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 쇄국정책… '미토스·페이블' 외국인 사용 막았다
"안전장치 부족" 수출 금지 명령
입력 2026.06.15. 00:52업데이트 2026.06.15. 09:51
미국 정부가 탁월한 해킹 능력으로 사이버 보안 업계에 충격을 줬던 앤스로픽의 AI(인공지능) 모델 ‘미토스’에 대한 외국인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AI 모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첫 번째 수출 금지 조치로 강력한 성능을 가진 AI를 국가 안보 무기로 취급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외신들은 이번 규제를 계기로 그동안 미국의 AI 모델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국가·기업들이 하루아침에 AI 접근권이 끊길 수 있다는 리스크를 깨닫게 되면서 자체 AI 모델을 보유하려는 ‘AI 주권’(소버린 AI) 확보 경쟁이 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출시 3일 만에 중단 명령
미국 정부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모든 외국 국적자에 대해 앤스로픽의 AI 모델인 ‘페이블5’와 ‘미토스5’ 접속을 금지하는 강력한 규제를 발표했다. 두 모델은 앤스로픽이 지난 4월 일부 기관과 보안 연구자에게 제한적으로 공개했던 ‘미토스 프리뷰’의 정식 서비스 버전이다. 앤스로픽은 해킹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보안 관련 안전·제동 장치를 갖춘 일반인 전용 페이블5와 성능 제한 없이 검증된 기관에만 제공하는 미토스5를 나눠서 출시했다.
미 정부는 두 모델에 대해 미국 국적 이외 모든 외국인의 사용을 막았다. 앤스로픽 직원이라도 외국인이면 사용할 수 없다. 이 같은 조치는 앤스로픽이 페이블5를 해킹 공격 등에 악용할 수 없게 안전장치를 만들어 놨지만 이를 우회하는 이른바 ‘탈옥’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데이비드 색스 미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엑스(X)에 “테스트 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안전장치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냈다”며 “앤스로픽에 모델 배포 중단을 요구했지만 거절했다”고 썼다. 미국 온라인 매체 세마포는 “중국과 연계된 단체가 모델에 접근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도 규제의 원인이다”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앤스로픽은 “정부가 발견한 취약점은 다른 AI 모델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사소한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다만 앤스로픽은 서비스 이용자를 실시간으로 외국 국적자 여부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규제 준수를 위해 두 모델에 대한 서비스 접속을 전면 중단했다.
◇전략 자산으로 승격한 AI 모델
미 정부의 이번 규제는 기술 면에서 가장 앞선 ‘프런티어 AI 모델’이 첨단 군사 기술이나 반도체처럼 국가가 통제하는 전략 자산이 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다. AI가 업무 능률 향상을 위한 도우미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 된 것이다. 미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토스를 국가 안보 자산으로 분류해 수출 통제를 적용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AI 통제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미 정부의 규제는 AI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나 장비 같은 하드웨어를 통제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규제는 AI 모델 자체인 소프트웨어를 처음으로 수출 통제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AI 규제의 새로운 변곡점이다. 지금까지 최첨단 칩·장비 규제는 중국이라는 특정 국가를 겨냥했지만 AI 모델 수출 규제는 미국의 우방국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했다. 첨단 AI 기술의 독점권을 지키기 위해 동맹국까지 예외 없이 통제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AI 규제 기조를 드러낸 것이다. 글로벌 AI 보안 연합체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뒤늦게 합류한 우리 정부와 기업 역시 미토스 접근권에 제동이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허가제로 기업들은 백악관의 뜻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테크업계에서는 과도하고 즉흥적인 규제가 반복되면 AI 기술 발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반발한다.
◇”AI 주권 시대가 왔다”
각국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버린 AI 확보 경쟁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선 국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를 위해 한국어와 국내 산업 데이터에 특화된 AI 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중국에 뒤처진 AI 개발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규모 AI 팩토리·기가팩토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자국의 AI스타트업인 미스트랄AI를 중심으로 독자 AI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중동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UAE는 국영 AI 기업인 G42를 앞세워 AI 인프라와 자체 모델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부펀드가 지원하는 AI 기업 휴메인을 통해 국가 AI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소버린 AI
한 국가나 지역에 특화한 인공지능(AI) 모델로, 자국 언어와 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해외 빅테크의 AI 모델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국의 AI 모델과 인프라를 직접 확보하려는 개념으로 ‘AI 자립’ 전략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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