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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비타민

연중27주일 설교(포도원 소작인의 비유)

작성자전노아|작성시간14.10.04|조회수57 목록 댓글 0

우리는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내가 바라는 어떤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즉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느라 허비합니다. 그러나 자연은 절대로 의도적으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비가 어떤 의도를 갖고 내리지 않습니다. 나무가 가구가 되기 위해 자라는 것은 아닙니다. 항상 의도는 인간의 것입니다. 결국 우리들이 자연을 거스를 때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잘 한다, 잘 한다 했더니 요강 씻어서 찬장에다 엎어놓으면 되겠어요? 행주 빨아서 변소 바닥 훔치면 되겠습니까? 모자라는 것은 물론이고 지나침도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특히 남의 일을 맡아서 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물며 하느님이 맡기신 일을 할 때는 가장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일을 맡아서 할 때의 자연스러움은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충성심입니다.

 

본래 종이라는 말에는 주인에 대한 그 충성스러움이 배어있습니다. 그게 자연스러움이지요. 주인에 대한 배신을 꿈꾸고 있는 종이라면 전혀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두 마음을 품고 있으니 뭔가 어색하고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항상 우리가 실패할 때는 그 자연스러움을 거스를 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포도원 종들의 비유 말씀을 들어 우리에게 주님의 충성스러운 종이 될 것을 요구하십니다. 주님이란 주인님이죠. 어차피 우리들은 주인님의 종인데, 불충한 종이기보다는 충성스런 종이 되어야 주인님의 사랑과 총애를 받지 않겠느냐. 그게 자연스러움 아니냐. 이런 소리입니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없이 주님의 종으로 태어났습니다. 주님의 종이 되겠느냐, 아니면 자유의 몸으로 살겠느냐가 아니라, 너는 이미 종의 신분인데, 충성스런 종이 되어 사랑을 받겠느냐, 아니면 불충한 종이 되어 벌을 받겠느냐. 이미 종이란 것을 기정사실화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종이 되겠다. 안 되겠다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즉 다시 말해서 우리는 내 의지와 계획에 의하여 이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획에 의하여 하느님의 피조물로 태어났습니다. 슬슬 사람으로 한 번 살아볼까? 해서 오신 분 있으세요? 따라서 창조주인 그 하느님을, 주님을 찬양하고 경배해야 하는 것은 우리 인간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입니다.

 

자존감이 강하고, 의지가 남다르고, 이성적이고,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은 내가 하느님의 종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겠죠. 무슨 소리냐. 내가 교회를 나온 것은 내가 좋아서 내 의지로 내 발로 스스로 걸어 나온 것이다. 더 좋은 데가 있고, 내 마음이 바뀌면 언제라도 내 발로 걸어 나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겠죠.

 

맞습니다. 분명히 내가 선택하고 내 의지로, 내 발로 걸어서 왔습니다. 틀림없이 맞습니다. 그리고 또 하느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고 나를 창조하고 모든 생물을 창조하여(그것이 창조로이든, 진화론이든 무엇이든 상관없이) 이 역사를 당신의 뜻대로 주관하고 계시는 만물의 주님이신 것도 역시 맞습니다.

 

그런데 내가 선택하고 내 의지로, 내 발로 걸어서 오는 그 결정권은 바로 하느님이 주셨다는 것이죠. 본래는 그런 결정권도 없었는데, 우리가 에덴동산의 선악과를 따먹은 이후로 생긴 우리의 이성입니다. 물론 종교적 은유의 표현이지만, 이것 역시 하느님의 철저한 계획으로 이루어졌단 소리입니다.

 

조금 정리하고 넘어갈까요? 하느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주관하십니다. 나 역시 그 피조물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우리들에게 그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있는 이성과 자유의지를 주었습니다. 네 자유의지로 결정하고 판단하고 맘대로 선택할 수 있다. 대신, 그에 따른 책임과 심판은 면할 수 없다.

 

오늘 말씀은 내가 준 자유의지로 선택은 네가 하는 것이지만, 그거 잘 알아서 해라. 잘못 선택했을 때의 책임은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선택을 했으면, 최선을 다해서 네가 할 바를 다해라. 그거 게을리 하는 것도 선택 잘못하는 것과 진배없다.

 

여러분, 우리들 모두는 하느님의 피조물입니다. 이 바다와 들과 산과 그리고 그곳에 사는 모든 식물, 동물들은 어떤 것도 예외 없이 하느님이 만드셨습니다. 그 창조활동은 태초에 있었던 한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그 창조활동은 쉼 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나도, 여러분도 그 피조물 중의 하나인데, 조금 다른 것은 우리 인간에게는 하느님 당신께서 하시는 그 창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선택권을 우리에게 주셨다는 것이죠.

 

당신의 종으로서, 동역자로서 그 창조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곧 하느님나라를 만들어간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주님의 종으로서의 의무입니다. 하느님과의 동역자로서의 마땅히 할 바입니다.

 

오늘 포도원 주인이 소작인들에게 포도원을 맡겼습니다. 콩 심어라, 팥 심어라 일절 관여하지 않고 그들에게 다 맡겼습니다. 주인은 소작인들을 믿고 맡겼는데, 그들은 그 주인의 믿음을 배반했습니다. 도조를 받으러 주인이 보낸 종들을 때려주고 심지어는 죽였습니다. 마르코복음과 루가복음에도 조금씩 다르지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똑같습니다. 주인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외아들을 보냅니다. 그들은 그 외아들마저 돌로 쳐서 죽이고 포도원을 접수하려고 했습니다.

 

이 포도원과 소작인의 비유는 그 전하고자 하는 바가 너무도 명백해서 해설이고 뭐고 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당시 예수님께서 하신 이 비유의 이야기를 들은 대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자기들을 두고 하신 말씀인 것을 알고 예수를 잡아 죽이려고 했으나 군중들이 너무 많아서 두려워 손을 대지 못했다고 오늘 복음 마지막 부분에서 전하고 있습니다.

 

포도밭은 하느님이 하느님나라로 만들려고 하는 이스라엘이요, 포도나무 한 그루 한 그루는 유대백성을 말합니다. 따라서 오늘 예수님이 비유로 말하는 소작인은 하느님의 백성들을 하느님 대신 양육할 책임을 지고 있는 종교 지도자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여러분, 오늘 이 복음을 함께 보면서 하느님이 믿고 맡긴 일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또 내 욕심을 부리고, 심지어는 예수님을 죽이면서 하느님을 팔아 장사하는 악한 종교지도자들, 목회자들을 생각해봅니다. 물론 서로 아니라고 하겠지요. 나는 포도원 주인에게 도지를 잘 낼 뿐만 아니라 포도원을 더 크게 만드는 유능한 소작인이라고 모두 그럴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해서 성전을 정화하고 그 성전에서 바리사이파, 대사제는 물론이고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종교지도자인 특정인을 대상으로 말한다기보다는 십자가를 향해 가는 길목에서 정화된 성전을 찾은 모든 유대인, 그리스도인이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즉 오늘 이야기의 대상은 모든 그리스도인으로 확대됩니다. 만인사제직.

 

이 포도원은 영원히 주인의 것입니다. 결코 소작인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외아들을 죽여서 뺏으려 해도 절대 그렇게 안 됩니다. 결국은 주인의 뜻대로 됩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대로 된다. 그러니 이 이야기가 도조 잘 내라는 그런 이야기도 아닙니다.

 

하느님의 뜻과 계획에 따라서 하느님의 백성을 인도하고 가르치고 양육해야 할 지도자가 그렇지 못할 때에는 하느님께서는 직접 개입하신다는 소리죠. 아무리 애써도 네 뜻대로 안 된다. 결국 내 뜻대로 된다.

 

여기서 죽을 줄 알면서도 자신의 가장 아끼는 외아들을 보냈다는 것은 그 사랑하는 외아들 예수의 죽음으로부터, 그 죽음이 끝이 아니라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고 실현하는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이 생겨날 것이라는 선언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하신 이 말씀은 장사꾼들이 판치고 거짓 종교지도자들로 더럽혀진 성전을 뒤집어엎고 하신 너무도 명백하고 확실한 선언입니다.

 

여러분, 오늘 이 시간 이후에 앞으로 2년 동안 우리 교회를 섬길 종들이 세워져 임명식을 갖습니다. 여러분들이 물론 투표로 뽑았지만, 하느님이 직접 세워주신 종들입니다. 이 새로운 교회 봉사자들(교회위원)의 희생의 섬김으로 교회는 또 새롭게 하느님나라를 향해서 나아갈 것입니다. 그들을 위해 항상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들은 포도원의 포도나무이면서 또 모두 충성스러운 소작인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포도원 잘 가꾸어서 수확도 늘리고 그것을 또 서로 나누고, 주변에도 나눠주고, 포도원도 더 키우고 하는 그런 하느님께서 믿을 수 있는 포도원의 충성스러운 소작인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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