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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삶이 시들할 때는 새벽시장으로 가 보라 14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11|조회수15 목록 댓글 0

삶이 시들할 때는 새벽시장으로 가 보라(문화 산책)

도시는 잠에서 막 깨어나고 있다. 아파트 숲 사이로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앉고, 골목 어귀에는 알록달록한 파라솔이 하나둘 펼쳐진다. 아직 하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데도 사람들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채소를 다듬는 손길, 생선을 고르는 눈빛, 갓 구운 전의 냄새가 뒤섞이며 새벽시장은 하루 중 가장 생기 넘치는 풍경을 만들어 낸다.

삶이 무겁고 마음이 시들할 때가 있다. 무엇을 해도 의욕이 나지 않고 세상이 잿빛으로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 거창한 여행보다 새벽시장 한 바퀴가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시장에는 살아가는 사람들의 온기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새벽부터 좌판을 펴는 상인들의 얼굴에는 피곤함보다 성실함이 묻어난다. 몇 푼 더 벌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자식의 학비를 마련하고, 하루를 정직하게 살아내기 위해 이른 새벽을 맞이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얼굴에는 묵묵한 삶의 힘이 새겨져 있다.

손님들도 다르지 않다. 장바구니를 든 노인, 자전거를 세워 두고 장을 보는 중년, 아이 손을 잡고 나온 젊은 부부까지.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같은 공간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가격을 흥정하며 웃고, 안부를 묻고, 덤으로 채소 한 줌을 건네는 모습에서 도시가 잃어버린 공동체의 온기를 발견하게 된다.

새벽시장은 살아 있는 인생 교과서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모두가 움직인다. 비록 가진 것은 달라도 희망을 품고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만큼은 같다. 그래서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의 체온이 오가는 삶의 현장이다.

특히 시장의 아침 햇살은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싱싱한 채소 위에 내려앉은 빛, 과일에 번지는 윤기, 사람들 어깨를 감싸는 따뜻한 햇살은 평범한 풍경을 한 편의 그림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 속을 걷다 보면 마음속에 쌓였던 먼지들이 조금씩 털려 나가는 듯하다.

우리는 종종 행복을 먼 곳에서 찾는다. 그러나 행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숨어 있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인사 한마디, 따뜻한 국밥 냄새, 바쁜 손길 속에서도 피어나는 웃음 같은 것들이다. 새벽시장은 그런 소소한 행복들이 아직 세상에 남아 있음을 보여 준다.

삶이 시들할 때는 새벽시장으로 가 보라. 그곳에는 꽃보다 싱싱한 채소가 있고, 음악보다 정겨운 사람들의 목소리가 있으며, 무엇보다 내일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의 삶이 있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인생은 아직 살아볼 만하며, 희망은 거창한 곳이 아니라 오늘을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들 곁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새벽시장은 오늘도 그렇게 우리에게 삶의 온도를 가르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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