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우리들의 이야기

인생은 설렘이다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10|조회수25 목록 댓글 0

인생은 설렘이다

인생은 설렘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아직 가슴이 뛸 일이 남아 있다는 뜻이고, 내일을 기다릴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설렘보다 익숙함을 선택한다. 익숙한 길을 걷고, 익숙한 사람을 만나고, 익숙한 생각 속에 머문다. 그러나 삶은 익숙함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설렘이 사라진 순간부터 마음은 조금씩 늙기 시작한다.

어느 날 거울 앞에 선다. 세월은 얼굴에 잔잔한 주름을 남기고 머리카락 사이에는 하얀 시간이 내려앉아 있다. 하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젊다. 꽃을 보면 사진을 찍고 싶고, 낯선 길을 보면 걸어 보고 싶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면 누군가에게 보여 주고 싶다. 그 마음이 바로 설렘이다.

설렘은 나이를 묻지 않는다. 스무 살의 설렘이 뜨거운 불꽃이라면 예순과 일흔의 설렘은 은은한 등불이다. 불꽃은 순간을 밝히지만 등불은 오래도록 길을 비춘다. 그래서 인생 후반부의 설렘은 더 깊고 더 따뜻하다.

꽃길을 걸을 때도 그렇다. 바람이 꽃잎을 흔들고 햇살이 어깨를 감싸는 순간, 마음속에서 작은 파문이 일어난다. “참 좋다.” 그 짧은 감탄 속에는 살아온 세월보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깨달음이 숨어 있다.

우리는 흔히 행복을 큰 곳에서 찾는다. 그러나 행복은 대부분 설렘의 다른 이름이다. 아침에 눈을 뜨며 마주하는 햇살, 여행을 떠나기 전날의 기대,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 손주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시간, 책장을 넘기며 새로운 문장을 만나는 순간까지 모두 설렘에서 시작된다.

생각해 보면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봄을 기다리고 꽃을 기다리고 사람을 기다린다. 기다림이 있다는 것은 아직 희망이 있다는 뜻이다. 희망이 있다는 것은 아직 설렘이 살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설렘은 삶을 움직이는 가장 아름다운 힘이다.

바다는 늘 설렌다. 같은 파도가 없기 때문이다. 산도 늘 설렌다. 같은 풍경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다르고,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와 다르다. 변화가 있기에 설렘이 있고, 설렘이 있기에 삶은 앞으로 나아간다.

젊은 시절에는 사랑 때문에 설렜다. 누군가의 목소리 하나에도 가슴이 뛰고 편지 한 장에도 밤을 지새웠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설렘의 모습도 달라진다. 이제는 꽃 한 송이에도 설레고 노을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린다. 젊음의 설렘이 열정이었다면 지금의 설렘은 감사다.

감사는 설렘의 가장 성숙한 형태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오늘 하루를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 감사가 마음속에서 조용히 피어날 때 삶은 다시 빛나기 시작한다.

철학자들은 행복을 이야기했지만 나는 설렘이 행복보다 먼저라고 생각한다. 설렘이 없는 행복은 정지된 호수와 같고 설렘이 있는 행복은 흐르는 강물과 같다. 강물은 흘러가며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새로운 세상을 품는다.

사람은 늙어서 꿈을 잃는 것이 아니라 꿈을 잃어서 늙는다고 한다. 꿈이란 결국 설렘의 다른 이름이다. 가슴을 뛰게 하는 무엇인가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젊다. 얼굴은 늙어도 영혼은 늙지 않는다.

나는 꽃 앞에 선 사람들의 표정을 좋아한다. 꽃보다 먼저 웃는 얼굴을 보면 그 안에 살아 있는 설렘이 보인다. 설렘은 꽃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든다. 같은 풍경도 설레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전혀 다른 세상이 된다.

인생은 긴 여행이다. 그 여행길에서 가장 소중한 짐은 돈도 명예도 아니다. 설렘이다. 설렘은 지친 발걸음에 힘을 주고 낯선 길을 두려워하지 않게 한다. 그리고 끝내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오늘도 바람은 불고 꽃은 피어난다. 세상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내 마음이 설레는 순간 세상은 새롭게 태어난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인생은 나이를 먹는 일이 아니라 설렘을 잃지 않는 일이라고.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아직 여행 중이며, 가슴이 뛰는 한 우리의 봄은 끝나지 않는다. 인생은 결국 설렘으로 시작해 설렘으로 완성되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쓰이고 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