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의 문제, 지방자치제 이야기
김세성
1. 식민지와 자치제
식민지란 어떤 것인가? 현대식의 국가는 반드시 식민지를 요구한다. 그 이유는 식민지에서 석탄, 석유, 쇠 그 밖에 온갖 공업의 원료품을 염가로 구하고 그 원료품으로 생산하는 각종의 생산품은 다시 식민지에 갖다가 팔아먹는 데 있다. 그러므로 식민지는 그런 자연물(自然物)이 풍부하고 공업이나 상업이 발달되지 못하고 어리석은 민족일수록 식민지로서는 가장 적당한 것이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가 된 후 영국이 상업이나 공업으로 세계의 일등국이 되고 부자나라가 되었으니 인도는 부원(富源)의 나라이요 3억이나 되는 인구가 있어 식민지로서는 가장 좋은 곳인 것이다.
이를 간단히 말하면 식민지는 그 정복국에 공업의 원료품을 제공하고 그 생산하는 물품의 판매시장인 것이다. 영국은 정복국이니 생산자이요 인도는 식민지이니 소비자이다. 인도와 영국을 예로 들었다 하여 오늘의 세상에서 남의 식민지는 인도 뿐이고 정복국은 영국뿐만인 것은 아니다. 남의 식민지는 인도 이외에도 얼마든지 있고 정복국도 영국 이외에 또한 여러 나라가 있다. 식민지와 정복국과의 관계는 자본가 노동자의 관계나 마찬가지이니 자본가는 노동자의 이익으로 자본이 늘고 배의 기름이 두터워지는 것이니 자본가의 이익이 클수록 노동자의 피와 기름이 마른다. 식민지를 가진 자본주의국가는 날로 강성하고 있으나 그 반비례로 식민지는 쇠퇴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의 10행은 생략한다)
2. 조선의 지방자치제는 어떤 것
벌써 10여 년 전이었다. 기미(己未) 운동이 있던 바로 후에 사이토 마코토(齋藤實) 총독이 문화정치라는 새 간판을 붙이고 조선에 부임하면서 조선 실정에 가장 부합하는 지방자치제도의 입안이란 것이었다. 그리하여 행정에 당한 자로 하여금 그에 대한 조사를 명령하게 되었던 바 그 결과는 2천만의 조선민중은 아직 구습을 타파할 수 없는 형편이고 민지(民智, 역주: 국민의 지혜)의 진보, 경제의 발달, 공공적 정신의 훈련 등으로 지금 곧 지방자치제의 실시는 가능치 못한 일이니 먼저 훗날에 실시할 지방자치제의 과도적 계단으로 대정(大正) 9년(1920) 7월에 공포하여 그해 10월에 실시케 된 것이 지금까지의 과도적 제도이라는 그 자치제였던 것이다. 그가 이제 다시 한 걸음 범위를 확대하였다는 것이 개정된 지방자치제이란 것이니 그는 과연 어떤 것일까. 먼저 그 전의 제도를 보면
1. 부와 면의 자문(諮問)기관인 부면협의회를 둔 것
2. 도지방비의 자문기관인 도평의원회의를 둔 것
3. 조선인의 보통교육을 위하여 부, 군, 도(島)에 학교비의 제도를 두고 그 외 자문기관으로 학교비평의회를 두었으며, 일본인 교육비를 위한 기관으로 학교조합평의회를 둔 것
그 회원을 선임하는 규정은 각각 다른 바가 있으니 부와 지정면의 협의원은 공선이고 보통면의 협의원은 추천에 지나지 못했으며 학교평의회원도 부의 학교평의원은 공선이고, 군이나 도의 학교평의원은 그 군이나 도내의 각 면협의원으로부터 배수의 후보자 중에서 관선하였고, 도평의회원은 그 정원의 3분지 1은 관선, 나머지의 3분의 2는 그 도내의 부, 군, 도의 협의원으로부터 선거한 배수의 후보자 중에서 관선키로 되었던 것이다.
이제 새로 개정되어 지난 4월부터 실시하는 새 제도란 어떤 것이냐 하면
첫째, 부의 지정면의 의결기관으로 부에 읍회를 두고 면에는 면협의회를 둔다는 것
둘째, 도에는 의결기관으로 도회를 둔다는 것이다.
그 선임규정은
1. 부, 읍, 면협의원은 민선
2. 도회의원은 3분의 1은 관선이고 나머지의 3분의 2는 각 선거구에서 부, 읍, 면협의원이 선거케 되었다.
그러면 그 신구의 차이란 무엇인가하면 부·면·도의 자문기관이던 것이 의결기관으로 되었고 지정면을 읍회라 하여 새로운 제도를 선포한 것이며 그 선임방법에 있어 관선을 제하고는 민선으로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원의 임기가 3년이든 것이 4년으로 되었다.
3. 선거권, 피선거권 자격?
부·읍·면이나 도에 의원될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야 될 것인가. 누구나 원한다고 선거되는 것이 아니요 너도 선거할 수 있고 나도 선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나의 생각으로는 김가라는 사람을 가장 적당하다고 인정하나 나는 그 사람을 선거할 수 없고 또 그 사람도 아무리 자격은 그에 가장 적당하다고 할지라도 피선(被選)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어떤 까닭일까. 유권자의 자격을 제정하되 “제국신민인 연령 25세 이상의 남자로 독립하여 생계하고 1년 이상을 그 부나 면에 살고 조선총독의 지정한 부, 면세 5원 이상을 바치는 자라야 회의원의 선거권을 가진다”고 했다.
부세 5원 이상을 바칠 수 있는 정도의 재산가가 얼마나 될 것인가. 일본인은 그가 십(十)이면 팔구(八九)이되 조선인은 일본 사람보다 인구는 많으나 그 5원 이상의 부세를 낼 수 있는 재산가 그 실수에 있어서는 일본 사람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그러니 선거할 자격자도 적고 선거를 받을 자격자도 적다. 그리고 감옥에 가서 징역(懲役, 역주: 원문은 ‘증역’이나 ‘징역’으로 보임)한 자는 그 자격이 없다. 지금 조선 사람의 형세로는 감옥에 가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병신같은 사람들이다. 이일저일 하여 감옥에 가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일이 많았다. 이 두 가지의 사정은 오늘의 조선 사람으로 하여금 지방자치제에 간여할 자격을 상실시켰다.
지금까지 그에 관계한 사람들은 지주, 면장, 대서인(代書人), 퇴직관리, 변호사, 도시의 자본가, 일본인 농장의 농감(農監) 등으로 그네는 정치도 모르고 사회도 모르는 자들이었다. 그네가 당선된 것은 토지가 많은 지주이니 그의 소작인이 투표한 까닭이다. 도시의 자본가는 채무관계로 그에 억눌린 소시민, 소상인들에게서 투표를 받은 것이고 대서인이란 그 대부분이 협잡꾼이어서 그로 돈을 모은 자들로 그 후보에 나서는 것이니 도시의 자본가나 마찬가지의 경우이고 일본 사람의 농감도 지주나 마찬가지 이유로 투표를 받게 되는 것이다. 면장, 퇴직관리 등은 지방에는 봉건적인 사상이 그대로 농후하여 조건 없이 그들을 지지한다. 그렇게 당선된 그들은 면행정을 모른다.
정치란 어떤 것이고 더욱이 민중과의 관계는 전연히 모른다. 그것이 입신양명(立身揚名)으로 알고 군수나 도지사 내무부장에게 아첨하는 것을 영광으로 알 뿐이다. 그러니 민중의 욕구를 살피어 그를 통치자에게 제시하여 민중의 행복을 증진시키지 못함은 물론이고 그 중에도 일본인 농장의 농감으로 있어 다소의 세상물정을 안다는 자는 이권운동에 눈이 어두워있다.
4. 결론
이상에서 우리는 지방자치제란 어떤 것임을 알았고 그는 지주, 자본가, 소수의 중산계급(中産階級)을 어루만지고 농민, 노동자를 더욱 고립화시키는 것임을 알았다. 따라서 그는 농민과 노동자에게는 해는 될지언정 유익은 없는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이미 경제적으로 파멸을 고하여 빈궁화한 우리에게는 아무 인연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주, 자본가, 중산계급에 소속한 우리로 정치적 좌익전선에는 감히 나서지 못하고 그리면서도 아직껏 다소의 (이하 8자 생략) 그 행동을 근신하고 있던 무리 중에서 점차로 그리 진출케 될 것도 명백한 사실이겠다.
金世成, 「今日의 問題, 地方自治制 이야기」, 『별건곤』 제40호, 1931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