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열 문장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 형태는 없고 압력만 있는 슬픔을 나의 언어로 번역하여 실체화하는 작업이 없었다면 크고 작은 생의 파고를 넘지 못했을지 모르겠다. 내 마음에 꼭 맞는 언어를 고르고 쓰는 동안 나는 이미 충분한 나의 그대가 되어 주었으니까. (p.8)
- 형태는 없고 압력만 있는 슬픔,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아서 더 크고 깊게 나를 누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내가 좀 더 나 답게 살고 싶어서. 우선 나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인 것 같다. 나또한 이미 나의 충분한 나의 그대가 되어주고 싶다.
글을 쓴 10년과 안 쓴 10년은 분명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잘 쓰고 있나? 왜 안 늘지? 이게 맞나? 이런 고민, 주저함, 망설임, 회의감이 글을 글답게, 삶을 삶답게 해줄 겁니다. 이런 뒤척임없이 10년을 보낸 모습과는 조금이라도 다른 말투와 다른 표정을 갖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 (p.40)
- 글이란 것은 타인과의 비교의 영역이 아닐것이다. 삶의 모든 것이 그렇듯... 타인과 비교하는 태도는 멈추는 것이 맞다. 글을 통해 비교하는 것은 그 글을 쓰기 전의 나와 글을 쓴 후의 나. 고민과 주저함, 망설임, 회의감... 글을 쓰며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잘 수용하고 나만의 나이테를 만들어보자!
좋은 평가든 나쁜 평가든 이런저런 말이 지나간, 그래서 말들의 풍파를 겪어낸 글을 쓰는 단단한 몸을 얻는 거죠. 쓰는 존재로서 체급을 기르는 겁니다. 그러니 일희일비를 충분히 하셔서 글 쓰는 신체를 단련하시길 바랍니다. (p.66)
- 직장생활을 하며, 육아를 하면서 일희일비 하지 말자라고 자주 말하곤 했는데. 일희일비를 충분히 해서 단련하자라니! 아, 너무 맞는 말이다. 말들의 풍파를 겪으며 단단해지자. 쓰는 존재로서 체급을 길러보자. 나만의 속도대로 나아가자.
그 일이 내 삶의 지배자가 되는 게 아니라 내가 내 서사의 편집권을 가짐으로써 그 일을 다스릴 수 있게 되죠. (p.81)
- 모든 일은 내가 어떻게 기억하기로 하느냐로 결정할 수 있다. 어떠한 상처와 아픔도 그 일이 나를 지배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글로 쓰면서 내 서사의 편집권을 가진 프로듀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다시 기억은 재편성할 수 있다.
자꾸 생각나는 것, 가슴에 들어와서 나가지 않고 남아 있는 말이나 상황이 글의 소재가 됩니다. (p.87)
- 곱씹기 대마왕인 나는 이미 글감부자. 우하하
보통은 어떤 일을 안 하면 그냥 욕먹거나 불편하거나 불이익을 받는 등 내가 감당하면 되는데, 아이들 밥 먹이는 일은 안 하면 한 생명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예요. (p.93)
- 이래서 내 마음이 답답하고 힘들었구나. 남편은 외식을 하자고 하지만, 한국처럼 건강한 집밥을 먹을 수 있는 데도 마땅치 않고 그러다 보니 매끼니 차려내는 일이 버겁고 힘들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 요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였는데, (바로 결과를 볼 수 있어서 좋아했던 듯) 돌봄을 하며 쓰는 에너지에 요리를 하는 것 까지...에너지가 없어서 버거운 걸까 싶었는데, 이게 한 생명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서 그랬다. 이 문장을 보니 마음이 시원해진다.
평소 말할 때도 이 단어, 저 단어를 사용하는데 익숙해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미 아는 단어를 ‘나는 모른다’는 생각으로 사전을 찾아보고 일상에서 써보기를 반복하다 보면 글을 쓰다가 적절한 단어가 불현듯 떠오를 것입니다. (p.119)
- 나태주 시인이 딸에게 사전을 선물했다는 인터뷰가 기억난다. 시인들은 적절한 단어를 찾기 위해 사전을 뒤적거린다고했다. 적절한 단어를 찾는다. 적절한 감정을 찾는다가 내겐 비슷하게 느껴진다. 세살을 앞 둔 딸은 요즘 감정을 배우는 것 같다. 아이와 감정 동화책을 밤마다 읽어주는데,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인지를 알려준다. 하나로 뭉뚱그려서 말하지 않고 적절한 감정을 표현해주기, 아이에게 연습하면서 나 또한 여러 단어를 사용하는 습관을 몸에 익혀야겠다. 사전을 가까이 하자!
저는 글을 쓰고 나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주제라고 생각하는 핵심 문장에 밑줄을 그어요. (중략) 한 번에 다 말하려고 하면 한 가지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합니다. 주제별로 글을 독립시켜 주세요. (중략) ‘하나의 글에는 하나의 주제만 쓰자’ 즉 ‘한 편의 글에는 하나의 메시지만 담자’ (p.131) 저는 글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말았다는 사실에 좌절도 하지만 ‘아, 나한테 이런 생각도 있었구나’하는 발견의 기쁨도 느낍니다. 원래 글 하나, 곁가지 글 하나, 이렇게 글감을 자꾸자꾸 만들어둡니다. 이러다보면 글 부자가 되겠지요. (p.133)
- 최근에 쓴 에세이에서 다양한 주제가 담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문제는 내가 하나의 감정에 더 깊게 사유하지 못했다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제 별로 글을 독립시키기에는 아직 작은 양, 그만큼 사유가 일어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핵심문장에 밑줄을 긋고. 아직 작은 글들은 글감의 가지로 만들어두자!
내 나약함을 혐오하지 않기 위해 목표를 바꾼다. 울지 않고 말하는 게 아니라 울더라도 정확하게 말하는 것. (p.136)
- 어린 시절 울보였던 내게 이 말이 닿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딸에게는 이렇게 말해줘야지!
남들의 생각이나 기성세대의 말에 무조건 기죽고 복종하지 말 것, 자기 상황과 느낌을 정확하게 말이나 글로 표현할 것, 한 시대의 지배적 관념, 상식, 통념이란 게 알고 보면 허술한 구석이 많습니다. 자기 경험을 믿고 쓰면 됩니다. ‘원래 그런 것’은 없으니까요. (177)
- 원래 그런 것은 없다. 원래 그렇다라고 생각이 든다면 의심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왜 나는 그것이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은유의 글쓰기. 메타포라' 에서 옮겨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