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혜종고(大慧宗杲, 1089~1163)는 남송시대 승려로서 ,
당시 지인들과 주고 받은 편지를 엮은 《대혜보각선사서 大慧普覺禪師書》
약칭 〈서장 書狀〉은, 지금까지도 간화선의 지침서로 읶혀지고 있다.
이 《서장 書狀》이 당 시대에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朱熹, 1130~1200)가 과거 급제하기 이전, 주희 학문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중국 사회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주희가 과거시험에 몇 차례 낙방하다가 장도에 《대혜어록》을 지참하고서야 과거에 합격했다고 한다. 이처럼 대혜의 선풍(禪風)은 당 시대 인사들에게 많은 사상적 영향을 끼쳤다. 그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하나가 증개(曾開)이다. 증개는 남송 시대에 시랑(侍郞)벼슬을 지냈던 인물이다.
〓 이 편지는 대혜선사가 증시랑에게 보낸 4번 째 회신으로
조용한 가운데서는 누구나 쉽게 공부할 있음을 말하면서,
시끄러운 가운데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설파하심
증시랑(曾侍郞)에게 보낸 네 번째 답서(答書)
보내온 편지를 자세히 읽고서야 사위의(四威儀) 가운 간단함이 없어서 번거로운 공무에 빼앗기지 않고, 급한 흐름 가운데 항상 맹렬히 살피고 다만 게으르지 아니하여 도심이 더욱 오래고 더욱 견고함을 알았습니다. 又細讀來書 乃知 四威儀中無時間斷 不爲公冗所奪 於急流中常自猛省 殊不放逸 道心愈久愈堅固
제 마음에 심히 맞습니다. 그러나 세간의 번뇌는 불 같이 치성하니 어느 때에 통달하겠습니까? 深愜鄙懷 然世間塵勞 如火熾然 何時是了
정히 시끄러운 가운데 있을 때에도 대나무 의자와 방석 위에서 공부하던 일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正在鬧中 不得忘卻竹椅蒲團上事
평상시에 마음을 고요한 데에 두는 것은, 정히 시끄러운 가운데서 쓰기 위함입니다. 平昔留心靜勝處 正要鬧中用
만약 시끄러운 가운데서 힘을 얻지 못한다면, 일찍이 고요한 가운데서 공부를 하지 않은 것과 도리어 같게 될 것입니다.若鬧中不得力 卻似不曾在靜中做工夫一般
받아 보니 과거 인연이 복잡하여 지금 이 과보를 받는다고 탄식하시니, 유독 이 말만은 감히 듣기가 불편합니다. 만약 이러한 생각을 하면 도에 장애가 됩니다. 承有前緣駁雜今受此報之歎 獨不敢聞命 若動此念 則障道矣
고덕이 이르기를 “흐름을 따라 성품을 알게 되면, 기쁠 것도 없고 또한 근심할 것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古德云 隨流認得性 無喜亦無憂
정명이 이르기를 “비유하자면 고원 육지에 연꽃이 피지 아니하고, 낮고 젖은 진흙에 꽃이 핀다”라고 했습니다. 淨名云 譬如高原陸地不生蓮華 卑濕淤泥乃生此華
노호께서 이르시기를 “진여는 자성을 지키지 아니하여 인연을 따라서 일체법을 성취한다”고 하셨습니다. 老胡示 眞如不守自性 隨緣成就一切事法
또 이르시기를 “인연을 따라 감응함에 두루하지 않음이 없되, 항상 이 보리좌에 처해 있다”고 하셨으니, 어찌 사람을 속이겠습니까?又云 隨緣赴感靡不周 而常處此 菩提座 豈欺人哉
만약 고요한 곳을 옳게 여기고, 시끄러운 곳을 그르게 여긴다면, 이것은 세간상을 버리고 실상을 구하는 것이며, 생멸을 떠나서 적멸을 구하는 것입니다. 若以靜處爲是 鬧處爲非 則是壞世間相 而求實相 離生滅而求寂滅
고요함을 좋아하고 시끄러움을 싫어 할 때에 정히 좋게 힘을 써야 합니다. 문득 시끄러운 속에서 고요한 때의 소식으로 뒤집으면, 그 힘이 대나무 의자, 방석 위에 앉아 하는 공부보다 천만 억 배나 강할 것입니다. 다만 자세히 들으십시오. 결단코 서로 그릇되게 하지 않습니다. 好靜惡鬧時正好著力 驀然鬧裏撞翻靜時消息 其力能勝竹椅蒲團上千萬億倍 但相聽 決不相誤
또 받으니, 노방의 두 글귀로 행주좌와의 교훈을 삼는다고 하니 좋기가 더할 나위 없습니다. 만약 시끄러울 때 싫어하는 마음을 내면, 이것은 스스로 그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것일 뿐입니다. 又承 以老龐兩句 爲行住坐臥之銘箴 善不可加 若正鬧時生厭惡 則乃是自擾其心耳 若
만약 분별심이 일어날 때에 다만 노방의 두 글귀를 떠올리면, 문득 열이 날 때 청량산을 한 번 복용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動念時只以老龐兩句提撕 便是熱時一服淸涼散也
공께서는 결정적 믿음을 갖추었으니, 큰 지혜를 가진 사람입니다. 오랫동안 고요한 가운데 공부를 해 왔기 때문에, 바야흐로 이런 말을 감히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公具決定信 是大智慧人 久做靜中工夫 方敢說這般話 於他人分上則不可
만약 업식이 아득하게 많고 교만한 사람에게 이와 같은 말을 해주면, 이것은 그에게 악업의 짐 덩어리를 더해주는 것이 될 것입니다. 선문의 갖가지 병은 이미 앞의 편지에 갖추어 말했습니다. 알지 못하겠습니다. 일찍이 자세히 이해했습니까?若向業識茫茫增上慢人前如此說 乃是添他惡業擔子 禪門種種病痛 已具前書 不識 曾子細理會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