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奧地)란 '해안이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대륙 내부의 땅'을 뜻하는 단어이지만
대리운전자들이 말하는 오지는 그 개념이 약간 다르다.
즉 오더를 받아 운전을 무사히 수행하여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사방을 둘러보아도 인적이 없는 심심산골이거나
주택이나 상가가 있다고 해도 불빛이 없이 정적만 감돌아 콜이 나올만한 지역이 전혀 아니고,
버스나 전철 등 대중교통이 끊어지고 택시마저 다니지 않아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나오려면 몇 킬로씩 걸어야 하는 지역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리운전자 처지에서는 시내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해도
서울 시내 못지않게 콜이 많이 나온다면 선호하는 지역으로 분류하지만
서울에 속한다 해도 지방 소도시만도 못할 정도로 음침하여 속히 탈출해야 할 정도라면
오지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며칠 전엔 남양주시 호평동에 들어갔었다.

▲ 호평동이란 동네도 알고 보면 꽤 넓다. 지역 경계가 천마산 정상까지 이른다.
따라서 목적지가 호평동인 오더를 잡을 때 지독하게 운이 없는 날에는
만에 하나 산속에까지 들어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임무를 완수하고 나니 자정이 넘어 시내로 나가는 버스 막차 시간이 지났다.
할 수 없이 평내호평역 근처 음식점이 몰려 있는 상업지역으로 걸어나가려고 할 때 콜이 하나 떴다.
출발지는 이마트, 목적지는 신내동이다.
서울 시내로 들어가는 것이고 요금도 괜찮기에 얼른 잡았다.
손과 만나 운전석에 오르니 뒷좌석에 앉은 차주는 미리 요금을 건네준다.
운전자 처지에서는 요금을 선급으로 받는 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
도착하고 나서 일어날 수도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운전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내동은 주택단지가 대부분으로 상권이 형성된 지역 범위가 넓지 않아
강남 지역과 비교하면 대리운전 콜이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서울 시내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그런데 출발하고 나서 손님 이야기를 들으니
그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내가 머릿속으로 그린 것과는 사뭇 다르다.
지금까지 사람이 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던 곳으로서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새벽 한 시쯤 도착하고 보니 이곳은 말로만 서울일 뿐이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보금자리 주택이 조성되어 일부는 입주를 시작했지만, 아직 한창 건설 중으로
밤이 되면 칠흑 같은 어둠이 펼쳐져 무섭기까지 할 정도다.
이 손님이 출발하기 전에 요금을 미리 준 이유는
도착하고 나서 운전자가 그 지역이 오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불평할 수도 있으므로
사전에 그것을 차단하기 위한 고도의 전술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신내동 관내도.
신내역 북쪽은 한창 공사가 진행 중으로 아직은 오지나 다름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따라서 목적지가 신내동인 콜을 잡을 때는 이런 위험요소를 감수할 각오를 하는 게 좋다.
이처럼 서울 시내에 있거나 인접한 지역임에도 공사가 진척 중으로서 도시 모습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은
대리운전자 입장에서 오지라고 부를 만한 동네가 꽤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겠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위례신도시이다.

▲ 위례신도시는 서울 송파구(255만㎡), 성남시(280만㎡)와 하남시(141만㎡) 등 3개 자치단체에 걸쳐 조성되고 있다.
서울시의 동남단에 위치한 위례신도시는
북쪽으로는 한강을 경계로 광진구와 서쪽으로는 탄천을 경계로 강남구와 인접하고,
동으로는 강동구 및 남한산성을 배경으로 경기도 하남시와 남쪽으로는 경기도 성남시와 접하고 있으며
미래지향적 웰빙주거도시 개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10만 8천 명을 수용하는 신도시로 총 4만 3천여 가구가 공급될 예정으로
2017년 12월 사업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
위례신도시는 서울시 송파구 장지동과 거여동,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하남시 학암동 일부가 포함된다.

▲ 서울 송파구 장지동은 상당한 부분이 위례신도시도 들어간다.

▲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은 대부분이 위례신도시에 속한다.

▲ 하남시 학암동
목적지가 송파구 장지동이나 거여동으로 된 콜을 잡을 때는
위례신도시도 들어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출발하기 전에 정확한 목적지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설령 위례신도시로 떨어진다 해도 손님에게 그것을 두고 불평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절실하게 느끼게 된 것은
대리운전에 임할 때 오지로 들어가 고생할 확률을 줄이자면
부동산에 관한 학습도 부지런히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아놀드 서 작성시간 14.02.19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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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콜만-더 작성시간 14.02.20 요새는 서울 경기 어디나 새벽 시간엔
다 오지임.내가 또아리 튼 곳이 오지
아니길 바랄뿐입니다. -
작성자한콜만-더 작성시간 14.02.20 신내동 거긴 몇년전만해도
아파트나 차고지가 없던 시절
망우리나 상봉 면목동에서
15-20k 찍어줘도 안갔던 곳이네요. -
작성자광합성^^하러 나가야지 작성시간 14.02.20 생명의빛님 한줄기 빛이 되네요,,
덕분에 지리공부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파닥 작성시간 14.02.20 오랜만에 좋은글 조은기사님 보는둣 해 기분이 업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