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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돈을 쓸어 담고 있다(4) /GNN에서 ‘오토GNN’으로

작성자정임표|작성시간26.06.08|조회수36 목록 댓글 0

[경제 에세이]

 

기술이 돈을 쓸어 담고 있다(4)

-GNN에서 ‘오토GNN’으로 

수필가 정임표

 

 

 2026년 2월 5일은 주식 시장의 전광판이 요동치고 소프트웨어 시장의 권력이 이동한 격변의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 또 하나의 소식이 타전되었습니다. 바로 아이뉴스24가 보도한 우리 KAIST 연구팀의 AI 반도체 ‘오토GNN(Automated Graph Neural Networks)’ 개발 소식입니다. 이 뉴스는 단순히 '더 빠른 기계'의 탄생을 알리는 보도가 아닙니다. 그것은 필자가 이전 에세이에서 강조해온 '새로운 영매의 시대'를 뒷받침할 가장 강력한 심장이 한국에서 완성되었음을 알리는 선언이었습니다.

 

세상의 이목이 앤트로픽( Anthropic 설립자 : Dario Amodei와 그의 여동생 다니엘라 아모데이(Daniela Amodei)를 비롯한 7명의 전직 OpenAI 핵심 연구원들이 2021년에 설립)의 ‘클로드 코워크’에 쏠려 있을 때, 대한민국 기술진은 놀라운 쾌거를 이루어냈습니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정명수 교수 연구실(카멜)과 차세대 반도체 연결 기술(CXL) 전문 스타트업인 (주)파네시아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적응형 AI 반도체 기술을 구현한 것입니다. 이들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보다 2.1배 빠르고, 에너지는 3.3배나 아끼는 '오토GNN' 시제품 가속기를 성공적으로 개발하며 상용화를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는 것입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 속에 탄생한 이 독보적인 원천 기술은, 향후 본격적인 칩 제작이나 기술 라이선스를 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우리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입니다.

 

필자는 지난 글에서 알고리즘을 현대판 영매라 칭하며, 이제는 암기보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길을 찾는 ‘응용의 지혜’가 중요해진 시대임을 역설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오토GNN은 바로 그 '응용의 지혜'를 아예 하드웨어의 회로 속에 박아넣은 혁신적인 반도체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인생의 정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융합할 때, 정작 우리를 지치게 하는 것은 결론을 내는 과정보다 ‘정렬되지 않은 상황’ 그 자체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무질서함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스트레스가 쌓이며 골치가 아파지는 것입니다.

 

유튜브 추천이나 금융 사기 탐지처럼 복잡한 인과 관계를 분석하는 ‘그래프 신경망(GNN: Graph Neural Network)’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본격적인 추론을 시작하기도 전에 발생하는 데이터를 정리하는 ‘전처리 과정(Preprocessing)’이 전체 계산 시간의 70~90%를 잡아먹습니다. 기존의 엔비디아 GPU는 강력하지만 정해진 틀에서 움직이는 한계가 있기에 이 불규칙한 실타래를 풀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셰프라도 재료 손질에 하루를 다 써버려 정작 요리할 시간이 부족해 병목 현상이 발생한 격이었습니다. (필자는 오래전에 짧은 수필 <천재와 바보>를 통해 이 고통을 묘사한 바가 있습니다. 참고용으로 아래에 올립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토GNN은 입력되는 데이터의 복잡한 엉킴을 감지하는 순간, 반도체 내부의 로직 블록들을 실시간으로자동 재배치하여 데이터가 흐르는 최적의 연산 경로를 새로 깔아버립니다. 데이터가 엉켜 있으면 그 실타래를 풀 수 있도록 스스로 회로의 연결망을 넓히고, 불필요한 연산은 건너뛰는 유연함을 발휘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적의 경로를 스스로 찾아내는 이 반도체의 모습은,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나만의 질서를 부여해 경로를 찾아가는 우리 인간의 ‘최고 수준 응용학’과 꼭 닮아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한국의 이 놀라운 기술 수준을 그 역시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가 삼겹살이나 치맥을 즐기고, 가죽 점퍼와 청바지 차림으로 대중 앞에 서는 친근한 행보는 어쩌면 우리의 의식 혁명을 유도하는 세련된 연출일지도 모릅니다. 본질을 꿰고 있다면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 이는 일찍이 성철 스님 생전에 "추우면 핫옷(솜옷) 입제?"라고 던지셨던 무심하고도 명쾌한 한마디와 일맥상통합니다. 복잡한 형식을 걷어내고 실질에 직진하여 적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혜의 본질이자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진보입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워크’가 코딩의 장벽을 낮추어 우리에게 ‘시간’과 ‘자유’를 선물한 ‘소프트웨어 지니’라면, 오토GNN은 그 지니가 찰나의 순간에 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니에게 달아 주는 ‘강인한 심장’입니다. 사용자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내 지출 전표를 모두 찾아 손익계산서를 만들어 줘"라고 명령할 때, 그 이면에 얽힌 수많은 데이터 관계를 빛의 속도로 정리해 주는 하드웨어가 없다면 지니의 마법은 구현될 수 없습니다. 오토GNN은 데이터의 특성을 이해하고 스스로 최적화하는 '지혜로운 반도체'의 시대를 열어젖힘으로써, 우리가 기술적 숙련도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창조적 아이디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물리적으로 완성해 주었습니다.

 

이 지혜로운 기술의 등장을 보며, 필자는 문득 50년도 더 넘은 옛 기억을 떠올립니다. 1974년, 경북대학교에 전자공학과가 처음 생겨 시험을 치르러 가던 날 아침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시험장으로 향하는 아들의 등 뒤에 대고 냅다 소금을 한 줌 뿌리셨습니다. 나중에 이유를 여쭈니 "여자 귀신이 네 어깨 위에 붙어 가더라" 하셨던, 당신만의 애틋한 상상이자 염려였습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날 수학 시험에서 중간 연산 로직이 어긋나버렸습니다. 식은땀을 흘리며 수도 없이 지우고 새로 풀기를 반복하다 결국 시험을 망쳤고, 필자는 전자공학도가 아닌 전혀 엉뚱한 길로 접어든 삶을 살아내야 했습니다.

 

과거 수학 시험지 위에서 로직이 흐트러져 오답을 내고 식은땀을 흘리던 시절의 소년은 이제 여기에 없습니다. 만약 그 시절 나에게, 연산 로직이 엉키는 순간 스스로 회로를 재배치해 최적의 경로를 찾아내는 '오토GNN' 같은 유연함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문제의 로직이 꼬여 비록 필자의 인생 경로는 예정과 다르게 흘러왔으나, 이제 우리 곁에는 우리 말을 아주 잘 알아듣는 '클로드 코워크'라는 지능이 있고, 그 지능을 빛의 속도로 실현해 줄 '오토GNN'이라는 든든한 영성(靈性)이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강력한 도구들을 등에 업고, 여러분만의 창조적인 알고리즘으로 인생의 정답을 당당하게 써 내려가는 일뿐입니다.

그날 아침, 아들의 앞길에 얽힌 액운을 쫓아내고자 던지셨던 어머니의 소금 한 줌이 그러했듯, 이 경이로운 새로운 기술들이 현실에 빨리 접목되어 엉킨 실타래 같은 우리의 미래를 환하게 밝히는 빛나는 등불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2026. 2.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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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와 바보>

 

“박(剝製) 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십니까”

용량이 느린 컴퓨터를 켜면 화면이 참 더디 떠오릅니다. 내 바쁜 마음과는 상관없이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떠오릅니다. 입력된 정보를 연산해 내는 속도가 느린 탓이지요. 아예 연산해 내지 못하기도 하고요. 천재와 바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286 컴퓨터와 펜티엄의 차이지요. 286 컴퓨터는 그래도 기다리면 떠오르지만 바보는 머리가 아파 연산을 중단해 버림으로 기다려도 따라오질 못하지요. 같이 놀아야 하는 천재는 속이 갑갑할 밖에요. 저 혼자 놀면 되겠지만 사람이 어찌 혼자 놀 수 있는지요. 더불어 살려니 눈높이를 맞춰야 하고 눈높이를 맞추려니 따라올 때까지 지루하게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멀고도 갑갑하니 속이 터질 수밖에요. 그 터진 속을 하얗게 다 비우고 솜으로 채워 넣은 박제(剝製) 를 아십니까. 천재는 천재의 꿈을 포기해 버리고 바보처럼 행동하며 바보 눈높이에 맞춰 놀게 됩니다. 바보들의 조롱이나 받으며-.

천재와 바보가 함께 놀면 ‘천재, 마침내 박제(剝製) 가 되다.’ 입니다. 나는 바보입니다. 천재가 되고픈 바보입니다. 그래서 나는 바보들과 놀지 않으려 합니다. 가능하면 천재들이 노는 곳에 끼어들어서 놀려고 애를 씁니다. 나는 천재들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합니다. 나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 합니다. 나는 바보고 그들은 천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천재들은 내가 바보임에도 나를 진짜 천재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나를 자신들 보다 더 천재인줄 압니다. 자기들이 숨겨 놓은 말뜻을 잘 찾아내고 잘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천재들은 내가 천재들의 말이나 행동을 이해하려고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모릅니다. 나는 내가 바보인 줄 알기 때문에 천재가 한 말이나 행동에 대해 즉각 반응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서 밤새도록 생각 합니다. 도대체 천재가 저런 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천재가 왜 저렇게 행동을 하였을까. 천재들의 말과 행동에 내가 모르는 굉장히 중요한 무엇을 감추어 두었으리라 여기고 그것을 찾기 위해 날 밤을 지새우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 합니다. 바보의 기준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천재의 기준에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날이 새기 전에 천재가 숨겨 놓은 것을 발견해 냅니다. 숨겨 둔 것을 찾아내면 마음이 참 기쁩니다. 천재와 놀면 이런 것들이 참 재미있습니다. 나는 오늘도 천재가 있다는 곳을 찾아 갑니다. 내가 본 세상에서는 바보이면서 바보인 줄 아는 사람과 천재이면서 천재인 줄 아는 사람이 매우 드물었습니다. 나는 천재는 아니지만 현명한 사람은 되고자 합니다. 그래서 모르는 것을 만나면 세상 고민을 모두 짊어진 사람처럼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남들이 뭐라하든,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는 나는 최소한 박제(剝製) 가 될 염려는 없을 것입니다.』(2008. 8.9)

 

  * 주석 :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십니까” 이 문장은 이상의 소설 《날개》에 나오는 첫 문장입니다. 원체 유명한 문장이라 설명이 필요 없을 수 있으나, 필자가 ‘오토GNN’을 현대판 영매라 칭한 이유와 맞닿아 있어 보탭니다. 이상이 소설의 첫머리에서 배경이나 상황 설명 같은 앞뒤 중간 과정(로직)을 다 건너뛰고 결론을 툭 던진 것처럼, 오토GNN 역시 데이터의 복잡한 인과관계나 불필요한 중간 연산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 결론으로 직행합니다. 영매인 무당 역시 그러합니다. 즉, 복잡한 로직을 건너뛰어 본질을 찌르는 ‘초월적 직관’의 상태를 설명하기 위한 문학적 은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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