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루크 스카이워커 (마크 해밀)
가. 1976년 11월, 순박하게 생긴 젊은 청년 하나가 <스타워즈>의 배우들을 뽑는 오디션 장에 나타나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는 특수효과가 많이 쓰이게 될 영화라는 것 외에는 이 영화에 대한 특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당시 그가 관심 있는 것은 오직 “영화 속의 특수효과는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을 푸는 것이었다. 그는 이 오디션장에 당시 그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던 여성의 소개로 간 것이었는데, 그녀에 따르면 이 오디션은 장차 만들어지게 될 영화의 각본이 없이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자기가 맡게 될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이냐, 영화의 내용이 무엇이냐라고 그가 묻자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도 몰라. 내가 아는 것이라곤 그 캐릭터는 ‘농장’에서 일했던 청년이라는 것밖에는 없어.” 그는 자신이 오디션을 통과하리라고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으며, 더군다나 후에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헐리우드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 수입을 올리는 영화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가 바로 마크 해밀이었다.
나. 마크 해밀이 <스타워즈>의 오디션을 보던 날 그곳에서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캐리>의 오디션이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드 팔마가 찾고 있던 배우들의 면모가 루카스가 찾고 있던 그것과 비슷했기 때문에, 그는 <스타워즈>의 캐스팅 장소로 와서 루카스와 함께 오디션을 받고 있던 배우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루카스는 당시 드 팔마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객관성을 최대한 유지하여 캐스팅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루카스는 당시 자신이 찾고 있던 ‘루크’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하였다. “기본적으로 루크는 나이 어리고 순진한 농촌 청년이다. <스타워즈>에는 두 명의 주인공 급 남성 캐릭터가 있는데(물론 루크와 한 솔로) 루크는 한 솔로보다는 체격이 작은 캐릭터이다. 나는 서로 대조되는 두 캐릭터를 원했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였다. 마크 해밀은 내가 스크립트에서 묘사했던 것과 놀랍도록 닯은 배우였다. 막판에 루크의 후보로 마크와 경합을 벌인 청년은 안경을 낀 학구적 스타일의 청년이었는데, 결국 나는 마크의 순진하고 이상주의자 같은 느낌이 루크에게 더 어울린다고 판단하여 그를 선택하였다. 말하자면 그는 ‘디즈니’ 스타일의 배우였다.” 많은 사람들이 마크 해밀이 <스타워즈>를 통해 영화계에 데뷔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심지어 루카스조차도 캐스팅 당시 그의 이전 경력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다.) 마크 해밀은 13세때부터 연극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연극 뿐만 아니라 무대연출, 제작 등 모든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많은 공부를 하였다. 특히 어린 시절 그는 <제이슨과 아르고넛>, <킹콩>, <해저 2만리> 등 특수효과가 많이 들어간 판타지-공상과학 영화의 열렬한 팬이었다. 연기를 정식으로 시작한 후 <스타워즈>에 출연하기 전까지 그는 무려 100여편의 TV 드라마에 이름을 올린 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 해밀은 자신이 <스타워즈>의 루크 역에 발탁된 것이 순전한 ‘운’이었다고 말한다. “만일 당시 루카스가 대여섯명의 배우만 더 인터뷰했더라도 나는 루크의 역으로 캐스팅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루카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신이 설정한 캐릭터에 적역인 배우를 고를 때 이전의 캐리어나 유명세보다는 자신의 ‘본능적 감각’을 십분 활용한다. 그래서 그는 캐스팅 디렉터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않고, 대부분의 지원자들을 직접 만나서 그 면모를 살펴본다. 말하자면 마크 해밀은 이러한 루카스의 ‘직감’의 그물망에 걸려든 셈이다.
다. 마크 해밀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자기 소개를 하며 오디션을 시작하였다. 한참동안 말이 없던 조지 루카스는 마크 해밀과 그의 앞에 앉아서 역시 오디션을 기다리고 있던 해리슨 포드에게 짤막한 대사를 주어 테스트를 해보기로 하였다. 마크 해밀이 해리슨 포드를 만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는데, 그는 한눈에 해리슨 포드가 ‘물건’임을 알아보았다. 마크 해밀이 해리슨 포드에게 전력을 묻자 그는 짤막하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지금 오디션을 보고 있는 조지 루카스 감독의 작품 <어메리칸 그레피티>에서 차를 모는 건달역으로 잠시 출연했었어요.” 당시 마크 해밀과 해리슨 포드의 테스트를 위해 쓰인 대사는 영화 속에 포함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상황: 루크와 한 솔로는 밀레니엄 팰콘 호에 탑승하고 있다. 그들은 알데란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 솔로: 좋아, 나는 15,000을 받고 여기에 자네를 내려줘야겠어!
루크 : 아.이런, 사실은 그 돈에 대해 할 말이 좀 있는데...
한 솔로 : 점점 자네가 싫어지는군....!
마크 해밀은 자신과 해리슨 포드의 연기 스타일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해리슨 포드는 대사를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적절히 변형시켜 말하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나는 시나리오에서 설정된 캐릭터의 면모를 그대로 충실히 재현하는 타입이다.”
마. 여기서 퀴즈 하나. 루카스가 <스타워즈>의 이야기를 처음 구성할 당시 주인공 캐릭터의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놀랍게도 그것은 ‘루크’가 아니라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에 나왔던 ‘메이스 윈두’였다. (물론 <에피소드 1>에서 사뮤엘 잭슨이 맡은 메이스 윈두와는 조금 다른 인물이었다.) 루카스는 전혀 성격이 다른 두 명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을 즐겼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을 순수하고 이상주의자와 같은 인물로 설정했다면 다른 인물은 시니컬하고 불만에 차 있는 염세주의자와 같은 인물로 설정하는 식으로 말이다. 루카스가 처음 구상한 이야기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이야기는 궁극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살던 두 형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형이 농장에 살고 있던 동생을 찾아 먼 길을 오게 된다. 그들이 의기투합한 목적은 명예로운 제다이 기사였던 아버지를 구출하는 것. 이들 중 형은 많은 전투로 다져진 ‘전사형’의 다소 거친 캐릭터였으며, 동생은 순수하고 이상주의자와 같은 캐릭터였다. 이 이야기에서 형의 캐릭터가 발전하여 후의 한 솔로가 되었으며, 동생의 캐릭터는 루크의 원형이 되었다. 물론, 아버지의 캐릭터가 <스타워즈>의 누가 되었는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바. 공화국이 붕괴의 길의 끝에 다다르고, 펠퍼틴에 의해 제국이 성립될 무렵, 파드메는 쌍둥이를 출산하게 된다. 악의 세력에 굴복하여 ‘어둠의 기사’가 된 아버지의 눈을 피해 오비완은 쌍둥이들을 각각 다른 이들에게 맡기게 된다. 쌍둥이 중 오빠인 루크 스카이워커는 타투인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오웬 부부에게 맡겨진다. 오웬 라스는 오랜 기간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My way'를 걸어온 강직한 성품의 인물로써, 자신에게 친아들과도 같은 존재였던 루크 역시 ‘가업’을 물려받을 것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었다. 루크는 오웬 부부의 농사일을 거들며 지극히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당시 루크는 순진하고 꿈많은 청년이었다. (마크 해밀의 묘사에 따르면 “보물섬”의 짐 호킨스와 같은 성격의 인물) 그는 무언가 ‘큰 일’을 하기 위해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오웬은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아 늘 ‘다음에’라는 핑계를 대며 그의 대학 입학을 뒤로 미루곤 하였다. 루크는 오랫동안 자신이 클론 전쟁 당시 활약한 화물선 조종사의 아들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타투인의 ‘미친 은둔자’로 전락해버린 오비완과 ‘악의 화신’이 되어버린 ‘다스 베이더‘의 행적을 보아온 오웬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제다이 기사단‘을 곱지 않은 시선을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그는 벤(오비완)이 루크에게 접근하여 그에게 ’쓸데없는‘ 꿈을 심어 주는 것조차도 탐탁치 않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운명은 이 18살짜리 소년을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았다. 오웬이 C-3PO와 R2-D2를 구매함과 동시에 그의 운명은 드라마틱하게 바뀌게 된다. 알투는 알데란에서 온 아름다운 공주 레아의 홀로그램을 저장하고 있었다. 그녀는 당시 명예로운 제다이 기사이자 공화국의 옛 영웅 중 하나였던 오비완을 알데란으로 데리고 오고자 타투인으로 향하던 중 다스 베이더가 타고 있던 스타 디스트로이어의 공격을 받아 제국군에게 사로잡혔다. 벤의 집에서 루크는 자신의 아버지가 명예로운 제다이 기사단의 일원이었으며, 다스 베이더라는 배신자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이야기를 벤에게 듣게 된다. 포스의 근본적인 철학을 가르쳐주고, 아버지의 광선검을 루크에게 전해 준 벤은 자신과 함께 레아를 돕기 위해 알데란으로 갈 것을 제안하나, 루크는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며 그 제안을 거절하게 된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 오웬 부부가 살해된 것을 본 루크는 마음을 고쳐먹고 벤과 동행하기로 결정한다. 벤과 그는 유능한 조종사이며 밀수업자인 한 솔로와 그의 단짝 츄바카를 만나 알데란으로 향하나, 알데란은 이미 데스 스타에 의해 파괴된 후였다. 밀레니엄 팰콘 호가 데스 스타의 견인 광선에 걸려 빨려들어가고 그곳에 레아 공주가 있다는 사실을 안 루크는 그녀를 구할 계획을 짜고 한 솔로를 ’돈‘으로 설득시켜 이 계획에 합류시킨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단순하고 유치했던 이 탈출 계획은 놀랍게도(!) 성공하여 결국 루크 일행은 레아를 구해내나, 벤은 다스 베이더와의 대결 중 자살에 가까운 죽음을 선택하여 숨을 거두고 만다. 루크 일행은 데스 스타를 탈출하여 반란군의 기지로 복귀하고, 반란군은 훔친 설계도를 통해 데스 스타의 약점을 파악하여 공격 준비를 한다. 사명감을 느끼고 반란군에 참가하게 되는 루크는 오비완의 ’포스의 영‘의 도움을 받아 데스 스타를 파괴하게 된다.
사.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과 <제국의 역습>을 이어서 보게 되면 무언가 이상한 ‘불연속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새로운 희망>에서 다스 베이더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 그러니까 데스 스타를 공격하는 반란군들을 저지하기 위해 직접 타이/Ad기를 타고 출격했다가 데스 스타가 폭발한 후 탈출하는 순간까지 - 루크 스카이워커가 자신의 아들인지를 몰랐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단지 루크가 탄 X윙을 공격하며 '무언가 남다른 강력한 포스의 기운'를 느낀 것이 다였다. 이렇게 <새로운 희망>이 마무리되고 <제국의 역습>으로 넘어가면 어느 세 다스 베이더는 루크 스카이워커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고 있다. 게다가 <제국의 역습>의 클라이막스인 다스 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커의 광선검 대결 장면도 왠지 그들의 첫 대결이라고 하기는 석연치 않은 면이 있지 않은가?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외전의 이야기가 언급될 수 밖에 없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외전에 해당되는 내용을 믿고 안 믿고는 전적으로 읽는 분에게 달려있다. 이 이야기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그냥 ‘저런 해석, 저런 이야기도 있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 태도가 아닐까 싶다.)
첫 번째 데스 스타가 파괴된 이후 루크는 반란군의 지휘관에 임명되어 적지 않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레아와 함께 외교 임무를 띄고 써카푸스 계로 가던 도중 루크는 다스 베이더와 첫 대면을 하게 된다. 이들은 운명적인 첫 번째 대결은 <제국의 역습>에서가 아니라 바로 여기에서였다. 첫 광선검 대결에서 루크는 다스 베이더의 오른쪽 기계팔을 베고, 상처를 입은 다스 베이더는 깊은 웅덩이 속으로 떨어져 사라지게 된다. 이후 루크는 우연히 반란군의 비밀 기지로 안성맞춤인 눈으로 덮인 혹성 호스를 발견하고, 반란군들은 그곳에 비밀진지를 구축하게 된다. 바로 이 첫 대면 직후 다스 베이더는 루크 스카이워커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쌍둥이 여동생 레아의 존재도 확인하게 된다. 그리하여 <제국의 역습>에서 그는 자신의 아들 루크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제국의 역습>의 마지막 장면에서 베이더가 광선검으로 루크의 오른쪽 손목을 자르는 것도 예사로이 볼일이 아니지 않겠는가? 말하자면 자신이 당했던 일에 대한 일종의 복수?
아. 제국군에 의해 호스의 기지가 발각되어 위기에 봉착한 반란군들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후 루크는 오비완의 말을 따라 제다이 기사로의 수련을 쌓기로 결심하고 데고바의 요다를 찾아 간다. (이후 <제국의 역습>의 내용) 다스 베이더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루크는 함께 은하계를 지배하자는 베이더의 제안을 거절한 채 절규하며 환풍구로 떨어지게 되고, 레아가 탑승하고 있던 밀레니엄 팔콘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된다. 이후 루크는 타투인의 오비완의 거처로 돌아와 새 광선검을 만든다. 루크에게는 오비완을 통해 전수받은 약간의 광선검에 대한 지식밖에는 없었으나, 오비완의 집에는 광선검에 대한 자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어렵지 않게 광선검 만드는 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R2-D2는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루크의 광선검을 지닌 채 C-3PO와 함께 자바 더 헛의 궁전으로 간다. 이후에 전개되는 이야기가 <제다이의 귀환>이다. (‘엔도 전투’이후의 루크에 관한 ‘외전’ 이야기는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와 겹쳐지는 부분이 많으니 후에 간략하게 언급하도록 하겠다.)
◎ <스타워즈> 토막 상식 1
지극히 '미국적'인 영화라 할 만한 <스타워즈>는 미국 내의 선풍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세계 시장의 공략'에 성공하였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사정에 맞추어 <스타워즈>에 나오는 용어 및 명칭들을 적절히 변형하여 번역하게 된다. 다음은 몇 가지 재미있는 예.
- 프랑스에서 <스타워즈>는 "La Guerre des ?oiles"로 번역된다. 불어에서 ‘Force'는 ’여성 명사‘에 해당되며, 명대사(?)인 “May the force be with you"는 ”Que la force soit avec toi"로 번역되었다. 유난히 자긍심이 강한 나라여서 그런지, 프랑스인들은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각종 명칭들도 (제멋대로) 변형하여 소개하였다. C-3PO는 Z6-PO로, R2-D2는 반대인 D2-R2로, Chewbacca(츄바카)는 “Chiktabba”로, Darth Vader(다스 베이더)는 "Dark Vador"로 각각 소개되었으며, Luke(루크)는 “Luc(뤽)”이 되었다.
- 이탈리아에서는 C-3PO는 D3-BO로, R2는 "Cinunopiotto"로, Darth Vader는 “Lord Darth Fener"로 각각 소개되었다.
- 독일에서는 C-3PO를 “Ce-Dreipeo”라고 불렀다.
- 한국에서 <스타워즈>가 처음 개봉되었을 때 'force'는 ‘기’로 번역되었다. 따라서 “May the force be with you"는 ”기의 가호가 있기를“이라고 번역되었다. 따지고 보면 force라는 개념 자체가 동양 철학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은 것이기에 이 해석은 원문보다 오히려 루카스의 의도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To be continued...
가. 1976년 11월, 순박하게 생긴 젊은 청년 하나가 <스타워즈>의 배우들을 뽑는 오디션 장에 나타나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는 특수효과가 많이 쓰이게 될 영화라는 것 외에는 이 영화에 대한 특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당시 그가 관심 있는 것은 오직 “영화 속의 특수효과는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을 푸는 것이었다. 그는 이 오디션장에 당시 그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던 여성의 소개로 간 것이었는데, 그녀에 따르면 이 오디션은 장차 만들어지게 될 영화의 각본이 없이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자기가 맡게 될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이냐, 영화의 내용이 무엇이냐라고 그가 묻자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도 몰라. 내가 아는 것이라곤 그 캐릭터는 ‘농장’에서 일했던 청년이라는 것밖에는 없어.” 그는 자신이 오디션을 통과하리라고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으며, 더군다나 후에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헐리우드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 수입을 올리는 영화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가 바로 마크 해밀이었다.
나. 마크 해밀이 <스타워즈>의 오디션을 보던 날 그곳에서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캐리>의 오디션이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드 팔마가 찾고 있던 배우들의 면모가 루카스가 찾고 있던 그것과 비슷했기 때문에, 그는 <스타워즈>의 캐스팅 장소로 와서 루카스와 함께 오디션을 받고 있던 배우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루카스는 당시 드 팔마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객관성을 최대한 유지하여 캐스팅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루카스는 당시 자신이 찾고 있던 ‘루크’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하였다. “기본적으로 루크는 나이 어리고 순진한 농촌 청년이다. <스타워즈>에는 두 명의 주인공 급 남성 캐릭터가 있는데(물론 루크와 한 솔로) 루크는 한 솔로보다는 체격이 작은 캐릭터이다. 나는 서로 대조되는 두 캐릭터를 원했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였다. 마크 해밀은 내가 스크립트에서 묘사했던 것과 놀랍도록 닯은 배우였다. 막판에 루크의 후보로 마크와 경합을 벌인 청년은 안경을 낀 학구적 스타일의 청년이었는데, 결국 나는 마크의 순진하고 이상주의자 같은 느낌이 루크에게 더 어울린다고 판단하여 그를 선택하였다. 말하자면 그는 ‘디즈니’ 스타일의 배우였다.” 많은 사람들이 마크 해밀이 <스타워즈>를 통해 영화계에 데뷔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심지어 루카스조차도 캐스팅 당시 그의 이전 경력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다.) 마크 해밀은 13세때부터 연극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연극 뿐만 아니라 무대연출, 제작 등 모든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많은 공부를 하였다. 특히 어린 시절 그는 <제이슨과 아르고넛>, <킹콩>, <해저 2만리> 등 특수효과가 많이 들어간 판타지-공상과학 영화의 열렬한 팬이었다. 연기를 정식으로 시작한 후 <스타워즈>에 출연하기 전까지 그는 무려 100여편의 TV 드라마에 이름을 올린 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 해밀은 자신이 <스타워즈>의 루크 역에 발탁된 것이 순전한 ‘운’이었다고 말한다. “만일 당시 루카스가 대여섯명의 배우만 더 인터뷰했더라도 나는 루크의 역으로 캐스팅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루카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신이 설정한 캐릭터에 적역인 배우를 고를 때 이전의 캐리어나 유명세보다는 자신의 ‘본능적 감각’을 십분 활용한다. 그래서 그는 캐스팅 디렉터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않고, 대부분의 지원자들을 직접 만나서 그 면모를 살펴본다. 말하자면 마크 해밀은 이러한 루카스의 ‘직감’의 그물망에 걸려든 셈이다.
다. 마크 해밀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자기 소개를 하며 오디션을 시작하였다. 한참동안 말이 없던 조지 루카스는 마크 해밀과 그의 앞에 앉아서 역시 오디션을 기다리고 있던 해리슨 포드에게 짤막한 대사를 주어 테스트를 해보기로 하였다. 마크 해밀이 해리슨 포드를 만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는데, 그는 한눈에 해리슨 포드가 ‘물건’임을 알아보았다. 마크 해밀이 해리슨 포드에게 전력을 묻자 그는 짤막하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지금 오디션을 보고 있는 조지 루카스 감독의 작품 <어메리칸 그레피티>에서 차를 모는 건달역으로 잠시 출연했었어요.” 당시 마크 해밀과 해리슨 포드의 테스트를 위해 쓰인 대사는 영화 속에 포함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상황: 루크와 한 솔로는 밀레니엄 팰콘 호에 탑승하고 있다. 그들은 알데란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 솔로: 좋아, 나는 15,000을 받고 여기에 자네를 내려줘야겠어!
루크 : 아.이런, 사실은 그 돈에 대해 할 말이 좀 있는데...
한 솔로 : 점점 자네가 싫어지는군....!
마크 해밀은 자신과 해리슨 포드의 연기 스타일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해리슨 포드는 대사를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적절히 변형시켜 말하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나는 시나리오에서 설정된 캐릭터의 면모를 그대로 충실히 재현하는 타입이다.”
마. 여기서 퀴즈 하나. 루카스가 <스타워즈>의 이야기를 처음 구성할 당시 주인공 캐릭터의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놀랍게도 그것은 ‘루크’가 아니라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에 나왔던 ‘메이스 윈두’였다. (물론 <에피소드 1>에서 사뮤엘 잭슨이 맡은 메이스 윈두와는 조금 다른 인물이었다.) 루카스는 전혀 성격이 다른 두 명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을 즐겼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을 순수하고 이상주의자와 같은 인물로 설정했다면 다른 인물은 시니컬하고 불만에 차 있는 염세주의자와 같은 인물로 설정하는 식으로 말이다. 루카스가 처음 구상한 이야기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이야기는 궁극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살던 두 형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형이 농장에 살고 있던 동생을 찾아 먼 길을 오게 된다. 그들이 의기투합한 목적은 명예로운 제다이 기사였던 아버지를 구출하는 것. 이들 중 형은 많은 전투로 다져진 ‘전사형’의 다소 거친 캐릭터였으며, 동생은 순수하고 이상주의자와 같은 캐릭터였다. 이 이야기에서 형의 캐릭터가 발전하여 후의 한 솔로가 되었으며, 동생의 캐릭터는 루크의 원형이 되었다. 물론, 아버지의 캐릭터가 <스타워즈>의 누가 되었는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바. 공화국이 붕괴의 길의 끝에 다다르고, 펠퍼틴에 의해 제국이 성립될 무렵, 파드메는 쌍둥이를 출산하게 된다. 악의 세력에 굴복하여 ‘어둠의 기사’가 된 아버지의 눈을 피해 오비완은 쌍둥이들을 각각 다른 이들에게 맡기게 된다. 쌍둥이 중 오빠인 루크 스카이워커는 타투인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오웬 부부에게 맡겨진다. 오웬 라스는 오랜 기간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My way'를 걸어온 강직한 성품의 인물로써, 자신에게 친아들과도 같은 존재였던 루크 역시 ‘가업’을 물려받을 것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었다. 루크는 오웬 부부의 농사일을 거들며 지극히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당시 루크는 순진하고 꿈많은 청년이었다. (마크 해밀의 묘사에 따르면 “보물섬”의 짐 호킨스와 같은 성격의 인물) 그는 무언가 ‘큰 일’을 하기 위해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오웬은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아 늘 ‘다음에’라는 핑계를 대며 그의 대학 입학을 뒤로 미루곤 하였다. 루크는 오랫동안 자신이 클론 전쟁 당시 활약한 화물선 조종사의 아들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타투인의 ‘미친 은둔자’로 전락해버린 오비완과 ‘악의 화신’이 되어버린 ‘다스 베이더‘의 행적을 보아온 오웬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제다이 기사단‘을 곱지 않은 시선을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그는 벤(오비완)이 루크에게 접근하여 그에게 ’쓸데없는‘ 꿈을 심어 주는 것조차도 탐탁치 않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운명은 이 18살짜리 소년을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았다. 오웬이 C-3PO와 R2-D2를 구매함과 동시에 그의 운명은 드라마틱하게 바뀌게 된다. 알투는 알데란에서 온 아름다운 공주 레아의 홀로그램을 저장하고 있었다. 그녀는 당시 명예로운 제다이 기사이자 공화국의 옛 영웅 중 하나였던 오비완을 알데란으로 데리고 오고자 타투인으로 향하던 중 다스 베이더가 타고 있던 스타 디스트로이어의 공격을 받아 제국군에게 사로잡혔다. 벤의 집에서 루크는 자신의 아버지가 명예로운 제다이 기사단의 일원이었으며, 다스 베이더라는 배신자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이야기를 벤에게 듣게 된다. 포스의 근본적인 철학을 가르쳐주고, 아버지의 광선검을 루크에게 전해 준 벤은 자신과 함께 레아를 돕기 위해 알데란으로 갈 것을 제안하나, 루크는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며 그 제안을 거절하게 된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 오웬 부부가 살해된 것을 본 루크는 마음을 고쳐먹고 벤과 동행하기로 결정한다. 벤과 그는 유능한 조종사이며 밀수업자인 한 솔로와 그의 단짝 츄바카를 만나 알데란으로 향하나, 알데란은 이미 데스 스타에 의해 파괴된 후였다. 밀레니엄 팰콘 호가 데스 스타의 견인 광선에 걸려 빨려들어가고 그곳에 레아 공주가 있다는 사실을 안 루크는 그녀를 구할 계획을 짜고 한 솔로를 ’돈‘으로 설득시켜 이 계획에 합류시킨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단순하고 유치했던 이 탈출 계획은 놀랍게도(!) 성공하여 결국 루크 일행은 레아를 구해내나, 벤은 다스 베이더와의 대결 중 자살에 가까운 죽음을 선택하여 숨을 거두고 만다. 루크 일행은 데스 스타를 탈출하여 반란군의 기지로 복귀하고, 반란군은 훔친 설계도를 통해 데스 스타의 약점을 파악하여 공격 준비를 한다. 사명감을 느끼고 반란군에 참가하게 되는 루크는 오비완의 ’포스의 영‘의 도움을 받아 데스 스타를 파괴하게 된다.
사.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과 <제국의 역습>을 이어서 보게 되면 무언가 이상한 ‘불연속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새로운 희망>에서 다스 베이더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 그러니까 데스 스타를 공격하는 반란군들을 저지하기 위해 직접 타이/Ad기를 타고 출격했다가 데스 스타가 폭발한 후 탈출하는 순간까지 - 루크 스카이워커가 자신의 아들인지를 몰랐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단지 루크가 탄 X윙을 공격하며 '무언가 남다른 강력한 포스의 기운'를 느낀 것이 다였다. 이렇게 <새로운 희망>이 마무리되고 <제국의 역습>으로 넘어가면 어느 세 다스 베이더는 루크 스카이워커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고 있다. 게다가 <제국의 역습>의 클라이막스인 다스 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커의 광선검 대결 장면도 왠지 그들의 첫 대결이라고 하기는 석연치 않은 면이 있지 않은가?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외전의 이야기가 언급될 수 밖에 없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외전에 해당되는 내용을 믿고 안 믿고는 전적으로 읽는 분에게 달려있다. 이 이야기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그냥 ‘저런 해석, 저런 이야기도 있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 태도가 아닐까 싶다.)
첫 번째 데스 스타가 파괴된 이후 루크는 반란군의 지휘관에 임명되어 적지 않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레아와 함께 외교 임무를 띄고 써카푸스 계로 가던 도중 루크는 다스 베이더와 첫 대면을 하게 된다. 이들은 운명적인 첫 번째 대결은 <제국의 역습>에서가 아니라 바로 여기에서였다. 첫 광선검 대결에서 루크는 다스 베이더의 오른쪽 기계팔을 베고, 상처를 입은 다스 베이더는 깊은 웅덩이 속으로 떨어져 사라지게 된다. 이후 루크는 우연히 반란군의 비밀 기지로 안성맞춤인 눈으로 덮인 혹성 호스를 발견하고, 반란군들은 그곳에 비밀진지를 구축하게 된다. 바로 이 첫 대면 직후 다스 베이더는 루크 스카이워커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쌍둥이 여동생 레아의 존재도 확인하게 된다. 그리하여 <제국의 역습>에서 그는 자신의 아들 루크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제국의 역습>의 마지막 장면에서 베이더가 광선검으로 루크의 오른쪽 손목을 자르는 것도 예사로이 볼일이 아니지 않겠는가? 말하자면 자신이 당했던 일에 대한 일종의 복수?
아. 제국군에 의해 호스의 기지가 발각되어 위기에 봉착한 반란군들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후 루크는 오비완의 말을 따라 제다이 기사로의 수련을 쌓기로 결심하고 데고바의 요다를 찾아 간다. (이후 <제국의 역습>의 내용) 다스 베이더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루크는 함께 은하계를 지배하자는 베이더의 제안을 거절한 채 절규하며 환풍구로 떨어지게 되고, 레아가 탑승하고 있던 밀레니엄 팔콘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된다. 이후 루크는 타투인의 오비완의 거처로 돌아와 새 광선검을 만든다. 루크에게는 오비완을 통해 전수받은 약간의 광선검에 대한 지식밖에는 없었으나, 오비완의 집에는 광선검에 대한 자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어렵지 않게 광선검 만드는 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R2-D2는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루크의 광선검을 지닌 채 C-3PO와 함께 자바 더 헛의 궁전으로 간다. 이후에 전개되는 이야기가 <제다이의 귀환>이다. (‘엔도 전투’이후의 루크에 관한 ‘외전’ 이야기는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와 겹쳐지는 부분이 많으니 후에 간략하게 언급하도록 하겠다.)
◎ <스타워즈> 토막 상식 1
지극히 '미국적'인 영화라 할 만한 <스타워즈>는 미국 내의 선풍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세계 시장의 공략'에 성공하였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사정에 맞추어 <스타워즈>에 나오는 용어 및 명칭들을 적절히 변형하여 번역하게 된다. 다음은 몇 가지 재미있는 예.
- 프랑스에서 <스타워즈>는 "La Guerre des ?oiles"로 번역된다. 불어에서 ‘Force'는 ’여성 명사‘에 해당되며, 명대사(?)인 “May the force be with you"는 ”Que la force soit avec toi"로 번역되었다. 유난히 자긍심이 강한 나라여서 그런지, 프랑스인들은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각종 명칭들도 (제멋대로) 변형하여 소개하였다. C-3PO는 Z6-PO로, R2-D2는 반대인 D2-R2로, Chewbacca(츄바카)는 “Chiktabba”로, Darth Vader(다스 베이더)는 "Dark Vador"로 각각 소개되었으며, Luke(루크)는 “Luc(뤽)”이 되었다.
- 이탈리아에서는 C-3PO는 D3-BO로, R2는 "Cinunopiotto"로, Darth Vader는 “Lord Darth Fener"로 각각 소개되었다.
- 독일에서는 C-3PO를 “Ce-Dreipeo”라고 불렀다.
- 한국에서 <스타워즈>가 처음 개봉되었을 때 'force'는 ‘기’로 번역되었다. 따라서 “May the force be with you"는 ”기의 가호가 있기를“이라고 번역되었다. 따지고 보면 force라는 개념 자체가 동양 철학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은 것이기에 이 해석은 원문보다 오히려 루카스의 의도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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