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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양 일기방

마음이에게 쓰는 이모의 편지

작성자YAYA|작성시간24.01.15|조회수427 목록 댓글 23

Dear: 나의 빛나는 별 마음에게…

2020년 12월 9일. 우리 집에 처음 온 너.
추정나이 4세였던 너.
(센터에서의 첫만남에 두려움과 낯설음에
간사님에게 구해달라는 듯 간사님만 바라보던 너의 모습)

2023년 12월 9일. 벌써 3년. 이제 추정나이 7세.
너무 빠른 세월… 조금만 더 천천히 가줘.
더 많이 사랑하고 싶어. 더 많이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

여전히 산책을 나가면 주변 상황에 경계하는 너.
냄새맡는 건 좋지만 수많는 소리는 무서운 너.
친구 강아지는 좋지만 친구와 같이있는 사람은 무서운 너.
꼬리를 잘 들지 못하고 늘상 긴장하다가도
아무도 없을 때는 또 괜찮아지는 너.


누구에게 무슨 학대를 당했던걸까…?
모자쓴 남자와 키 큰 남자는 싫어하는 너…
184의 키가 큰 아빠가 간식주고 이것 저것 챙겨줄 땐
아무렇지 않게 좋아하다가도
아빠가 일어서면 눈치보다가 하우스로 숨는 너…
아빠가 누워 있을 때는 또 괜찮아하며
슬쩍 다가와 아는 척 하는 너.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뭘 하고 싶냐는 물음에
내가 모르던 너의 과거로 돌아가
너를 만나 너의 아픔을 모두 치유해주고 싶다고 답했어.

그렇게 할 수 없기에 나는
너에게 과거의 상처를 덮을 만큼
많은 즐거움과 행복과 사랑의 경험을 잔뜩 하게 해주고 싶어.

모든 사람이 다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길에서 산책 하는 너를 보면
너무 예쁘다 귀엽다 해주시는 분들이
세상에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어.

우연히 나의 눈에 띄어
빛나는 별빛으로 다가와
나의 눈에. 나의 심장에. 나의 머릿속에 콕 박혀 들어온 너.
나의 일부가 되어준 너.


내가 너를 구조 했다지만. 사실 아니야.
네가 나를 구해준 거야.

병원에서 다른 치료를 받다가
우연한 계기로 검사받아
우울증이 중증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알았어…
네가 나를 단단히 붙잡아 주고 있었다는 걸…
그래서 우울증이 있는지를 느끼지 못했다는 걸…

할 수만 있다면 나의 수명 반을 똑 떼어 너에게 줄텐데…
벌써 너는 8세로 접어드는 구나…
여전히 아기같은 네가 중년이 되어가는구나…
조금만 더 일찍 만나지… 더 오래 같이있게…

그러니 마음아.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고
유산균 먹기 싫다고 자꾸 코로 유산균 눈 날리지말고.

운동 하기 싫다고 갈때는 죽상이다가
돌아올 때만 경쾌한 표정으로 즐거워하며
집에간다 아싸라뵤~~~ 하는 표정으로 겁나 뛰지말고…

집에 무슨 금은보화라도 숨겨놨나? 싶은 마음이 들어…
산책 가자고 목줄 들면 갑자기 죽상돼서
표정 티나게 구기며 도망가지 좀 말고

무슨 어르신마냥 방바닥에 몸 지지며
집이 최고지 암…. 하면서 늘어져만 있지좀 말고.

장난감 던지기 놀이하면 꼴랑 4번 가져와놓고
무슨 한시간 뛴 놈 마냥 크헉. 흐헉. 훅. 헉. 거리다가

다섯번째 던지면 니가 주워와 새끼야 하는 표정 짓고는
쯧… 하는 느낌으로 한숨쉬며 가버리지 말구…

뭐 요구사항 있을 때만 이모한테 와서
요구사항 끝나면 짤 없이 가버리지 말고…
조금만 더 옆에 안겨 있어주면 안되겠니?

이제는 뭔가 하기 싫을 걸 해야 할 때
나 아플까봐 입 달달달 떨면서
손을 살짝 무는 척만하고 핥으며 그윽한 눈빛으로
그만 해달라고 하는 순하고 순한 내사랑.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다.
우리에게 와주어서…
나의 가족이 되어주어서 너무도 고맙다.
평생을 든든히 지켜줄게.


From : 이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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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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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YAYA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1.16 감사합니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워낙 소심한 놈이라 젓가락만 좀 강하게 놓거나
    떨어트리는 소리에도 화들짝 하면서
    뭔 축지법을 쓰는지 순식간에 2미터 멀어져 있지만
    아빠를 싫어하는 건 아닌 데 일어나면 뭔가 기억이 나는지…
    앉거나 누우면 잘 다가오고 좋아하고 그러는데 말예요.
    저희 아버지가 캡 모자를 자주 쓰시는데
    캡모자쓰면 잘 안 다가오더라구요.
    모자 벗으면 바로 와요…
    그래서 저는 모자쓰고 갈 일 있을 땐
    밖에서 쓰고 벗고 들어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소셜 | 작성시간 24.01.16 YAYA 업무하러 나가는 입구에 길양이가 며칠전부터는 밥을 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았고. 2년집에서 돌보고 있는 길양이 꼬양이는 얼마전에서야 조금씩 눈길을 주고 있습니다. 유기견이었던 아미도 대화를 하면서 조그만 소리가 커져도 화들짝 놀라 숨으면 보듬고 다둑거리면서 안정시켜주고 있습니다. 마음이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를 발원하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YAYA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1.16 소셜 감사합니다!
    올 한해 즐거운 일만 가득 하시길!
  • 작성자바비네 | 작성시간 24.01.16 눈물이 핑 돌다가 또 웃다가 🤣
    모든 보호자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글이네요♥
    예~전에 센터에 있을 때보다
    지금 가족들은 만나고 정말 많이 달라진 마음이 모습에 항상 입양일기 볼 때마다 가슴이 몽글몽글 얼마나 따뜻해지는지 몰라요!🥰
  • 답댓글 작성자YAYA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1.16 그렇지요?
    아주 미모 포텐이 팡파라팡팡 파방팡 터집니다.
    올해는 비록 미용의 실패로
    지금은 쥐파먹힌 슬픈영혼 같은 모양새지만
    털은 금방 자랄테니까요!!! 크흐흑….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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