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원고 작업 때문에 바빠 잠깐 뜸했습니다. 오늘쯤엔 꼭 임보일기 올려야지 했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생각치 못했던 이야기를 쓰게 되었네요.
어젯밤부터 갑자기 은동이가 힘이 없고 표정도 평소처럼 밝지가 않았습니다. 찐 고구마를 줬는데 여느 때와 달리 조금 먹다가 말고 몸도 많이 뜨거웠습니다. 오늘 오전에 닭고기를 줬을 때는 아예 먹지를 않기에, 점심 무렵 차를 빌려서 급히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홍역 양성 진단을 받았습니다.
집에 계시던 뚱아저씨가 곧장 병원으로 출발하셨고, 저는 그 사이 집에 있는 피피를 데리러 가기 위해 은동이와 함께 다시 집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아무 증상이 없긴 하지만 피피도 당장 키트검사를 해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은동이를 다리 위에 앉히고 피피를 데리러 가는 길, 머리는 복잡했고 마음은 갑갑했습니다. 제 다리에 기운 없이 엎드려 그런 상태에서도 제 손을 열심히 핥고 있는 은동이......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혼자 집에서 저와 은동이를 기다릴, 그때로서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피피.......
어떡하지, 어떡하지, 안 되는데, 안 되는데...... 집에 가는 내내 그 두 마디 말만 중얼거렸습니다. 황량한 폐허에 속수무책 묶여 저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나타나주기만을 기다렸을 은동이입니다. 그런 은동이에게 또 다른 폐허, 또 다른 어둠이 드리워진다는 것이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한편 피피는 저에게 최고의 강아지이자 단 하나뿐인 제 새끼입니다. 피피는 다른 강아지들을 임보하겠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제 선택이었고 제 의지였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겠지만, 제 선택 때문에 피피가 위험해진다면 저는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두 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은동이가 홍역 양성이 나오긴 했어도 초기라는 것과, 피피가 키트검사에서 음성 반응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피는 항체 검사를 해보니 홍역에 대한 항체가 거의 바닥이었습니다. 다른 질병에 대한 항체는 괜찮은데 왜 홍역 항체만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피피가 잠복기이고 나중에라도 홍역이 발병한다면 항체가 거의 없는 피피가 무사할지 알 수 없습니다.
일단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습니다. 양성 판정을 받은 은동이는 물론 음성 판정을 받은 피피도 홍역 치료 주사를 맞았고(홍역 치료 주사는 예방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두 아이 모두 항체를 형성시키고 영양을 공급해주는 혈청도 투여했습니다.
치료 중에도, 그리고 치료 후에도, 저는 아이들을 잘 먹이고 잘 재우면서 은동이가 홍역균과 싸워 이기기를, 피피가 홍역에서 무탈히 비껴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팅커벨 회원님들도 저와 같은 마음으로 기도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폐허에서도 강하게 이겨낸 은동이가 또 한 번 고비를 넘기고 완전히 삶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도해주세요. 임보 강아지들과 언제나 잘 지내주었던 우리 피피가 위험에 처하지 않기를 기도해주세요.
*
어제 이전의 사진들입니다. 피피도, 은동이도, 무사하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때처럼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아이들의 사진을 빠른 시일 안에 반드시 올리겠습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마루동자(안양) 작성시간 14.02.06 은동이, 피피 모두 무사할겁니다~
아가들을 위해 기도 할게요~~
부디 힘내세요~~
은동아~~이겨낼 수 있어..그렇지??
우리 은동이 괜찮을 거야... -
작성자뽀그리(인천) 작성시간 14.02.06 이제 정말 좋은일만 생길거였는대....은동아...힘내!!! 피피님 은동이도 피피도 별일 없을꺼에요~힘내세요!!
-
작성자치즈 작성시간 14.02.06 네.네..피피님 저도 믿고 꼭 기도하겠습니다.
옆에서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하는 것이 죄송하고
어떤 도움을 드려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 매우 안타까울 뿐이에요...ㅜ.ㅜ
피피님께서 힘내시길...사랑하는 우리 은동이와 피피가 무탈하기를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
작성자원이(영도구) 작성시간 14.02.06 은동이도 피피도 무사히 잘지나갈겁니다~피피님~~잘챙겨드시고 힘내세요~~
-
작성자조마미(서울) 작성시간 14.02.06 요즘 좀 정신없이 바빠서. 잘 안들어와봤더니... 은동이가 홍역이라니요. 참.....
우리 은동이가 홍역. 힘든병인건 틀림없지만 꼭 이겨내리라 믿어요.
피피도 별탈없이 잘 지나갈꺼예요
그래야만 하구요.
기도 많이 드릴께요.
피피님 힘내세요.
은동아! 힘내서 꼭 건강해져야 해!
행복하게 살아보는거야.
피피도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