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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수련이 가르쳐 주는 여름의 품격 10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09|조회수12 목록 댓글 0

수련이 가르쳐 주는 여름의 품격(문화산책)

여름이 깊어질수록 대구 두류공원 성당못은 더욱 푸르러진다. 물 위를 가득 덮은 수련 잎 사이로 노란 꽃송이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민다.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연못 전체를 환하게 밝히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사람들은 흔히 꽃을 본다. 그러나 조금 더 오래 바라보면 꽃보다 잎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넓은 잎들이 서로 겹치고 기대며 물 위에 둥둥 떠 있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주변인지 알 수 없다. 그저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우리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세상은 꽃처럼 눈에 띄는 사람만 기억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수많은 잎들이 세상을 떠받치고 있다. 가정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부모,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이웃, 이름 없이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공동체는 유지된다.

수련은 진흙에서 자란다. 뿌리는 가장 어두운 곳에 있지만 꽃은 가장 밝은 곳을 향해 핀다. 그래서 수련을 보고 있으면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진흙 같은 시간이 있다. 실패와 아픔, 눈물과 외로움이 없는 삶은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꽃을 피우느냐이다.

성당못의 물은 하늘을 품고 있다. 구름이 지나가면 구름을 비추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담는다. 욕심 없이 비워 둔 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가득 채우려고만 하면 아무것도 담을 수 없다. 때로는 비워야 하늘도 들어오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들어온다.

연못가를 걷다 보면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게 된다. 수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가장 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급해하지 말라고, 비교하지 말라고, 자신만의 시간에 피어나면 된다고 말이다.

여름날 두류공원 성당못의 노란 수련은 꽃 한 송이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그것은 자연이 써 내려가는 작은 철학이며,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삶의 품격에 대한 조용한 가르침이다. 오늘도 수련은 물 위에서 말없이 피어 있고, 우리는 그 앞에서 잠시 마음의 속도를 늦춘다. 그러는 사이 여름은 더욱 깊어지고, 삶은 조금 더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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