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기억이 아직 우리 혈관 속에 흐르고 있다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안의 시 <남은 집>
2008 서울문화재단 무대공연작품제작지원 선정작
2007 대산창작기금 희곡부문 수혜작
2008 동아연극상 참가작
사랑티켓 참가작
우리 삶의 진실이 담긴 무대를 추구하는 ‘우리극 연구소’ 실험공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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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 이호성 길해연 최창우 김결 오승희
무대: 이유정 / 조명: 김철희 / 분장: 백지영 / 의상: 채군기 / 조연출: 정효인
그림: 이택희 / 사진: 김대종 / 디자인: 우보람
제작 :: 우리극연구소
후원 :: 서울특별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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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지구 끝에 남은 집.
내일이면 삼십 년 넘게 살아 온 집을 떠나야 하는 한 가족이 한여름 날 마지막 오후를 보내고 있다.
월남전의 후유증으로 몸도 마음도 병든 아버지 두훈은 죄책감을 덜어내려는 듯 오늘도 집을 지킨다며 담장에 유리병 조각을 두른다.
가출을 반복하다 느지막이 집으로 돌아와 가족을 건사하는 아내 순례는 몰래 술을 홀짝이며 마지막 시간을 견딘다.
세상의 폭력으로 어느 순간 정신을 놓아버린 아들 창해의 더덜거림, 땅 파헤치는 기계소리, 흙 무너져내리는 소리와 함께 십오년 전 아버지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가 뒷산에 자신을 묻은 딸 진선의 혼령이 아직 남아있는 가족들을 찾아온다.
마지막 날까지 진선을 기다리는 두훈,
딸의 죽음을 예감하지만 드러내지 못하는 순례,
그런 순례를 잡아두기 위해 진선의 이름으로 빈 편지를 보내는 창해.
진선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지만 그들에게 가닿지 않는다.
오직 죽음 가까이에 있는 늙은 할아비만이 간간이 진선을 느낀다.
해가 떨어지고 전기와 물도 끊어졌는데,
내일이면 세상에서 사라질 것 같은 늙은 할아비의 끝없이 이어지는 주절거림이 삶의 바다와 뗏목을 만든다.
돛대 위에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떨쳐내지 못하는 죽은 진선이 앉았다.
어쩌면 죽은 아이가 이들의 뱃길을 안내해 줄 지도 모른다.
바닷물 소리 가깝게 와 있고
남은 사람들
그렇게 앉아 먼 곳을 바라본다.
송선호 「연출노트」에서
어쩌면 우리는 모두… 살아남은 사람들
<남은 집>은 철거하는 재개발 지구 맨 꼭대기에 남은 늙은 아비, 두훈, 순례, 창해, 진선 다섯 사람의 이야기다. 가족이라는 틀 속에서 누군가 옮겨온 불행은 서로를 돌고 돈다. 그들은 미래로 나아가는 시간과 삶이 남긴, 기억과 후회 사이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그냥 그렇게 놓여 있다. 과거의 두께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그들은 그냥 남아 견디는 것이다. 망망한 세상 속에 솟은 비루한 섬처럼, 살아있다는 사실조차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을 뗏목처럼, 미래가 다 깎여나간 절벽처럼 다섯 사람은 개인사를 엮어나가고 있다.
월남전에 해병으로 참전하고 돌아온 두훈은, 고엽제의 후유증을 겪는다. 두훈과 순례에게는 아들 창해와 딸 진선이 있다. 깊어가는 병보다 두훈을 더 괴롭히는 것은, 있는 듯이 없는 창해와 없는 듯이 있는 진선 그들이다.
두훈은 젊은 날 목숨 걸고 행했던 자랑스러운 과거가 남긴 자기혐오로 가정을 파괴한 인물이다. 술에 쩔어서 자기학대를 하듯이 아내와 자식들을 학대하고 남은 분노로 젊은 시간을 낭비해온 어리석은 아비다. 몽니를 부리는 두훈을 감당 못한 순례는 가출하고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그때마다 자식들은 볼모처럼 학대당한다.
안팎으로, 폭력적인 세상에 노출되었던 창해는 혼돈스럽고 어눌하게 남은 시간을 살아내는 인물이다. 남은 가족들을 위해 죽은 진선 대신, 잘 있으마하는 빈 편지를 집으로 보낸다. 죽은 이가 산 자들에게 보내는 가짜 편지는 철거 전 날까지도, 그저 그렇게 남은 자들에게 위안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딸 진선은 아비의 무지막지함과 반복되는 불안을 견디지 못하고 십 오년 전, 집 뒤 텃밭이 내려다보이는 뒷산에 이미 자신을 묻었다. 남은 가족들은 단순가출로 믿고 철거전날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지만, 진선은 남은 그들 눈에 보이지 않는 혼으로 다가와 그들을 견뎌내고 있다.
늙은 아비는 ‘살아있는 것은 결국, 모두 죽을 것’임을 감내하듯이 남은 시간을 농으로 살아내는 인물이다. 무뎌진 감각 앞에서 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이, 만사가 둥글어진 아비는 절벽에 얹혀 위태로운 집을 비추는 뽕양한 볕과도 같은 존재이다.
순례는 젊은 날 남편 두훈의 세상을 향한 처절한 몸부림을 함께 겪은 이다. 순례는 수치와 불안이 극에 닿아 잠시잠간 내려갔다가 올라온다. 순례는 자신의 부재중, 취한 두훈에게 앙갚음을 당하는 어린 자식들의 비밀을 알 리가 없다. 지문만 찍힌 빈 편지를 보내는 진선이 꼭 돌아오리라 믿는 순례에게 남은 건 술과 담배이다.
잊혀 진 전쟁사 속에서, 한 가정이 재개발 지구 끝에 위태롭게 남아있다. 삶이 헐리고 곳곳을 파헤치는 굴착기 소리로 사방이 드르륵 거릴 때마다 과거 전쟁의 초토화된 기억과 ‘남은 집’의 위태로움이 슬쩍슬쩍 겹친다. 낡은 것들의 스러짐 위에 새 것이 덮이듯이 현재가 과거를, 미래가 현재를 덮는다. 시공간을 덮는다고 공간을 채우던 기억이, 삶이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남은 집’은 그저 그렇게 놓여서 항변한다.
‘남은 집’은 늙은 아비의 눈을 시원하게 트게 해주는 꿈의 바다가 보이는 뗏목이고 두훈에게는 월남 참전 중에 저지른 과오의 바다가 틈입하는 마당이며 순례에게는 빈 편지가 묻힌 위로의 텃밭, 창해에게는 어눌하고 무기력한 젊음이 하릴없이 드러나는 섬이다. 진선은 세이렌처럼 불온한 유년을 노래하면서 그냥 그렇게 그저 그렇게 남은 그들을 달랜다.
정영욱
<토우> <버들개지>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남은 집>
1999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토우> 당선
2004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버들개지>
2007 대산창작기금 희곡부문 수혜작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남은 집>
<남은 집>은 전쟁의 상처와 그로 인해 고통받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모든 상처는 외견상 아문 것처럼 보이지만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 상처는 전이되기도 한다. 특히 역사에서 집단의 상처는 더욱 그렇다. 우리 혈관 속에도 끊임없이 상처에 대한 기억이 흐르고 있다. 그것은 운명이다.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이번 작업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견뎌내야 한다’는 주제를 전달하고자 한다. 작품 속에서 두훈의 어머니와 순례가 그랬듯이 ‘바다’를 만드는 것, 그것은 곧 ‘견뎌내는 삶’이라 할 수 있다.
<바다와 양산> 이나 <가을날의 꿈>과 마찬가지로 이 희곡 역시 스토리로 엮여진 작품이 아니다. 삶에 대해 사유하고자 하는 바램으로 만든 연극이다. 역시 이번 작업에서도 ‘극적인 효과나 장치, 그와 유사한 요소들’을 어디까지 배제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중점을 둔다. 현대의 관객을 이성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은 연극적 고안이 아니라 인간과 삶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있다고 믿는다. 우리들 삶을 깊이 있게 바라볼 수만 있다면 나는 모든 ‘극적인 효과나 장치, 그와 유사한 요소들’을 없애고 싶다. <남은 집>의 의도는 최소한의 연극성을 최대한으로 살려 리얼리티를 획득함으로써 관객들과 함께 현상의 이면을 바라보려는 데 있다. 이것은 ‘지금, 여기에서’ 또 하나의 유효한 스타일이 될 수도 있다.
‘혼령’은 늘 흥미롭다.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바램이다. 죽은 사람은 멀리 있든 가깝게 있든 산 사람과 함께 있다. 이 작품에서는 죽은 진선이 집 주위를 떠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원혼처럼 보이지만 나중에는 늘상 그 자리에 있는 한 가족처럼 느껴진다. 진선은 자신을 학대하고 또 자신에게 성폭행까지 저지른 아버지를 증오하지만 결국 어쩌지 못하고 그에게 동정의 눈빛을 보낸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네에 앉은 진선의 모습을 보면 그녀가 남은 가족들의 뱃길을 지켜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늙은 할아비 이강두의 주절거림 역시 이 연극의 핵심이다. 아마 다음날 새벽 이 노인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눈을 감았을 것이다. 죽음에 가장 근접해 있는 인간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정말 중요한 시점에서 인간은 어떤 말을 내뱉는가’. 우리가 그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이유는 인생에 대해 알고 싶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은 집>은 죽은 사람과 살아남은 사람, 그리고 죽음에 가까이 간 사람을 함께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이 시대의 연극은 이들의 눈빛과 표정을 조용하게 담아내기 위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송선호 「연출노트」에서
송선호
극단 유랑선 대표
<오레스테스 3부작> <바다와 양산> <세상을 편력하는 두 기사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 <가을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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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20000원 (단체 15000원)
학생 15000원 (단체 12000원)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 예매처 인터파크 www.ticket.interpark.com 1544-1555
*공연문의 010-3538-3354
게릴라 극장 02-763-12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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