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______________ 詩 산책

[[詩]] 그거 안 먹으면 / 정양 『내외일보/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

작성자운주사|작성시간23.01.26|조회수64 목록 댓글 0
사진 〈Bing Image〉





그거 안 먹으면



정 양 (1942~)



아침저녁 한 움큼씩
약을 먹는다 약 먹는 걸
더러 잊는다고 했더니
의사선생은 벌컥 화를 내면서
그게 목숨 걸린 일이란다
꼬박꼬박 챙기며 깜박 잊으며
약에 걸린 목숨이 하릴없이 늙는다
약 먹는 일 말고도
꾸역꾸역 마지못해 하고 사는 게
깜박 잊고 사는 게 어디 한두 가지랴
쭈글거리는 내 몰골이 안돼 보였던지
제자 하나가 날더러 제발
나이 좀 먹지 말라는데
그거 안 먹으면 깜박 죽는다는 걸
녀석도 깜박 잊었나보다





-『내외일보/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2023.01.25. -











공식적으로 한국식 나이를 폐지한다고는 하지만, 한국 사람은 떡국 한 그릇 먹어야 비로소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를 제외하고 나이 드는 게 즐거운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나이 먹으면 여기저기 고장 나기 마련이고 챙겨 먹어야 할 약도 점점 늘어나 몸도 마음도 힘들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지 않는 사람은 죽은 사람뿐입니다. 약도, 떡국도, 나이도, 기쁜 마음으로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최형심 시인〉







  Castelli · George Skaroulis

정양 시집 〈헛디디며 헛짚으며〉 모악 | 2016

 그거 안 먹으면 / 정양 『내외일보/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원본 바로가기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