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인생처럼(문화 산책)
아침 햇살이 도시의 빌딩 사이로 스며든다. 회색 콘크리트 벽을 타고 오른 덩굴 끝에 연분홍 나팔꽃이 조용히 피어난다. 화려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지만, 그 꽃은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기 위해 망설임 없이 꽃잎을 연다.
나팔꽃을 바라보면 문득 사람의 인생이 떠오른다. 우리는 더 높이 오르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얼마나 높이 올라갔는가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피어났는가 하는 점이다. 나팔꽃은 빌딩 숲을 원망하지 않는다. 척박한 환경을 탓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뿌리내린 자리에서 햇살을 향해 꽃을 피운다.
삶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어려움은 있다. 뜻대로 되지 않는 날도 있고, 바람에 흔들리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나팔꽃 덩굴이 작은 틈을 찾아 위로 오르듯 사람 또한 희망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 중요한 것은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힘이다.
나팔꽃은 하루를 살고 진다. 짧은 생애만 놓고 보면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꽃은 하루를 위해 최선을 다해 피어난다. 오늘의 햇살을 충분히 누리고, 오늘의 바람을 충분히 느끼며 자신의 시간을 아름답게 채운다.
우리는 너무 먼 미래를 걱정하느라 오늘을 놓칠 때가 많다. 내일을 준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오늘을 살아내는 일 또한 소중하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곁에 피어 있는 작은 꽃 한 송이 속에도 숨어 있다.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라고 말했다. 같은 빌딩 숲에서도 나팔꽃은 하늘을 본다. 같은 현실 속에서도 어떤 사람은 절망을 보고, 어떤 사람은 희망을 본다.
도시의 아침을 밝히는 연분홍 나팔꽃 앞에서 생각한다. 인생은 오래 피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빛깔로 피어나는 것이라고. 오늘 하루를 정성껏 살아내는 일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성공이라고.
어쩌면 나팔꽃은 우리에게 조용히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일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늘을 꽃처럼 살아가라”고. 그 소박한 가르침이 바쁜 도시의 아침을 조금 더 따뜻하게 물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