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흐려 있는 하늘에 스산한 바람에 찬 기운까지.
공연히 가슴 속이 뻥 뚫리고 시린 게 참 견디기가 힘든 하루였습니다.
며칠 동안 바자회 물품 발송에 온 힘을 다 쏟고 나니 기력이 바닥에 떨어져 버린 듯도 하고.
생각 난 김에 한 번 올려봅니다.
차라리 이럴 땐 이유 없이 울어봐도 좋을 것 같아서.
혹시나 모르실 분을 위해서.
흰둥이는 유기견이었습니다.
짱구가 엄마와 함께 길을 가다 작은 상자 안에 담겨진 하얀 강아지를 발견했죠.
처음엔 엄마가 반대했지만 앞으로 산책이며 밥 주기, 목욕 같은 거 다 짱구가 하기로 약속하고 입양을 합니다.
함께 사는 동안 짱구는 흰둥이에게 솜사탕, 배꼽긁기 등을 가르치고,
명석한 흰둥이는 짱구 대신 엄마 심부름으로 장도 봐오고 짱구 동생 짱아도 돌보고.
정식 TV판은 아니고, <짱구는 못말려> 작가(故우스이 요시토)가 사망한 후 팬이 쓴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13년 후, 짱구와 흰둥이>
나는 흰둥이, 짱구의 친구
13년전에 주워진 한마리 개
새하얀 나는 폭신폭신한 솜사탕 같다며
달콤해 보인다며 꼭 껴안겼다
그날부터 쭈욱 함께...
"다녀오겠슴다~~~"
언제나처럼 인사를 하며 짱구는 집에서 달려나갔다
윗옷을 든 채, 입엔 식빵을 집어넣고 있는것을 보니 오늘도 지각인거겠지
특히 올해는 짱구네 엄마가 말한 '수험생' 이라는거니까 더 바빠진 듯 하다
확실히 요즘들어 짱구는 나에게 신경써 주질 않는다
어쩔수 없다고는 하지만 뭔가 좀... 응... 쓸쓸한걸지도 몰라
"이쪽을 봐주지 않을까...." 하는 기분과, "힘내라!!!"는 기분
그 두가지가 뒤섞여서... 어쨌든 조금이라도 뭔가 해주고 싶어서...
작게 짖어보려고 했지만, 할 수 없었다... 왠지 엄청 졸려...
요즘 자주 드는 이 이상한 감각
밥을 맛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산책 가는것도 그다지 흥미 없어졌다
하지만 쓰다듬 받는것은 아직 좋아해 ^^
안기는것도 좋아해
'수험생' 이란것이 끝나면 짱구는 다시 나를 잔뜩 쓰다듬어 줄까?
껴안아줄까...?
나는 짱구를 쫓아가고있다
다시 아침이 되었다
짱구의 엄마가 나를 차에 태워 주었다
차는 새하얀 집 앞에서 멈춘다
새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눈 앞에 서있다
두사람이 뭔가 이야기를 하고있다
하얀 사람이 내 몸을 여기저기 만진다
짱구네 엄마가 울고있다...
어째서 울고있는지는 모르지만, 위로해줘야지
하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어떻게든 눈을 뜨려고했지만 굉장히 지쳐서...
닫혀가는 눈동자를 옆으로 향하니,
거기에 비친것은 더러워진 털뭉치
어째서 이렇게나 초라해져버린걸까...
아아... 그런가
내가 이렇게 되버려서인거야
그래서 짱구는 나를 바라봐주지않는거야
맛있어 보이지 않으니까
달콤해 보이지 않으니까...
나는 더이상 솜사탕이 될 수 없어...
한번 바닥에 떨어진 과자는 더이상 먹을수 없으니까
아무리 툭툭 털어내도 역시 달콤해 보이진 않지
하지만.. 너는 한번 주워주었어
누군가가 떨어트리고, 이젠 필요없다고 말한 솜사탕을
그러니까 이제 된거야
내 몸은 아마 다른 누구보다 내 자신이 제일 잘 알고있어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괜찮다고...
왜냐면 꿈 속은 저렇게나 따듯하고 달콤해서
그러니까 그곳에 있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거야
짱구가 이쪽을 봤다
잠시 눈을 여기저기 굴린 후 나를 찾아내서, 얼굴을 찡그러트린다
"흰둥아"
이름을 불렀다
정말 오래간만에
"멍"
어떻게든 목소리를 내었다
정말 작아서, 유리 너머로는 들리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지만
하지만, 확실히 짱구에겐 닿았다
짱구가 가까이 온다
창문을 열고 나에게 손을 뻗어서
"흰둥아 괜찮아. 내가.. 어떻게든 해줄게"
드디어 안아준 짱구의 가슴은
잔뜩 두근거리고있었다
꿈속의 몇십배나
너무나 따듯했다
짱구의 앞머리가 얼굴에 닿았다
그 몸은 끊임없이 떨렸고, 굉장히 차가워보였다
나를 껴안은 채 움직이려 하지 않는 짱구
짱구에게 안긴 채 움직일 수 없는 나...
짱구가 울고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적어도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짱구의 볼을 햝았다
짱구의 볼은 조금 이른 봄의 맛
끊임 없이 흐르는 눈물을 핥으면서 어떤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곳을...
지금 짱구가 주저앉아있는 이곳을 알고있어
여기는 너과 내가 처음 만난 장소
너와 나의 첫 장소...
난 기다리고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있으면 언젠가
언젠가 떨어진 솜사탕이라도, 주워서 탁탁 털고
"아직 먹을 수 있어" 라고 말해줄 사람이 와줄거라고
"흰둥아"
이름을 불러서 나는 얼굴을 든다
아직 눈물로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웃고 있었다
"흰둥아 간지러워~ 그렇게 내 눈물만 핥으면 짠 솜사탕이 되어버릴꺼야...
그래서 흰둥아, 나 기다리고있으니까... 이번엔 내가 기다릴테니까
그러니 다시한번, 달콤해 보이는 솜사탕이 되어서 돌아오는거다?"
나는 짱구에세 안겨서 마지막 꿈을 꾼다
한번 더 솜사탕의 꿈을...
눈을 떴을 땐 누구보다도
네가 달콤해 보인다고 말해 줄 솜사탕이 되기 위해서
폭신폭신한 솜사탕
네가 아주 좋아한다는 기분을 담았던
너만의 솜사탕
나는 흰둥이, 짱구의 친구
13년전에 주워진 한마리 개
새하얀 나는 폭신폭신한 솜사탕같다며
달콤해 보인다며 꼭 껴안겼다
이번에는 분홍색의, 폭신폭신한 솜사탕이 되어서
널 만나러 갈게
짱구는 언제나 빨간 셔츠와 노란 반바지
쬐그만 손은 나랑 비슷한 크기...
흰둥이, 손
흰둥아, 돌아
흰둥아, 솜사탕
"저기 짱구야, 난 짱구를 아주 좋아해"
"나도 흰둥이를 아주 좋아해 흰둥이는 나의 제일 친한 친구야!"
솜사탕으로 가득 찬 세계는 언제나 폭신폭신하고 언제나 따듯해서
언제까지나 술래잡기를 할 수 있어...!
언제까지나...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짱아바라기(부산) 작성시간 15.12.18 으으으...짱구랑 흰둥이 광팬인데ㅠㅠ 그래서 울집 아가이름 짱구동생 짱아~~ 동네 꼬맹이들이 강아지 이름뭐에요? 짱구동생 짱아야~ 요래대답하는데...흰둥이 이야기 넘 슬퍼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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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돼지엄마(강서오복맘) 작성시간 15.12.18 흰둥이라 그런지 오복이랑 자꾸 겹쳐지면서 읽혀서 먹먹해지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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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이천사(송파구) 작성시간 15.12.18 짱구랑흰둥이한테그런사연이 한참울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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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밍밍(부산) 작성시간 15.12.19 잘봣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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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누리네(양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12.19 슬픈 내용이지만 잠시나마 힐링이 좀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내 아이를 한 번이라도 더 돌아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