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가 가르쳐 준 것(문화 산책)
여름 들판에 라벤더가 피어 있다. 끝없이 이어진 보랏빛 물결은 마치 하늘이 땅 위에 내려와 앉은 듯한 풍경을 만든다. 사람들은 꽃을 보기 위해 찾아오지만, 정작 꽃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향기를 내어줄 뿐이다.
라벤더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삶도 이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늘 더 높이 오르려 하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 애쓴다. 그러나 꽃은 경쟁하지 않는다. 옆의 꽃보다 더 크게 피려 하지 않고, 더 화려해지려 애쓰지도 않는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향기를 품을 뿐이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 그런데 오래 기억되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보다 향기로운 사람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사람, 힘든 이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 조용히 자신의 몫을 다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은 라벤더처럼 진한 향기를 남긴다.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멀리 간다. 사람의 인품도 그렇다. 겉모습은 세월 속에 변하지만 마음에서 피어나는 향기는 오래 남는다. 그래서 인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가진 것의 크기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겨 둔 향기의 깊이인지도 모른다.
라벤더 꽃밭을 스치는 바람은 오늘도 아무 대가 없이 향기를 실어 나른다. 자연은 우리에게 말한다. 꽃처럼 살아가라고. 화려함보다 향기를 남기고, 욕심보다 배려를 심으며, 자신의 자리에서 조용히 피어나라고.
보랏빛 들판을 떠나며 나는 생각한다. 꽃은 계절이 지나면 지지만 향기는 기억 속에 남는다. 사람도 언젠가 세상을 떠나지만 사랑과 선의는 오래 남는다. 결국 아름다운 삶이란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속에 좋은 향기 하나 남기는 일이 아닐까.
초여름 라벤더가 오늘도 바람 속에서 그렇게 가르쳐 주고 있다. “향기로운 삶이 가장 오래 피는 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