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뽀얀 미세먼지 속에서도 마스크 구입이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미세먼지 덕분에 일인당 마스크 생산량이 세계 최다인 나라에서(최대 생산국은 당연히 중국이지만) 난리에 필적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이 이 정도면 다른 나라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 바다 건너 이상한 나라에서는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총알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장기간의 독재를 겪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우리 한국인 들은 비교적 공포에 둔감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긴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무슨 상관이 있었을까. 특정 시간만 되면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맹세해야 했던 사람들이 이제 살 만한 세상이 되니 제 한 몸 건사하려 애쓰는지도 모르겠다. 대중교통이나 공공 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눈총 받는 분위기라 나도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쓰지만. 24시간 내내 쓰지 않는 이상 이 따위 것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냥 재수 없으면 걸린다는 생각이다.
하루 천 만장이나 생산되어도 필요한 사람이 오천 만이면 절대 부족이기 마련이다. 당연히 가격이 오르고 사람들이 아우성친다. 한 장에 오천 원씩 받더라도 일 년에 백팔십 만원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이다. 일 년에 서울 집값 오르는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그럼에도 아파트를 정부에서 사들여 약국에서 팔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그동안 ‘깡’으로 살았던 사람들이다. 앞으로 한 동안 그렇게 살겠지만 최소한 ‘가오;는 잃지 말자. 어차피 모자라는 마스크는 의료진이나 노약자에게 양보하고 조금만 참자, 그게 ‘가오’있게 사는 거다.
지난 새벽 선릉역 주변에 길게 늘어서 있는 택시들을 보다가 문득 택시 하는 친구가 생각나 전화를 했다. 다음 달에 카카오 택시 회사로 전직을 한단다. 기본급 차이가 얼마며 이러쿵 저러쿵… 기대가 큰 모양이다. 세월이 지나도 택시나 대리는 어쩜 저리 똑 같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결국 기사가 가져가는 돈은 별차이 없음을 깨닫지 못한 듯 하다. 돈 보다 맘 편하게 일 할 수 있는 곳이 최선이다. 그 친구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에 수렴하기를 기대한다. 오더를 받는 바람에 자세한 설명을 못 한 것이 아쉽다.
카카오에 대한 글을 쓴 지 일 년이 지난 것 같다. 아직도 ‘프로’ 어쩌구를 시행하는 모양이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보기 보다 모진 놈들이다. 오더가 절반 이상 줄었는데 단독배정이니 서포터니 하며 오더를 가르는 모양이다. 마스크 대란과 비슷한 양상이다. 절대 부족한 오더를 다수의 기사 모두가 나눌 수는 없다. 문제는 게시판의 몇 몇 글처럼 일부 기사에게 먼저 오더를 배정하는 듯 하다. 이 얘기는 택시 하는 친구에게서도 들은 바 있다. 카카오 택시에게 고액의 장거리 콜을 먼저 주고 일반 택시에게는 똥콜을 뿌린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배 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법이다. 더구나 같은 기사를 층층이 갈라서 다른 대우를 하는 것은 이미 ‘ 콜마너’가 실패한 전례가 있다. 이런 방식은 니들이 좋아하는 ‘4차 산업’도 ‘혁신’도 아니다. 그냥 가장 가까운 기사가 수행할 수 있도록 배차 방식을 수정하는 것(니들이 가장 잘하는)이 공정한 혁신이 될 거다. 니들이 ‘서포터’에게 지급하는 혜택은 수많은 ‘안 서포터’의 수고와 땀의 결과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카카오 니들도 약국에서 오더를 주고 싶냐? 아님 몇 년 후에 콜마너처럼 될래?
세상이 코로나로 혼란스러워도 봄은 온다. 지난 주 큰 놈이 사온 수선화가 꽃을 피웠다. 농가 돕기 운동으로 전 직원에게 강매 비슷하게 판매한 듯 하다. “차라리 케익이나 팔지, 저건 먹지도 못하고….” 문득 농사 짓는 친구 생각에 머쓱해졌다. 이 땅에는 다시 싹이 나고 푸르게 변할 것이고 미세 먼지도 다시 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밤거리를 날아 다닐 것이다. 희망이랄 게 뭐 있겠냐 마는 그래도 용기는 잃지 말자. 코로나 따위가 우리 삶을 괴롭혀도 우리는 언제나 처럼 이겨낼 것이다. 모두의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