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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육식, 먹어야 한다면 줄이기라도 하자!

작성자바랑|작성시간13.06.05|조회수75 목록 댓글 0

나는 몇 년 전 설날 아침부터 쇠고기 섭취를 그만두었다. 광우병에 대한 염려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환경 활동을 위해 중남미에 다녀오면서 그 곳의 열대림이나 아열대림의 대규모적인 파괴가 바로 쇠고기 생산을 위한 목초지 조성으로 인해 비롯되었음을 직접 보고 왔기 때문이다. 나는 전부터 이렇게 생각해 왔다. 제3세계에서 환경운동에 참가하는 사람은 우선 선진국에 사는 스스로의 삶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자신부터 '일상의 감속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세계 인구의 20퍼센트에 해당하는 북반구 사람들이 필요 없이 빠른 삶을 유지하고 더 한층 가속시키기 위해서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자연 자원의 80퍼센트 가량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육의 최대 소비국은 미국인데, 최근의 육식 문화는 각지의 전통적인 음식 문화를 몰아내며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심지어는 육식을 근대화와 풍요의 상징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이러한 사태의 경제적 배경에 관해서는 일단 접어두고 여기서는 그것이 초래한 환경문제만을 살펴보기로 하자.

세계의 식육 생산량은 과거 50년 사이 다섯 배 이상 증가했으며, 그 신장세는 인구 증가율을 약 두 배 이상 상회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인구 한 명당 연간 식육 소비량은 17킬로그램에서 38킬로그램으로 증가했다. 세계의 대두 생산량은 지난 50년간 아홉 배로 뛰어올랐으나 그것은 가축과 가금의 사료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체중 1킬로그램을 늘리기 위해 사육장의 소는 약 7킬로그램, 돼지는 4킬로그램 남짓, 닭은 2킬로그램의 사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사료에는 그것을 생산하기 위한 물이 필요하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닭고기 1킬로그램에는 4천 900 리터, 돼지고기 1킬로그램에는 1만 1천 리터, 쇠고기 1킬로그램에는 무려 10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쌀 1킬로그램을 수확하는 데는 5천 100 리터, 밀은 3천 200 리터, 옥수수는 2천 리터, 대두는 3천 400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할 점은 일본의 식료품 수입 사정이다. 무역 통계에 따르면, 2001년의 식량 수입액은 430억 8천 100만 달러. 최대 수입 상대국은 미국으로 26.5퍼센트, 이어 중국 14.1퍼센트, 호주 7퍼센트, 캐나다 6퍼센트, 태국 5.5퍼센트 순이다. 미국에서 주로 수입하는 것은 고기와 곡물인데, 곡물의 경우 옥수수, 대두, 밀이 대부분이며, 특히 옥수수와 대두는 총수입량의 7할을 넘어서는데, 그 대부분이 사료용으로 소비된다.

일본의 식량 자급률은 40퍼센트 수준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 이상하리만큼 낮은 수치는 '푸드 마일리지(food milege)'의 이상하리만큼 높은 수치와 표리 관계에 있다. 푸드 마일리지란 자신의 식탁에 놓인 음식물이 얼마나 멀리서부터 운반되어 왔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자신들의 식생활이 얼마나 환경에 부담을 주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북대서양에서 잡은 참치는 7천 킬로미터, 호주산 쇠고기는 5천 킬로미터의 거리를 석유로 움직이는 다양한 이동 수단에 의해 운반되어 온 것이다. 일본의 푸드 마일리지는 약 5천억(톤/킬로미터)인데, 이는 2위인 한국의 1천 500억과 3위인 미국을 훨씬 능가하는 수치이다. 그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발생한 푸드 마일리지가 3분의 2를 차지한다.

세계는 지금 60억 인구 가운데 12억 명 가량이 기아와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와 거의 같은 수의 사람들이 영양 결핍과 비만으로 고생하고 있다. 또한 곡물 증산의 그늘에서는 토양 침식이나 물 부족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으며, 그것이 분쟁과 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육식 1인분의 단백질은 채식 20인분의 단백질에 맞먹는 것이라고 한다. 동물성 단백질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자신들의 식생활이 환경파괴와 세계의 불안정화를 가속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우리는 이제 심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음식 문화로 전환하는 것은 일본인에게는 비교적 쉬운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를 돌아보더라도 동물성 단백질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은 곡물 중심의, 또한 푸드 마일리지가 매우 낮은 식생활의 전통이 풍요롭게 펼쳐져 있다.

육식 예찬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음식 문화를 되찾는 일은 식량 자급률을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는 점에 대부분의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레스터 브라운은 불안정하게 변해 가는 세계를 안정화시키는 방법으로, 선진국의 잘사는 사람들이 '먹이 사슬의 더 낮은 레벨로 내려갈 것'을 제안하면서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의 건강 뿐만 아니라 지구의 건강을 개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쓰지 신이치 지음 / 김향 옮김, "우리가 꿈꾸는 또다른 삶, 슬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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