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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壁) 김기택
옆구리에서 아까부터 무언가가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내려다보니 작은 할머니였다. 만원 전동차에서 내리려고 혼자 헛되이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승객들은 빈틈없이 할머니를 에워싸고 높고 튼튼한 벽이 되어 있었다. 할머니가 아무리 중얼거리며 떠밀어도 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있는 힘을 다하였으나 태아의 발가락처럼 꿈틀거릴 뿐이었다. 전동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고 닫혔지만 벽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할머니가 필사적으로 꿈틀거리는 동안 꿈틀거릴수록 점점 작아지는 동안 승객들은 빈틈을 더 세게 조이며 더욱 견고한 벽이 되고 있었다.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문명 비판적 ✳표현상의 특징 전동차 안에서 허우적대는 할머니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 일상적인 모습을 통해 현대사회의 모습을 비판함 ✳주제 : 이웃에의 관심과 배려가 없는 현대 사회 비판 ❒이해와 감상 1 전동차의 만원 승객들 사이에서 헛되이 허우적거리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이웃에의 사랑과 관심이 부재한 이기적인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할머니의 앞에 놓인 ‘벽’은 소외된 계층이 느끼는 넘을 수 없는, 가진 자들의 이기적 방어막이며 그 앞에서 약자들은 단절감을 느끼며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벽’을 구성하고 있는 자들은 언젠가 다른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또 다른 ‘벽’에 갇히게 될 것이므로 이웃에의 사랑과 배려로 그 ‘벽’을 무너뜨려야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해와 감상 2 어느 만원 전동차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묘사함으로써 인간성을 점차 상실하며 각박해져 가는 세태를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다. 만원 자동차에 끼여 꼼짝도 못하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외면하는 사람들을 ‘벽’이라고 표현하면서 할머니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소외되고 그들을 외면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풍자하면서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를 반성하게 하고 있다. ❒이해와 감상 3 세상에 이보다 더 견고한 벽이 어디 있을까. 이 벽은 의로운 누군가에 의해 반드시 무너지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실천의 결실이 아니라 실천 그 자체다. 실천이 없는데 무슨 결과가 있겠는가. 지금 '그 벽'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도 나중에는 이 시의 할머니처럼 '그 벽'에 갇혀 무서움에 떨 것이다. - 정호승 <시인> ❒구성 ✳1~5행 : 만원 전동차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할머니 ✳6~11행 : 빈틈 없는 승객들이 만든 벽 ✳12~17행 : 더 세게 조여 오는 견고한 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