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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________ 詩 산책

[[詩]]어느 늦은 저녁 나는 / 한강 『문학광장/시배달』

작성자운주사|작성시간22.03.31|조회수53 목록 댓글 0
사진 〈Bing Images〉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한 강 (韓江·1970~ )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 시집『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사/2020. -











어느 이른 아침 당신은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죠. 그때 당신은 고개를 끄떡였죠. 무엇인가 영원히 다가오고 있다고, 지금도 영원히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당신은 밥을 먹었죠. 아침 햇살에 밤새 캄캄했던 모든 빛깔들이 깨어났죠. 지나가는 것의 아쉬움과 다가오는 것의 설렘 사이, 아침의 눈부심과 저녁의 어둑함 사이, 인생.

〈반칠환 시인 / 서울경제 '시로 여는 수요일' 2017.07.04〉





이틀에 한 번 정도 밥을 합니다. 압력솥을 쓸 때도 있고 조금 수월하게 전기밥솥으로 밥을 지을 때도 있습니다. 언제 한 번은 쌀을 씻다가 조금 먼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뜨물을 버릴 때마다 얼마간의 쌀알이 함께 쓸려나가는 것인데, 그러니 알이 작지 않고 커다란 쌀 품종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쌀알 한 톨이 참외만 하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밥 한 공기에 쌀 한 톨만 담으면 되니 참 편하겠다 하고요.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자잘한 밥알을 씹을 때 입속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감각은 사라지겠지요. 밥을 한 주걱 푸고 다시 한 주걱을 더 담는 마음도, 실수로 흘린 밥알을 주워 먹는 순간도 함께 사라지겠지요.

봄이 잘도 지나고 있습니다. 봄이 사라지고 있다고 해도 될 만큼. 물론 이 봄에도 우리는 쌀을 씻어 밥을 빗고 저녁을 먹어야지요. 아침에는 아침을, 점심에는 점심을 먹고요. 영원할 때까지만 영원히.

〈박준 시인 / 문학광장 '시배달' 2022.03.24〉







  Primavera - Ludovico Einaudi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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