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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삶이 시들할 때는 새벽시장으로 가 보라(1)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19|조회수18 목록 댓글 0

삶이 시들할 때는 새벽시장으로 가 보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아침이 시작되는 곳은 어디일까. 나는 새벽시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시간, 시장은 이미 하루를 열고 있다. 골목마다 파라솔이 펼쳐지고 채소 상자가 오간다. 생선을 손질하는 소리와 국밥집에서 피어오르는 김, 상인들의 힘찬 목소리가 새벽 공기를 깨운다. 새벽시장은 언제나 세상보다 한발 먼저 움직인다.

살다 보면 마음이 시들 때가 있다. 무엇을 해도 의욕이 나지 않고 세상이 잿빛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때 사람들은 먼 여행을 꿈꾸지만, 정작 위로는 가까운 곳에 숨어 있다. 나는 그럴 때 새벽시장으로 향한다.

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사람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새벽부터 좌판을 펴는 상인들의 표정에는 피곤함보다 성실함이 먼저 묻어난다. 가족을 위해, 하루의 생계를 위해 누구보다 먼저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얼굴에는 묵묵히 삶을 견뎌온 시간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손님들의 모습도 정겹다. 장바구니를 든 노인, 자전거를 세워 둔 중년, 아이 손을 잡고 나온 젊은 부부가 같은 공간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가격을 흥정하며 웃고, 안부를 묻고, 덤으로 채소 한 줌을 건네는 풍경은 오래전 잊고 지냈던 공동체의 온기를 떠올리게 한다.

새벽시장은 살아 있는 인생 교과서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모두가 더 나은 오늘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가진 것은 달라도 희망을 품고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만큼은 같다. 그래서 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를 넘어 사람의 체온이 오가는 삶의 현장이 된다.

아침 햇살이 시장에 스며들면 풍경은 더욱 따뜻해진다. 채소 위의 물방울은 보석처럼 빛나고 과일은 윤기를 머금는다. 사람들 어깨 위에 내려앉은 햇살은 평범한 일상을 한 폭의 그림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 길을 걷다 보면 마음속 먼지들도 조금씩 털려 나가는 듯하다.

우리는 종종 행복을 먼 곳에서 찾는다. 그러나 행복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 반갑게 건네는 인사 한마디,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바쁜 손길 속에서도 피어나는 웃음 같은 것들이다. 새벽시장은 그런 소박한 행복이 아직 세상에 남아 있음을 보여 준다.

삶이 시들할 때는 새벽시장으로 가 보라. 그곳에는 꽃보다 싱싱한 채소가 있고, 음악보다 정겨운 사람들의 목소리가 있으며, 무엇보다 내일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풍경 속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희망은 거창한 곳이 아니라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곁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새벽시장은 오늘도 우리에게 삶의 온도를 가르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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