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찼다!’ - 열린 도로와 그 적들
오늘 목사님 설교가 떠오릅니다. ‘때가 찼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기 전, 구약시대가 마감되고 신약시대에 들어가기까지 약 400년 동안 이스라엘 민족이 받은 고난과, 헬라어와 라틴어가 통용되는 국제사회로의 편입, 디아스포라 유대인의 존재, 그리고 그리스-로마시대를 거치며 발달한 도로망…. 하나님의 뜻이 순식간에 당시의 서구 문명세계 전역으로 퍼질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었습니다. 때가 찼고 예수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고대 도로망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서구에서 도로가 본격적으로 깔리기 시작한 시기는 기원전 6세기부터입니다. 목적은 안보용이었죠. 거대제국인 페르시아와 전쟁을 치르며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은 병력을 빠르게 모을 수 있는 도로 건설에 매진합니다. 변방의 작은 도시국가에 불과하던 마케도니아가 단숨에 그리스반도를 넘어 중동과 인도까지 세력을 떨칠 수 있던 것도 도로와 기동력 덕분이었습니다.
헬라문명을 계승한 로마는 도로 건설에 더욱 매달렸습니다. 로마의 도로는 2,400년이 흐른 지금도 유지될 만큼 튼튼합니다. 땅을 깊게 파 바위층과 자갈층, 진흙층으로 구분해 정교하게 도로를 깔았습니다.(그림을 올릴 수 있는지 시도해 보겠습니다). 새로운 영토를 획득하고 거대한 제국을 유지하는데 도로는 필수 인프라였죠.
<로마의 도로 건설 과정>
<도로 시공 단면도>
<로마시대 간선도로인 아피아가도의 일부. 오늘날까지 기능을 발휘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로마가 도로 확장에 한창일 때, 동양에서도 안보용의 대규모 토목공사가 진행됐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만리장성인데요. 로마의 도로와 중국의 만리장성은 세 가지 공통점을 지닙니다. 첫째 토목공사라는 점입니다. 위로 쌓느냐, 아래를 다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공사 과정은 비슷합니다. 두 번째 공통분모는 건설 시기입니다. 진시황이 공사를 시작한 때와 로마가 기간도로망 건설에 착수한 시기가 기원전 3세기로 같습니다. 세 번째는 건설 목적입니다. 둘 다 국가 체제 유지와 안보 목적으로 건설됐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도로와 장성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연합니다. 외양이 딴판이니까요. 하나는 수직(방벽)이고 다른 하나는 수평(도로)입니다. 비슷한 목적과 시기, 유사한 공법을 가지고 어떻게 이 같이 구별되는 결과물이 생겼을까요.
사고방식의 차이 때문입니다. 중국은 북방기마민족의 침입을 막고자 사람의 왕래를 차단한 반면 로마는 국가방위를 위해 영역내 왕래를 촉진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중국이 산 넘고 골짜기를 지나 끝없이 이어지는 수직 장벽을 세울 때 로마는 그 보다 20배에 달하는 도로망을 펼쳤습니다.
닫힌 사고와 열린 사고의 차이점은 역사의 흐름을 갈랐습니다. 로마를 기반으로 삼는 서구문명이 세계사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주요 이유 중의 하나가 도로로 상징되는 열린 사고 덕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유럽 내에서도 왕래가 활발한 시기와 그렇지 못한 시기의 차이는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쇠약해진 로마가 역동성과 진취성을 상실했을 때 도로 역시 기능을 상실하고 유럽은 중세 암흑기로 빠져들었습니다.
오늘날 한국 땅에서도 열린 사고와 닫힌 사고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두고 ‘퍼주기’라고 합니다만(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설령 ‘퍼주기’라고 해도 김영삼 정권 시절이 가장 금액이 컸습니다. ‘퍼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퍼주어야 한다’던 은퇴 이전 문대골 목사님의 설교도 기억납니다) 국민들이 안보를 걱정하지 않았던 시기가 언제였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연평도 인근해역에서 남북한 함정간 교전이 일어나도 평화체제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열린 사고의 힘이 그토록 큽니다.
열린 마음의 대북 유화책이 효력을 발휘하며 쌓았던 민족공동체의 신뢰관계는 명박산성으로 상징되는 닫힌 사고로 인해 무너져버렸습니다. 통일의 전망은 고사하고 국민들은 불안에 떱니다.
감히 예수 탄생과 우리의 현실을 비교합니다. 우리 민족과 사회도 고난을 받아왔습니다. 제국주의 침략과 수탈, 동족 상잔, 유신과 군부독재, 경제 위기 등의 가시밭길을 헤치고 들어선 민주정권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의 바탕을 마련했음에도 수구언론과 기득권 세력의 감언이설에 휘말려 좌초하고 말았습니다. 단절과 불통, 양극화와 생활고 심화로 점철된 이명박 정권 5년을 지나며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갈구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예수님 오시기전 언어의 통일과 도로망의 발달로 하나님의 뜻이 빠르게 퍼질 수 있었던 것과 같이 우리도 인터넷과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SNS망의 발달로 바른 뜻을 널리 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아무리 알바단을 운영해도 민심의 바다를 거스리지는 못합니다.
예수님의 복음이 열린 사고로 구축한 도로를 타고 세계전역으로 퍼졌듯이 우리의 마음들이 열린 정보통신 인프라를 타고 퍼져나가기를 빕니다. 고통과 질곡의 역사도 제 길을 찾아나가리라 믿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성탄 찬양을 드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원하는 대로 이뤄집니다. 우리의 희망이 차곡차곡 쌓여 아이들이 밝은 내일을 열어가기를 기원하며 외칩니다. ‘때가 찼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껍데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12.16 게시판 글에 사진을 올리는 엄청난 신공을 독자적으로 모색, 마침내 성공했습니다. 뿌듯합니다. 이제 사진을 난사할까 생각중입니다. 움하하.
이미지 확대
-
작성자평화세상을 꿈꾸며 작성시간 12.12.2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9일 이전에 읽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우리 카페의 수준을 점점 높혀주는 내용입니다. 감사...!
-
작성자뿌리깊은나무 작성시간 12.12.25 아직 때가 차지 않은 모양입니다.
우리가 흘려야할 눈물이 아직 더 남았나 봅니다.
원하지는 않았지만
이 결과에도
하나님의 뜻은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