부하고 불평하는 데 에너지의 대부분을 소모하는 사람들이다.
지금은 네덜란드 틸부르흐대의 의료심리학 교수가 된 데놀레트는 이들 두 그룹의 환자들에게 근본적으로 다른 뭔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그는 그 측정법을 찾아내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가 개발한 도구(DS14라고 알려진 간단한 14문항의 성격 테스트)는 현재 심장학에 새 지평을 열어 간다.
이 기사에 부속된 그 테스트는 두 가지 감정 상태의 관점에서 전체 스트레스를 규정한다.
‘부정적인 정서’(걱정·짜증·우울)와 ‘사회적 행동억제’(과묵함, 자신감 결여)다. 의료 수단이라기보다 퀴즈게임처럼 들리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로 볼 때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심혈관 건강 예고 지표였다. 높은 스트레스 점수는 고혈압이나 심장동맥성 심질환과 뚜렷한 연관성이 있다. 그리고 이미 심장질환을 앓는 사람들 중 가장 높은 스트레스 점수를 받은 사람들(이른바 D형 성격)은 치료 효과가 작고 생활의 질이 낮다. 또 일찍 죽을 가능성도 크다.
성격과 건강 위험의 연관성을 파악하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60년대와 70년대 심리학자들은 상이한 성향들을 3개 등급의 알파벳으로 묘사했다. A형(주말에도 일하는 완벽 추구형)은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이 큰 그룹으로 간주됐다. 느긋하고 경쟁심이 없는 B형은 건강의 표본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C형(감정을 억제해 갈등을 피하는, 외적으로 쾌활한 사람들)은 암에 걸리기 쉽다고 알려졌다.
이 ABC 모델은 1980년대 들어 신빙성이 떨어졌다. 당시 대규모의 여러 조사 결과 A형 성격과 심장병 간에 믿을 만한 연관성이 없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후속 연구는 근심·적대감·절망감 등 정말로 해로운 감정들을 정확하게 가려내는 데 기여했다. 그리고 D 척도는 그런 요소 여럿을 한꺼번에 측정하는 간편한 방법을 과학자들에게 제공했다.
스트레스 점수가 우리의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데놀레트 팀이 앤트워프의 심장·재활 프로그램에 참가한 300명을 대상으로 그 설문의 초기 형태를 실시해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살펴보자. 10년 이내에 D형 환자들의 27%가 사망한 반면(주로 심장병이나 뇌졸중이 원인) 다른 형의 환자 사망률은 7%였다. 더 최근에는 네덜란드의 연구팀이 최근 스텐트를 삽입해 심장동맥을 연 87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D 척도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D형 환자들은 수술 후 6~9개월 이내에 심장발작이나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다른 사람들보다 네 배 이상 컸다.
DS14는 시간이 갈수록 참여할 만한 퀴즈게임처럼 보인다. 그러나 점수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겁먹지 말라. D형 성격 자체는 정신질환이 아니다. 정상적인 인간 특성의 집합이다. 그리고 데놀레트가 말한 대로 “D형 인간 중에도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상당히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사람이 많다.” 원만한 결혼생활이 사회적 억압에 대한 치료제가 되기도 한다. 특히 배우자가 사람들과 잘 어울려 환자 자신의 거북함을 상쇄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가장 잘 받는 사람이라도 심리요법을 통해 그에 대처하고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리도록 배우게 된다. 많은 D형 인간이 도움을 청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만(당연히 그들은 안절부절못하고 마음 터놓기를 겁낸다) 의사와 가족들의 도움으로 그런 장애물을 극복하게 된다.
그리고 테스트 자체가 스스로 두려움과 좌절감을 털어놓도록 D형 인간들을 돕기도 한다. 당혹스러운 사회적 교류가 전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완전히 정복하지 못하더라도 건강을 덜 해치도록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일도 가능하다. 운동을 하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면 거의 누구나 심장마비 위험이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생활습관을 바꿔 심장을 튼튼하게 하면 심리상태도 좋아지게 된다.
데놀레트는 2001년의 한 조사에서 종합적인 심장 재활 프로그램들이 환자들의 생존율뿐 아니라 기분까지 끌어올려 삶을 풍만하고 오래 지속되도록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피하는 길이 병의 경과에 대한 재활의 유익한 효과를 설명하는 한 가지 메커니즘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결론지었다.
D 척도가 ABC 방식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지는 아직 판단하기에 이르다. 많은 문화 전반에 걸쳐 그 개념을 테스트해 봐야 한다. 그리고 스트레스의 완화(명상·대화요법 또는 항우울제 등 어떤 방법이든)가 심장마비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단정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 지금으로서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일 자체가 목적이 돼야 한다. 그러니 테스트를 받고 결과를 두려워 말라. 유익하게 활용하면 그만이다.
(필자는 하버드 멘탈 헬스 레터의 편집장이다. 더 자세한 정보는 health.harva-rd.edu/newsweek에 나와 있다.)
차진우 jinch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