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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그룹의 몰락 2

작성자SD혈계|작성시간12.02.25|조회수4,680 목록 댓글 18

 

-      우리는 탐험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탐험이 모두 끝나고 나면 우리가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될 것입니다. – T.S.Eliot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우리가 저녁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양조장 주인, 제빵업자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의도하지 않았던 공익도 얻게 된다는 논리로 확산되어 신자유주의 논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상 애덤 스미스가 동인도주식회사의 설립에 반대했다는 것을 아는 분은 드물지요.  일개 회사(법인)가 사람과 같은 인격을 갖는 것에 회의적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이 100명이 사는 마을이라면 경제활동인구는 59, 이 가운데 정규직은 28, 비정규직 14, 자영업자가 17명이라고 합니다.  안정적인 상장 대기업에 다니는 정규직은 1명뿐이고, 매출액 상위 2000개 기업으로 넓혀도 3명 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99명이 1명의 경제를 자신의 경제로 착각하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이원재  2012)”  삼성이 많은 이익을 남긴다고 해서 모든 국민들이 잘 사는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대리시장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삼성이나 현대자동차의 직원들이 더 많은 봉급을 받는 것처럼 코리아나 하나로가 많은 돈을 벌면 거기 소속되어 있는 기사들도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설령 더 많은 돈을 번다고 해도 나머지 중소형 업체 기사들도 덩달아 소득이 올라갈 수 있을까요?  단언컨데 대형사가 더욱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의 소득은 점점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삼성을 위협하는 기록적인 이익을 남겨도 협력업체는 겨우 연명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대리시장에서 대표적인 모순이 수발주율에 의한 기만입니다.

 

 

 

 수발주율이란 간단하게 말해 자사 기사가 완료한 타사콜과 타 업체 기사가 완료한 자사콜의 비율입니다.  기사 100명인 A업체에서 소속기사가 타업체의 연합콜 100콜을 완료하고 타업체 기사가 자사콜 50개를 완료했다면, 이때의 수발주율은 50%가 됩니다.  프로그램마다 1(혹은 0, 특차)를 유지하는 수발주율은 조금씩 다르고 일별, 혹은 일주일별로 이 차수가 수발주율에 따라 변경됩니다. 모든 프로그램이 비슷하지만 아이콘 같은 경우 2차로 차수가 조정된다면 밤새 띵동 소리 한 번 들리지 않게 됩니다.

 

 초기에는 로지도 비교적 완고한 수치로 이 비율이 적용된 듯 합니다.  필자가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것이 그 유명한 코리아 가출 사건입니다.  코리아가 로지에 있던 시절, 어느 날 갑자기 소속사의 차수가 초기 화면에 공개 됩니다.  초저녁 일 나온 기사들이 프로그램에 접속하자 초기화면에 빨간색으로 “0000 2라고 표기된 것입니다.  당시 대기지역에서 만나던 코리아 기사 왈 ! 우리 2차야?”  그때의 황당한 표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제일 큰 회사고 설날에 양말도 준다고 자랑하던 분이었습니다.

 

 당시 들리는 소문으로는 코리아 사장이 로지 사무실에 찾아가서 책상을 엎었다느니, 매일 200명씩 기사가 빠져나갔다느니 등등 유언비어가 돌다가 결국 콜마너로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3000명이 넘는 기사를 가진 코리아가 가출함으로써 로지는 수입에 상당한 타격(단순 계산으로도 연간 5억이 넘지요)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타업체 기사들에게는 꽤 공정하게 적용한다는 인식을 주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무슨 사연이든 간에 저렇게 큰 회사도 단칼에 날려버리는 로지의 배짱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거부 기능도 없던 시절, 강남에 가면 온통 10, 12k로 화면을 가득 채우던 업체가 나가버리니 나름 시원하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당시 콜마너를 메인으로 쓰고 있던 업체의 기사들은 걱정과 우려를 금치 못했다는 얘기만 전설로 내려 옵니다.  이 사건 이후로 초기화면에 차수를 표기 하지는 않았지만 기사 정보메뉴에 아주 조그맣게 표기 하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다시 마빡에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수발주 비율이 예전처럼 공정하게 적용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플사(로지, 아이콘, 콜마너. 이후 플사로 표기)들간의 다툼에서 시작된 듯 합니다.  사실은 플사라기 보다는 각 플사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연합장이나 대형사 사장들의 해묵은 감정싸움 내지는 주도권싸움 때문이라는 것이 더 정확할 지 모르겠습니다.  와신상담하며 권토중래를 노리는 코리아의 콜마너가 아이콘과 동거에 들어갑니다.  잠시의 동거로 입은 맞추었지만 손발을 모두 맞추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어쨌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며, 이것이 전쟁의 도화선이 된 듯 합니다.

 

위기감을 느낀 로지는 특단의 발표를 합니다.  로지를 메인으로 쓰고 타플을 사용치 않는 업체에게는 혜택을 주고, 타플에도 오더를 올리는 업체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장치가 바로 수발주율입니다.  타플에도 오더를 올리는 업체에게는 로지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업체보다도 더 높은 수발주율을 요구한 것입니다.  여러 플에 오더를 올리면서 수발주율을 겨우 맞춰 1차를 유지해온 업체들에게는 날벼락이 떨어진 셈입니다.  이어서 콜마너도  바로 같은 방식으로 맞받아 칩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냥 아무 곳이나 한 곳에만 오더를 올리면 문제가 해결될 듯 합니다만, 아시다시피 요즘 업체들은 오더 수 보다는 기사 수로 머리 장사를 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단일 업체라면 단순한 선택의 문제겠지만 N그룹의 대형업체들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사용하는 플들의 1차 유지가 어렵다면 기사들이 빠져나갈 것이 불을 보듯 뻔 할 테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영업비 명목으로 프로그램비마저 환급하는(명목이야 환급이지만 큰 업체들의 협박이겠지요) 일이 발생합니다.

 

소규모 업체가 많은 N그룹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정책들이 남발되고 있는 시점에 얼마전 매우 황당하고 어이없는 정책이 발표됩니다. 로지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업체에게는 수발주율을 30%로 내려 주겠다는 공지입니다. 이게 뭔 소리냐면, 위에 예로든 A업체의 (기사  수가 100, 타업체 콜 완료 100, 타사 기사의 자사 콜 완료 50)의 수발주율은 50%입니다.  이걸 30%로 낮춰주면 타업체 콜을 50개 더 타거나 기사를 50명 더 늘릴 수 있다는 얘기 입니다. 내가 사장이라면 어느 쪽을 선택할까요?

 

또한 기사가 1000명인 업체라면 500명을 더 가입시키더라도 1차가 유지 된다는 것입니다.  이건 각 업체의 개별적인 문제인 듯 보이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엄청난 사건입니다.  애초에 수발주율을 도입하게 된 취지가 무색해집니다.  이런 일을 하고도 창피해하지 않는다면 (아 씨발 쓰다가 열받네) 정말 철면피라 할 수 있겠지요.  어찌보면 수발주율이란 것은 허수입니다.  수발주율을 맞춘 업체의 수익은 수발주율을 맞추지 못한 업체의 이익을 받는 것입니다.  따라서  업체는 열심히 오더를 창출해야 하는 것입니다.

 

수발주율이 50% 1차다  이 말 자체가 모순입니다.  어떻게 남의 오더를 2배나 많이 완료했는데 같은 권리를 줍니까.  로지에 위에 예를 든 똑같은 업체가 10개만 있다고 가정해 보면 답은 쉽게 나오게 됩니다.  모든 업체가 하루에 100개씩의 오더를 올립니다.  그중 50개는 타사 기사가 완료하고 50개는 자사 기사가 완료한다고 치고 계산해 보면 어찌될까요.  총 오더는 1000자사완료 500 = 500개의 오더를 1000명의 기사들이 나누게 됩니다. 모든 업체가 1차가 되면 오더는 절대 부족하게 됩니다.

 

수발주율 30%는 있으나 마나 한 정책입니다. 기사 2000명인 회사는 곧 3000명이 될 것이고 여전히 1차를 유지할 것입니다.  모든 기사는 같은 보험료와 프로그램비를 낼 것이고 업체들은 더 이상 오더 창출에 힘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 대형사 업주들은 오더 없이도 배를 불릴 것이며, 대형사의 많은 기사들은 중소업체의 오더를 메뚜기떼 처럼 쓸고 갈 것입니다.  결국 소형사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길 수 밖에 없겠지요.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밥이 되듯이, 대형사는 소규모 업체에 빨대를 꽂을 것입니다.  기사들은?

 

 

 

수발주율은 60%이상으로 가능한 높이 맞추어야 하며, 업체 규모나 타플 사용 유무에 관계없이 오직 수발주율로만 업체를 평가해야 합니다.  업체는 오더 창출에만 힘써야 하며 더 이상 패널티나 보험료, 프로그램비등으로 수익을 올리는 행위를 자제해야 합니다.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고 사람들의 선한 의지에 기대는 방식으로 이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마치 모래 위에 집을 지으면서 주변의 모래를 퍼내어서 고층을 올리는 것처럼 언젠가 스스로 붕괴되는 결과를 맞이할 듯 합니다.

 

 

 

 

1.     이 글에서 표기된 로지, 아이콘, 콜마너는 업체라기 보다는 각 프로그램사를 실제로 조정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연합장이나 대규모 업체의 대표로 읽으시면 됩니다.

2.     메뚜기떼 표현은 문맥상 이해를 위한 표현이며 대형사에 소속된 기사분들을 폄훼할 의도는 없음을 양지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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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한숨 | 작성시간 12.03.15 넘길어서 익ㄹ기 힘드네요 이아침에... 간단히 합세 ... 수고하셨어
  • 작성자다음평정 | 작성시간 12.03.17 근데 n그룹이...몰락햇나요? 대리판때긴.....수시로편합니다!! 정해진게엄끼대문에..............
  • 작성자대기 | 작성시간 12.09.30 혈계님 들은 공지글로 올려둬야 좋겠거늘~~
  • 작성자V겨울 | 작성시간 12.10.05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군요,,,;;
    감사드립니다 초보 이제서야 감이오네요,,,꾸벅~
  • 작성자밤톨64 | 작성시간 13.01.08 조은글 잘 보앗 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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