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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돈을 쓸어 담고 있다(3) /젠슨 황이 가리키는 미래 사회

작성자정임표|작성시간26.06.08|조회수36 목록 댓글 0

어저께는 일론머스크에 대해서 썼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SpaceX) 지분 매각 및 상장 관련 소식으로 전 세계 투자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기술이 바꿀 미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세계의 돈은 이제 전부 기술투자로 몰리고 있습니다. 6월 12일이 4일 남았네요. 오늘은 젠슨 황에 대해서 소개합니다. 머스크가 우주와 지구의 물리적 연결(우주 인터넷, 화성 이주)을 꿈꾼다면, 젠슨 황은 그 물리적 세계 자체를 지능화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두 거인이 만들어갈 미래 사회가 각각 어떤 모습으로 우리 삶에 찾아오게 될지 비교해 보는 것도 아주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아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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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돈을 쓸어 담고 있다(3)

젠슨 황이 가리키는 미래 사회/수필가 정임표

 

 최근 서울 홍대 거리와 잠실 야구장은 한 인물의 등장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한국을 찾은 엔비디아(NVIDIA)의 CEO, 젠슨 황이다. 그는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홍대 고깃집에서 삼겹살에 소맥을 곁들이며 "Go 코리아!"를 외치는가 하면, 잠실 야구장에서 시구를 마친 뒤에는 친근하게 '치맥'을 즐기며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사로잡았다. 세계 테크 산업을 쥐락‌펴락하는 글로벌 거물이 보여준 이 소탈하고도 파격적인 행보는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그가 삼겹살과 치킨을 즐기며 건넨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한국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한국은 앞으로 매우 바빠질 것"이라 호언장담한 그의 말 속에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인류의 문명과 산업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겠다는 거대한 청사진이 담겨 있다. CES와 GTC (주석 참조)등 세계 무대에서 그가 일관되게 던져온 메시지를 바탕으로, 젠슨 황이 가리키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세 가지 축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미래 사회는 화면 속의 지능이 현실 세계로 걸어 나오는 ‘물리적 AI(Physical AI)’의 시대가 될 것이다.

 

젠슨 황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등장이 서막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다음 물결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어 물리 법칙—중력, 마찰력, 가속도 등—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지능의 탄생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가상 세계 안에서 완벽한 시뮬레이션을 가능케 하는 ‘디지털 트윈’과 ‘옴니버스(Omniverse)’ 기술이 있다. 미래의 공장,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은 가상 공간에서 수천만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먼저 훈련된 후 현실에 배치된다. 인간이 기피하는 위험하고 반복적인 노동은 인간의 형태를 한 로봇이 대체하게 되며, 이는 전 세계적인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과거의 장군들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지도 위에서 '도상 훈련'을 했다면, 젠슨 황의 미래 사회에서는 AI 로봇과 자율주행차가 현실 세계로 나오기 전 옴니버스라는 가상 공간에서 완벽한 '디지털 도상 훈련'을 마친다"는 것이다.

 

가상 세계에서 수억 번의 '디지털 도상 훈련'을 거친 AI는 어떤 돌발 상황이 와도 대처할 수 있는 '완벽에 가까운 상태'가 된다. 이렇게 오차가 제로에 가까워진 훈련 결과(소프트웨어)를 현실의 로봇이나 공장에 그대로 주입(배치)하는 것이다. 그러면 현실세계로 갓 튀어나온 신형 로봇이 마치 10년 숙련공처럼 오차 없이 완벽하게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과거의 장군들이 지도 위에서 도상 훈련을 할 때는 인간의 예측 한계 때문에 현실에서 늘 '작전 실패(오차)'가 발생했지만 젠슨 황의 '디지털 도상 훈련'은 신(God)의 영역처럼 완벽한 가상 우주를 만들어놓고 AI가 직접 무한대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것이다. 따라서 "인류는 이제 시행착오라는 비용을 가상 세계에 전부 지불해 버리고, 현실 세계에서는 오직 '완벽한 결과물'만 수확하겠다"는 젠슨 황의 거대한 야심이 담긴 대목으로 이해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둘째, 직업과 노동의 개념이 ‘에이전틱 AI(Agentic AI)’를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된다.

 

젠슨 황은 미래의 기업이 소수의 인간 직원과 수백만 개의 AI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 예견한다. 여기서 에이전틱 AI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비서를 넘어, 인간에게 목표를 부여받으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주체적으로 실행하여 결과물까지 만들어 내는 일종의 '디지털 대리 인간'을 의미한다. 이들은 코딩이나 재무, 마케팅 등의 복잡한 프로세스를 알아서 완수하는 능동적인 동료로 활약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일자리가 대거 사라질 것이라는 인류의 공포에 대해 젠슨 황은 오히려 ‘슈퍼휴먼(Superhuman)’의 탄생이라는 긍정적 비전을 제시한다. AI는 인간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 능력을 100배 증폭시켜 주는 도구이다. 미래에는 AI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잘 다루는 다른 인간과 경쟁하게 될 것이며, 인간은 더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기획에 집중하게 된다. 과거의 우등생은 AI가 가장 잘하는 일(정답 맞히기)을 잘하는 사람이었지만, 미래의 우등생은 AI가 절대 할 수 없는 일(의문 품기와 질문하기)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말과 같다.

 

마지막으로, 미래 사회는 언어의 장벽과 기술의 진입 장벽이 무너지는 대평등의 시대가 될 것이다.

 

젠슨 황은 "코딩의 시대는 끝났다" 선언한 바 있다. 과거에는 컴퓨터를 부리기 위해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야 했지만, 이제 인류가 가진 가장 완벽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다름 아닌 인간의 ‘모국어’이다. 컴퓨터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프롬프팅(Prompting)’ 능력과 자신이 속한 분야의 전문 지식(도메인 지식)만 있다면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기술을 부릴 수 있다. 이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자기 지식 범주 내에서의 의문과 질문을 정확하게 잘 던지기만 하면 복잡한 기술적 해결은 AI가 전담한다는 뜻과 같다. 더 쉽게 설명하면, 예전에는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모여 수개월 동안 협업해야 했던 '사람의 언어를 컴퓨터 언어로 치환하는 일'을, 이제는 인간 기획자가 말로 방향을 제시하면 개발 전문 AI 에이전트들이 스스로 코드를 짜고 테스트하며 소프트웨어를 뚝딱 완성해 낸다는 것이다. 이 기술로 인해 인간이 응용하는 모든 분야의 기술이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에서 인류 전체의 보편적 도구로 전환되는 ‘기술 민주화’가 실현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초고속 연산과 대규모 AI 민주화를 지탱하는 엔진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미래의 양자컴퓨터가 아니다. 전통적인 CPU 중심의 컴퓨터 체제를 전면 혁신하여, 수만 개의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엔비디아 고유의 'GPU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이 바로 이 거대한 변화의 현실적 기반이다. 다만 이 가속 데이터 센터들을 가동하기 위해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는 만큼, 지속 가능한 대안 에너지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숙제도 함께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대와 강남의 밤거리에서 젠슨 황이 우리에게 보여준 행보와 비전은 디스토피아가 아닌 강력한 휴머니즘을 내포하고 있다.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노동의 굴레에서 해방시키고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사회. 가상과 현실이 완벽하게 융합되어 산업의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사회. 그것이 바로 그가 가리키고 있는, 그리고 한국의 파트너들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하는 멀지 않은 미래의 풍경이다.

 

일전에 올렸던 일론 머스크가 우주선과 로봇 등 미래 사회의 강력한 '몸(하드웨어)'을 개척하면, 젠슨 황은 이를 가동할 초고속 GPU 연산력이라는 '뇌(지능)'를 공급함으로써, 두 거인은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며 인간이 AI 대리인과 협업하는 '슈퍼휴먼의 시대'를 함께 열어가고 있다고 보면 정확한 해석이 된다. 여기에 한국의 기술과 자본이 함께 승선하라는 것이다. 신대륙을 찾아 항해에 나선 컬럼부스가 자금을 모으고 같이 배를 타고 항해할 용기 있는 선원을 모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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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석 :

  GTC: GPU Technology Conference =엔비디아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의 AI 및 개발자 콘퍼런스. 본래는 엔비디아가 자사의 그래픽 칩(GPU) 기술과 개발자 생태계를 공유하기 위해 시작한 행사였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서, 현재는 전 세계 AI 트렌드와 새로운 하드웨어(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술이 최초로 공개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AI 허브 콘퍼런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젠슨 황이 매년 이곳에서 기조연설(Keynote)을 통해 미래 비전을 발표합니다.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 매년 전 세계 기술 트렌드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매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IT·테크 전시회입니다. 과거에는 TV, 냉장고, 스마트폰 같은 '가전제품' 위주였으나, 현재는 AI, 자율주행차, 로봇, 메타버스, 헬스케어 등 인류가 첨단 기술로 만들어내는 모든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총망라하는 기술 경연장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이 그해의 신제품과 미래 전략을 이곳에서 가장 먼저 공개합니다. 외우실 필요는 없고 그냥 이런게 있는 정도만 이해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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