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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혼
정말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침대에 잠들어 있더군요 얼마나 작았는지 오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죠 아이의 이마를 쓸어주고 속삭였어요 엄마야 여니야, 엄마야 눈을 뜨더군요 초점 없는 눈으로 저를 보더군요 태어나서 엄마라는 말을 처음 듣는 사람처럼 며칠 동안 집안에 숨어 우린 티브이를 함께 보고 빵을 뜯어먹었어요 아이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더군요 화요일의 아이였던 거예요 그래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죠 무엇을 보고 겪으며 자랐을지 짐작할 수도 없더군요 아이는 반은 동물 반은 인간 같았죠 자꾸만 침대에 오줌을 싸서 한동안은 기저귀를 사용해야 했어요 밤마다 이불을 빠느라 손목이 너덜거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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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선 시집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문학동네 / 2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