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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물 위에 핀 노란 꿈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05|조회수20 목록 댓글 0

물 위에 핀 노란 꿈

연못은 늘 하늘을 품고 산다.
맑은 날에는 푸른 하늘을 담고, 흐린 날에는 구름의 그림자를 품는다. 바람이 지나가면 잔물결로 흔들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고요를 되찾는다. 사람의 마음도 어쩌면 연못과 닮아 있는지 모른다. 기쁨과 슬픔, 만남과 이별이 스쳐 가지만 결국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삶을 비춘다.

초록이 짙어가는 어느 날, 나는 노란 꽃이 수면을 가득 메운 연못 앞에 섰다. 연못 위에는 작은 꽃들이 별처럼 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꽃들은 저마다 작은 태양을 품은 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바람은 나뭇잎을 흔들고, 나무들은 초록빛 그늘을 드리운다. 그 풍경 속에 서 있으니 세상의 소란이 잠시 멀어지는 것 같았다.

연못 가운데 놓인 나무 데크는 물 위로 이어진 길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그 길을 따라 걸으며 풍경을 바라본다. 하지만 나는 그 길이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마음으로 건너가는 다리처럼 느껴졌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만나는 길, 잊고 지낸 꿈을 다시 떠올리는 길 말이다.

수면 위에 피어난 노란 꽃들은 햇빛을 받아 더욱 반짝인다. 꽃들은 화려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다. 그러나 작은 존재들이 모여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문득 사람의 삶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성공이나 눈부신 업적만이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낸 시간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을 꽃밭으로 만든다.

꽃은 자신의 모습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저 피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꽃을 보며 미소 짓고 위로를 얻는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삶도 마찬가지다. 큰 목소리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피어 있는 사람은 주변을 밝힌다.

연못 가장자리에는 버드나무가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잎들이 살랑이며 물결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 모습은 마치 오래된 친구들 같았다. 서로를 바라보며 말없이 위로를 건네는 친구들. 인생에도 그런 존재가 있다. 말이 많지 않아도 곁에 있기만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들 말이다.

꽃들을 바라보다가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들꽃 하나에도 신기해하던 시절, 작은 곤충을 따라 뛰어다니며 하루를 보냈던 시절이다. 그때의 나는 세상이 거대한 놀이터라고 믿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꿈보다 현실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고, 설렘보다 걱정을 더 많이 품게 되었다.

노란 꽃들은 그런 나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

“꿈을 잊지 말아요.”

꽃들은 물 위에 떠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뿌리는 깊은 곳에 닿아 있고, 잎은 물살을 견디며 살아간다. 사람의 꿈도 그렇다. 현실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삶의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꿈이 없다면 사람은 앞으로 나아갈 이유를 잃는다.

연못 위를 스치는 바람은 꽃잎을 흔든다. 하지만 꽃들은 쓰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흔들림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삶도 마찬가지다. 시련이 없었다면 우리는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픔과 실패는 우리를 무너뜨리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찾아온다.

햇살이 기울자 꽃들의 그림자가 물 위에 드리워졌다. 그림자는 꽃보다 더 길고 깊었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사람도 밝은 모습만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누구나 그림자를 품고 살아간다. 외로움과 후회, 아픔과 상처가 있다. 그러나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빛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못은 꽃과 그림자를 모두 품고 있었다. 어느 하나도 밀어내지 않았다. 삶도 그랬으면 좋겠다. 기쁜 기억만이 아니라 슬픈 기억까지도 품어 안을 수 있는 넉넉한 마음 말이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데크 위에 서서 다시 연못을 바라본다. 노란 꽃들은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다. 세상은 변하고 계절은 흘러가지만 꽃은 피고 또 진다. 그 단순한 진리가 오히려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인생도 꽃과 다르지 않다. 피어나는 시기가 있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있으며, 언젠가는 지는 날도 찾아온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피어 있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아름답게 자신의 시간을 살아내느냐다.

노랑어리연꽃이 가득한 연못은 오늘도 조용히 그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물 위에 핀 노란 꿈.

그 꿈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화려한 성공의 끝에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마음속에 있다. 작은 꽃들이 모여 연못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듯, 우리의 작은 희망들도 모여 인생을 아름답게 만든다.

나는 연못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본다. 초록 숲 사이로 노란 꽃들이 햇살을 품고 반짝인다. 마치 누군가의 꿈이 물 위에 피어난 것처럼.

그리고 문득 미소가 번진다.

아직도 내 마음속에는, 물 위에 핀 노란 꿈 하나가 조용히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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