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일어나는 기적 이야기입니다. 요한복음에만 있는 이야기입니다. 요한복음에는 모두 일곱 번의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요한복음의 기적이야기는 단순한 기적이 아니라 표징, 또는 표적이라고 해서 그 사건을 통해 다른 것을 이야기하려는 요한의 의도가 따로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요한복음에만 있는 가나의 혼인잔치 이야기를 먼저 그 배경에 비추어 사실에 입각한 내용을 우선 알아보고, 두 번째, 이 이야기 속에서의 예수의 가르침을 듣고,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통해 요한이 말하는 영원한 진리를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가나’라는 곳은 예수의 고향 나자렛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조그만 촌동네입니다. 당시 유대에서 결혼식은 최대의 잔치입니다. 조그만 시골마을에서 열린 결혼식 잔치는 그 촌동네에서는 최대의 볼거리고, 오랜만에 배터지게 먹는 날이고, 한마디로 마을잔치입니다.
이런 잔치에 빠질 수 없는 것이 포도주입니다. 탈무드에 보면, ‘포도주가 끊어지면 즐거움도 끝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유대인 잔치에 있어서 포도주는 가장 중요한 음식입니다. 결혼식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진다는 것은 신랑 신부 가족의 부끄러움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결혼잔칫날에 술이 빠져서야 되겠습니까.
하여간 잔치는 한창인데 포도주가 떨어졌습니다.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는 아마 이 잔칫집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포도주가 모자라는 것을 염려하고, 또 하인들에게 예수의 명령대로 따르라고 지시하는 것을 보면 그 잔치에 적지 않은 권위를 갖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마리아가 아들 예수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사정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예수의 답변이 조금 불경스럽게 들립니다. ‘어머니, 그것이 제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우리 공동번역에서는 어머니라고 번역을 했는데, 개역에서는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로 나옵니다.
그러나 여인이란 것이 그렇게 불경스런 말은 아니고, 내용상으로도 ‘어머니, 걱정마세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어머니께서는 잘 모르시니, 내게 맡기시면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리아는 하인들에게 예수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일러둡니다.
여기서 우리는 세 가지 일반적 사실을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예수님의 기적이 잔치 때 생겼다는 것입니다. 엄숙한 태도를 짓는 것으로 종교의 표현을 삼는 종교인들이 있는데, 그러면 그 분위기가 경건하게 보일런지는 몰라도 몹시 침울합니다. 그런데 예수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예수는 언제나 즐거움을 죄로 여기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이 기적이 일어난 곳입니다. 성전도 아니고, 회당도 아니고, 광장도 아니고, 집입니다. 일반 가정입니다. 예수님이 한 집에서 그 영광을 나타내심은 가정을 귀하게 여기신다는 것을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가나의 한 촌집에서 그의 영광을 나타내신 것을 기억하시고, 우리도 그의 본을 따라 각 가정에서 나의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 기적이 발생한 이유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손님대접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만일 그 잔치에 포도주가 모자라서 손님들이 궁시렁거리며 돌아갔다면 집주인은 아마 큰 낭패였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그의 곤경을 그냥 지나치시는 것이 아니라, 그 창피를 면하게 해주시기 위하여 이적을 행했습니다.
또 이 이야기는 마리아의 예수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 때 마리아는 본능적으로 예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또 마리아는 예수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를 믿고 그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인들에게 말할 정도로 그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예수께서 언제나 도움이 되는 일을 하실 것을 전적으로 신뢰한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어려운 일을 당할 때는 언제나 본능적으로 예수를 바라보며 그에게서 해답을 얻어야 합니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때를 만나기 마련입니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때에도, 해답이 없을 것 같을 때에도 예수에게 의지할 수 있는 믿음을 가진 자는 정말 복 있는 사람입니다.
그럼, 이러한 요한이 전하는 예수님의 기적이 오늘 이 땅에서의 우리들에게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예수가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하신 일은 그 때 그 가나의 촌집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오늘까지 또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요한이 여기서 말하는 목적은 주께서 물을 변하여 포도주가 되게 하셨다는 것보다, 예수께서 우리 속에 들어오시면 우리의 생에 변화를 일으키심이 마치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됨과 같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 아닐까요.
예수가 없는 생은 어쩌면 분망스럽기만 하지 무의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가 우리 삶에 들어오면 우리의 삶은 기쁘고 희망에 불타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가 어떤 사람의 생에, 삶에 들어오면, 개입하면 그 삶과 환경과 생활을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것과 같이 변화시킨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우리에게 주는 진리의 교훈은 “너희가 너희 삶에 새로운 흥분과 기쁨과 희망을 원한다면 나의 제자가 되라. 그러면 너희의 삶에 변화가 올 것인데, 그것은 바로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것과 같으니라.”
여러분, 오늘 이 성찬례를 드리면서, 기도를 하면서, 말씀을 읽고 들으면서, 찬양을 하면서, 또 예수님의 살과 피를 함께 나누면서 예수님이 내 안에 들어와 나를 변화시켜 달라고, 물이 포도주가 된 것처럼 나도 변화시켜 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이 시간 임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 찬 변화가 여러분 안에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