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읽기 ■
『삼국유사』 권1 기이, 신라 시조 혁거세왕
진한 땅에 옛날에는 여섯 마을이 있었다.
그 첫째의 것이 알천 양산촌(閼川楊山村)이니, 남쪽의 지금 담엄사 일대에 위치했었다. 이 마을의 우두머리는 알평(謁平), 그는 하늘에서 표암봉으로 내려왔다. 이 알천 양산촌의 우두머리 알평이 급량부(及梁部) 이씨(李氏)의 조상이 되었다.
그 둘째 것이 돌산 고허촌(突山高墟村)이다. 이 마을의 우두머리는 소벌도리(蘇伐都利). 그는 하늘에서 형산으로 내려왔다. 이 돌산 고허촌의 우두머리 소벌도리는 사량부(沙梁部) 정씨의 조상이 되었다. 이 사량부를 지금은 남산부라고 하며 구량벌, 마등오, 도북, 회덕 등의 남쪽에 있는 마을들이 이에 속한다.
그 셋째의 것은 무산 대수촌(茂山大樹村)이다. 이 마을의 우두머리는 구례마(俱禮馬: ‘俱’자 대신에 ‘仇“자를 쓰기도 함)인데, 그는 하늘에서 이산(伊山: 계비산이라고도 함)으로 내려왔다. 이 무산 대수촌의 우두머리 구례마는 점량부(漸梁部) 또는 모량부(牟梁部) 손씨(孫氏)의 조상이 되었다. 지금은 장복부(長福)라고 하여 박곡촌 등의 서쪽에있는 마을들이 이에 속한다.
그 넷째의 것은 취산 진지촌(嘴山珍支村)이다. 이 마을의 우두머리는 지백호(智伯虎)다. 그는 하늘에서 화산(花山)으로 내려왔다. 이 취산 진지촌의 우두머리 지백호는 본피부 최씨(崔氏)의 조상이 되었다. 지금은 통선부라 하여 시파 등의 남동쪽에 있는 마을들이 이에 속한다. 최치원이 바로 본피부의 사람이었다. 지금도 황룡사 남쪽에 있는 미탄사 남쪽에 옛터가 있어 그것이 문창후(文昌候) 최치원의 옛날 살던 집터라고들 말하고 있으니 거의 틀림이 없다.
그 다섯째의 것은 금산 가리촌(金山加里村)이다. 이 금산 가리촌의 우두머리 지타('祗陀'로도 씀) 한기부(韓岐部) 배씨(裵氏)의 조상이 되었다. 지금은 가덕부라고 하여 상서지 ․하서지 ․내아 등의 동쪽에 있는 마을들이 이에 속한다.
그 여섯째의 것은 명활산 고야촌(明活山高耶村)이다. 이 마을의 우두머리는 호진(虎珍), 그는 하늘에서 금강산으로 내려왔다. 이 명활산 고야촌의 우두머리 호진은 습비부(習比部) 설씨 (薛氏)의 조상이 되었다. 지금은 임천부라 하여 물이촌 ․잉구미촌 ․궐곡('葛谷'이라고도 씀) 등의 동북쪽에 있는 마을들이 이에 속한다. 이상 6촌에 관한 기록을 살펴보면 그들 6부의 조상이 모두 하늘로부터 내려온 것 같다. 노례왕25) 즉위 9년에 비로소 6촌을 6부로 개정하여 그 명칭을 고치고, 그리고 여섯 가지 성을 각각 내려 주었던 것이다. 오늘날 그곳 풍속에 중흥부를 어미라 하고, 장복부를 아비, 임천부를 아들, 가덕부를 딸이라고 하는데 그 연유는 자세하지 않다.
중국 전한의 선제 (宣帝) 5년27)(B.C. 69) 3월 초하룻날에 있었던 일이다.
6부의 조상, 즉 6촌의 우두머리들은 각기 그 자제들을 데리고 알천가 언덕에 모였다. 회의를 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우리에겐 위에 군림하여 백성을 다스려 갈 군주가 없다. 때문에 백성들은 각자 제 마음 내키는 대로들 행동하여 질서가 잡혀지지 않고있다. 어찌 덕 있는 분을 찾아내어 군주로 맞이하지 않겠으며, 나라를 세우고 도성을 갖추지 않을까보냐?"
그때다. 회의장소인 알천가 언덕에서 남쪽으로 그다지 멀지 않은 양산 기슭에 이상한 기운이 보였다. 그들은 좀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바라보았다. 양산 기슭의 나정(蘿井) 곁, 그 신비스러운 기운은 땅으로 드리워져 있었고, 그것은 마치 전광과 같았다. 그리고 그 서기가 드리워진 곳엔 흰 말 한 마리가 꿇어 절하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곳으로 몰려갔다. 그리고 흰 말이 절하고 있는 곳을 찾았다. 그 흰 말 앞에는 자줏빛 알(혹은 푸른 빛깔의 큰 알이라고도 함)이 하나 놓여져 있었다. 말은 사람들을 보더니 길게 소리쳐 울고는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그 알을 갈라 보았다. 알에선 한 사내아이가 나왔다. 생김새가 단정하고 아름다웠다. 모두들 놀라고 신기해했다. 아이를 동천(동천사는사뇌야(詞腦野) 북쪽에 있다)에 데리고 가서 몸을 씻겼다. 아이의 몸에선 광채가 났다. 새와 짐승들이 덩달아 춤을 추었다. 하늘과 땅이 울렁이고 해와 달의 빛이 더욱 청명해졌다.
그래서 혁거세왕(赫居世王)이라 이름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직위에 대한 칭호는 거슬한(居瑟邯)이라고 했다.
6촌 사람들은 하늘이 자기들의 임금님을 내려 준 이 경사를 여간 기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들은 말했다.
"이제 천자님은 이미 강림하셨다. 그렇다면 또 덕 있는 아가씨를 찾아 왕후로 짝을 지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역시 이날 사량리에 있는 알영 우물가에서 한 마리 계룡이 나타나더니 그 왼편 옆구리로 한 계집아이를 탄생시켰다. 그 자태가 유달리 고왔다. 그러나 한 가지 그의 입술이 마치 닭의 부리처럼 생겼었다. 곧 월성 북쪽에 있는 시내로 데리고 가서 씻겼더니 그 부리가 빠지면서 예쁘장한 사람의 입술이 나타났다. 부리가 빠졌다고 해서 그 시내의 이름을 발천(潑川 )이라 했다.
남산 서쪽 비탈(지금의 창림사터임)에다 궁실을 짓고서 두 신성한 아이들을 받들어 길렀다. 사내아이는 알에서 태어났고, 그 알이 마치 박 같았으므로 박(朴)이라 성을 지었다. 그리고 계집아이는 그가 나왔던 우물의 이름 알영 (閼英)을 따서 이름으로 했다. 성남아(聖黑兒)와 성녀아(聖女兒), 이 둘이 자라 열세 살이 되었을 때, 즉 한의 선제 17년(B.C. 57)에 성남아 혁거세는 왕으로 추대되었고 성녀아 알영은 왕후가 되었다. 그리고 국호를 ‘서라벌(徐羅伐)' 또는 '서벌'이라 일컬었다. 혹은 '사라'․'사로'라고도 했다. 처음 왕이 계정(鷄井)에서 출생했기 때문에 국호를 '계림국(鷄林國)이라 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계림이 상서로움을 나타낸 때문이었다. 한편 다른 얘기로는 탈해왕 시대에 김알지(金閼智)를 얻게 될 때, 닭이 숲 속에서 울었다고 해서 국호를 계림으로 고쳤다고도 한다. '신라'란 국호를 정한 것은 후대의 일이다.
혁거세왕은 나라를 다스린 지 61년, 하늘로 올라갔다. 하늘로 올라간 뒤 7일 만에 왕의 유체(遺體)가 흩어져 땅으로 떨어지며 알영 왕후도 따라 돌아가셨다고 한다. 서라벌 사람들이 그 흩어져 내린 왕의 유체를 한자리에 모아 장사지내려 했더니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사람들을 쫓아내며 그렇게 못하게 했다. 하는 수 없어 다섯 부분으로 흩어져 놓인 그대로 각기 따로 능을 모았다. 다섯 개의 능, 그래서 오릉이라 했다. 한편 구렁이에 관련된 능이기 때문에 사능이라고도 했다. 담엄사 북쪽에 있는 능이 그것이다.
태자 남해(南解)가 왕위를 계승했다.
▰신화의 상징성 알아두기.
․ 나정(蘿井) : 우물이 등장한 것은 이 부족이 농경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신이(神異)한 전기적 성격이 강조되고 있다.
․ 흰 말 한 마리 : 백마는 강우(降雨)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따라서 백마의 등장은 나정과 동일하게 농경 생활의 단면을 보여 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자줏빛 나는 알 한 개가 있고, : 이 언급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알에는 태양신의 후손이라는 관념이 내재되어 있다.
․ 월성(月城) 뒷내물에 - 주둥이가 뽑혀져서 떨어졌다. : 이것은 아마도 당시의 여자들이 성년식을 치르는 모습의 형상화일 것으로 추측된다.
․ 나라를 다스린 지 - 유해가 흩어져서 땅 위로 떨어졌다. : 이런 신화는 사망과 부활을 파종과 재생으로 비유하는 농경 사회에서 나타난다. 반고가 죽어 그 시체를 각기 사방으로 흩어져 만물이 되었다는 중국의 창조 신화가 이와 성격이 같다.
■ 심화 학습 ■
1. 고주몽 신화와의 공통점
① 난생 설화의 모티프를 보여주고 있다.
② 하늘에 그 혈통이 있다. (신성성 강조)
2. 고주몽 신화와의 차이점
① 영웅소설의 계열인 시련과 고난의 상황이 나타나 있지 않다.
② 구체적 혈통을 알 수 없음
③ 남성 영웅과 여성 영웅의 결합이 중시됨(이 결합으로 인한 후세의 탄생이 중시되는 것은 아님)- 부모대보다 영웅 자신의 결합이 더 중시되고 있다.
3. 박혁거세 신화의 특징
혁거세신화 자체의 특색으로는 다음 몇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이 신화는 씨족사회가 연합되어 하나의 왕국으로 뭉쳐가는 과정을 반영하고 있다. 혁거세신화는 이미 하늘에서 강림한 여섯 촌장 위에 새로이 군림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통치자를 부각시키고 있다.
▰둘째, 천신이 강림하되 다른 신화 같이 묏봉우리가 아닌 우물에강림한 점이 특이하다. 신라 시조 탄생의 성역이 산기슭의 우물이란 것은 신라의 종교에 있어 우물이 성역이었음을 뜻하고 있다.
▰ 셋째, 동명왕이나 수로왕과 마찬가지로 다 같은 난생인데, 혁거세의 알이 박에견주어져 있는 점이 이 신화의 특색으로 지적될 수 있다. 이같은 알과 박 사이의 뒤섞임은 혁거세가 ‘불거네’ 내지 ‘ 내’로 얽혀지면서 그 불 또는 ?이 박과 비슷한 소리였다는 데서 생겨났음직한 것이다. 그렇다고 박이 알과 마찬가지로 ‘신령의 집’ 또는 ‘넋의 그릇’이 될 수있음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 넷째, 두 거룩한 아이가 같은날에 신비롭게 태어나 배필로서 짝지워졌다는 저도 혁거세신화임을 생각할 때, 별신굿에서 남녀신령의 강림과 그 짝지어짐이 일어나는 사례를 연상시켜주고 있다. 별신굿의 그 짝어짐이 이른바 신성혼 또는 신들의 혼례라면 그 가장 오래 된 선례를 혁거세신화에서 찾게되는 것이다.
오늘날에까지 전해진 별신굿에서도 신내림에 수반된 신들의 혼례가 굿의 진행에 있어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다섯째, 알영이 탄생할 때 입술이 닭부리처럼 길었다가 뒤늦게 떨어진다는 모티프는 동명왕신화에 등장하는 유화를 연상시키고 있어 매우 흥미롭고, 그만큼 이 신화의 특색있는 부분을 이루고 있다.
알영의 경우는 계룡탄생의 모티프와 대응되는 것이지만, 동명왕신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있는 것으로 보아 ‘여성의 입사식’ 절차를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 끝으로, 혁거세 주검의 산락은 괴기하다고 할만큼, 다른 건국신화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 신화의 특색이다. 해석하기 대단히 어려우나, 이 부분은 시베리아샤머니즘의 성무식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시체분리의 모티프와 대응된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는데, 앞으로 좀더 자세히 고증해 볼 필요가 있다. (자료 출처 : 한국사전연구사간. 국어국문학자료사전)
■ 핵심정리 ■
▮갈래 : 신화. 건국 신화. 창건 시조 신화
▮성격 : 난생(卵生) 설화의 성격을 띰
▮사상 : 태양 숭배 사상을 나타냄. 천부지모(天父地母). 동물 숭배
▮특징 : 투쟁적인 북방계의 신화에 비해 평화로운 남방계 신화의 특징이 드러남
▮문체 : 설화체
▮제재 : 혁거세와 알영의 탄생
▮주제 : 혁거세와 알영의 탄생과 그들이 왕과 왕비가 된 내력
▮출전 : <삼국유사>
■ 작품 해설 ■
이 신화는 다른 건국 신화와 마찬가지로 ‘천신(天神)의 강림(降臨)에 의한 건국’이라는 것을 그 기본 줄거리로 하고 있다. 이야기의 주체(主體)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天神)이고, 그 주체가 성취하는 객체(客體)는 건국이라는 점에서 다른 건국 신화와 다를 바 없다. 그 밖에 탄생 이전에 보이는 신비한 징표들, 예를 들면 하늘에서 내리 뻗은 이상한 기운, 백마(白馬), 자줏빛, 천지의 진동 등이 나타나고 있다든지, 알에서 부화한다든지 하는 것은 다른 신화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이다. 혁거세 신화의 특성은 이 신화가 씨족 사회가 연합되어 하나의 왕국으로 뭉쳐 가는 과정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 천신(天神)의 강림(降臨)이 우물에서 이루어진다는 점, 혁거세의 알이 박에 견주어 묘사되고 있다는 점, 신성한 두 아이가 같은 날 태어나 부부로서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 알에서의 탄생이 동명왕 신화와 유사하게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줄거리■
진한(辰韓) 땅에 육부(六部)가 있었는데, 나라를 다스릴 덕 있는 임금이 없어 걱정이었다. 하루는 육부 사람들이 높은 곳에 올라 남녘을 보니, 우물 옆에 이상한 기운이 하늘에 뻗쳐 있고, 흰 말이 꿇어 절하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곳에 가 보니 붉은 알이 하나 있었다. 그 알을 쪼개니 훌륭한 사내아이가 나왔다. 사람들이 그를 임금으로 모셔 혁거세왕으로 불렀다. 이 때 알영(閼英) 우물가에 계룡(鷄龍)이 나타났는데, 그 왼편 갈비에서 아름다운 여자 이이가 탄생하였다. 사람들이 그를 알영으로 부르고 혁거세왕과 짝을 지어 왕비로 모셨다. 혁거세왕은 나라를 다스린지 61년만에 세상을 떠났다.
■ 이해와 감상 1■
신라 건국신화. 나정 근처에서 발견한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가 6촌 사람들의 추대로 왕위에 오르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박박(朴)씨의 시조 신화이기도 하다. 박혁거세는 하늘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는 점에서 단군이나 주몽의 탄생과 그 성격이 통한다. 그렇지만 혁거세 신화는 단군신화나 주몽 신화에서처럼 결혼을 통하여 국조가 출생하는 것이 아니라, 국조(國祖)가 출생한 다음 짝을 찾아 결혼하는 것으로 내용이 설정되어 있다.
이 신화(神話)는 『삼국사기』권1에 있는 '신라본기 혁거세 거서간 (赫居世居西干)'조에도 전한다. 이때 '거서간'은 왕이라는 뜻이다.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의 기록은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그리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
이 신화는 천강 난생(天降卵生) 신화이다. 이런 유형에는 「김수로왕 신화」가 있다. 천제 (天帝)가 직접 등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빛과 같은 신비스러운 서기(瑞氣)가 땅으로 드리워져 있었다든지, 백마가 길게 울고는 하늘로 올라갔다든지 하는 것 등으로 혁거세의 본향이 하늘임을 시사하고 있다. 혁거세는 또 「선도산 성모 이야기」에 보면 선도산 성모(聖母)가 낳았다고 되어 있기도 하다. 이 신화는 고구려나 부여의 신화처럼 시련이나 투쟁의 과정이 없이 아기 때부터 숭앙을 받았다는 점이 그들 신화와는 다르다. 여기에 등장하는 말은 천마(天馬)로서 천신족의 권위의 상징이며, 위대한 인물의 탄생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이해와 감상 2 ■
이 작품은 대표적인 남방계 난생(卵生) 신화로 혁거세는 하늘이 낸 알에서 탄생한 신성한 존재로서 6부를 통합하여 새로운 국가(신라)의 임금이 되었으며 그의 왕비 알영도 신성한 존재로 태어났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혁거세와 알영의 출생 과정이 대응되는 내용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혁거세와 알영이 탄생한 곳이 우물가라는 점이 같고, 인간과 다른 모습으로 태어났다는 점이 같고, 목욕을 시킨 후에는 성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이 같은 것이다. 여기에서 태어난 우물가나 목욕을 시킨 시내는 모두 물과 관계가 깊은 지역이다. 예부터 물은 원형적으로 재생(再生), 신생(新生)을 의미한다. 기독교의 세례 의식도 이런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 이 신화를 일종의 상징으로 보고 역사적으로 해석할 때, 이 신화는 천강족(天降族)인 북방 민족이 한반도 남쪽으로 이동한 시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6부의 조상인 6촌장이 모두 단군 신화의 환웅과 같이 하늘에서 산으로 내려왔다는 점이 이것을 말해 준다. 또 6부의 지도자들이 모여 왕을 추대할 것을 의논한 것으로 보아 이 신화는 부족 사회 내지 부족 연합 사회 형성기의 역사적 사실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하였다고 논해진다. 그리고 이 신화를 단군과 주몽의 신화적 일대기를 기록한 북방계 신화와 비교할 때, 평화로운 기상이 드러나 있다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즉, 주몽이나 단군은 주체적 활동의 결과로 나라를 세우고 지배자가 되었는 데 비해 혁거세는 방자해진 백성들을 덕으로 다스리는 임무를 띠고 타의에 의해 왕으로 추대된 것이다. 이렇게 덕치(德治)를 통해 민심 통합과 사회의 안정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북방계 신화와 달리 투쟁보다는 평화를 중시하는 남방계 신화의 특성이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다.
■ 이해와 감상 3■
이 신화는 다른 건국 신화와 마찬가지로 '천신(天神)의 강림(降臨)에 의한 건국'이라는 것을 그 기본 줄거리로 하고 있다. 이야기의 주체(主體)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天神)이고, 그 주체가 성취하는 객체(客體)는 건국이라는 점에서 다른 건국 신화와 다를 바 없다. 그 밖에 탄생 이전에 보이는 신비한 징표들, 예를 들면 하늘에서 내리 뻗은 이상한 기운, 백마(白馬), 자줏빛, 천지의 진동 등이 나타나고 있다든지, 알에서 부화한다든지 하는 것은 다른 신화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이다. 혁거세 신화의 특성은 이 신화가 씨족 사회가 연합되어 하나의 왕국으로 뭉쳐 가는 과정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 천신(天神)의 강림(降臨)이 우물에서 이루어진다는 점, 혁거세의 알이 박에 견주어 묘사되고 있다는 점, 신성한 두 아이가 같은 날 태어나 부부로서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 알에서의 탄생이 동명왕 신화와 유사하게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