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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빌딩 숲을 날으다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11|조회수20 목록 댓글 0

빌딩 숲을 날으다

도시는 수직으로 자란다. 땅이 부족해질수록 건물은 하늘을 향해 높아지고, 사람들의 시선도 점점 위를 향한다. 유리로 둘러싸인 거대한 빌딩들은 구름을 품고, 하늘빛을 품고, 때로는 사람들의 욕망까지 품는다. 그러나 그 높은 건물들을 바라볼 때마다 문득 생각하게 된다. 저 거대한 구조물 뒤에는 누가 있을까.

어느 날 도심 한가운데서 흥미로운 장면을 만났다.

푸른 유리 외벽을 타고 사람들이 하늘과 땅 사이에 매달려 있다. 거미처럼 줄에 의지한 채 창문을 닦고 있는 작업자들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빌딩 숲을 나는 새들 같다. 날개 대신 밧줄을 달고, 구름 대신 유리창을 스치며 움직이는 사람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걸음을 멈춘다.

높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찔한 풍경이다. 수십 미터 높이의 공간에서 몸 하나를 의지한 채 작업을 이어 간다. 바람이 불어도, 햇빛이 뜨거워도, 그들은 묵묵히 맡은 일을 한다.

우리는 늘 결과만 본다.

반짝이는 유리창을 보고 건물이 깨끗하다고 말한다. 눈부신 도시 야경을 보고 아름답다고 감탄한다. 그러나 그 반짝임을 위해 누군가는 높은 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은 쉽게 잊는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손들로 유지된다.

새벽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 도로를 보수하는 사람, 택배를 나르는 사람, 그리고 하늘 가까이에서 유리창을 닦는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우리의 일상은 평온하게 흘러간다.

철학자들은 인간을 사회적 존재라고 말한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한 사람의 삶은 수많은 사람의 노동 위에 세워진다. 우리가 앉아 있는 사무실도, 매일 이용하는 건물도, 누군가의 땀과 시간 위에 존재한다.

빌딩을 바라보다 문득 숲이 떠오른다.

숲에는 큰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름 없는 풀과 작은 곤충, 보이지 않는 뿌리들이 함께 살아간다. 거대한 나무가 홀로 숲을 이루지 못하듯, 도시 역시 높은 건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빌딩 숲도 마찬가지다.

유리창에 비친 하늘은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도시의 주인공은 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다.

작업자 한 사람이 잠시 멈춰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 눈에는 어떤 세상이 보일까.

땅 위를 걷는 사람들은 작은 점처럼 보일 것이다. 자동차는 장난감처럼 보이고, 분주한 거리도 멀리서는 조용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높은 곳에 오르면 세상이 작아진다.

그래서일까. 인간은 높은 자리를 꿈꾸면서도 때때로 외로워진다. 더 높이 올라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책임은 무거워진다. 결국 정상에 오른 사람도 다시 아래를 바라보며 사람을 찾게 된다.

인생은 올라가는 것보다 버티는 일이 더 어렵다.

밧줄에 몸을 맡긴 작업자들의 모습은 그것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들은 하늘을 향해 오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위치를 지키며 일한다. 삶도 그렇다. 성공은 잠깐의 순간일 수 있지만,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은 오랜 인내를 필요로 한다.

유리창에는 또 다른 세상이 비친다.

하늘이 비치고, 구름이 비치고, 맞은편 건물이 비친다. 그러나 정작 유리는 자기 자신을 보여 주지 않는다. 사람도 그렇다. 타인의 모습을 바라보며 살아가지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에는 서툴다.

철학은 멀리 있지 않다.

빌딩 외벽을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 속에도 철학이 있다. 위험을 감수하며 책임을 다하는 자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성실함, 그리고 높은 곳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균형감각.

어쩌면 삶은 밧줄 하나를 붙잡고 내려오는 일과 닮았다.

너무 서두르면 위험하고, 너무 머뭇거리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적당한 긴장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 자신을 믿고, 함께 일하는 사람을 믿고, 자신을 지탱하는 밧줄을 믿어야 한다.

문득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빌딩 숲을 날고 있는 존재가 아닐까.

누군가는 가정이라는 숲을 지나고, 누군가는 직장이라는 숲을 건너며, 누군가는 꿈이라는 높은 벽을 오르고 있다. 때로는 두렵고, 때로는 외롭지만 우리는 저마다의 밧줄을 붙들고 오늘을 살아낸다.

푸른 유리창에 비친 하늘은 맑다.

그 하늘 아래 다섯 명의 작업자가 작은 점처럼 매달려 있다. 그러나 그들의 존재는 결코 작지 않다. 도시의 빛을 닦고, 사람들의 시야를 밝히는 손길이기 때문이다.

빌딩 숲을 나는 것은 새만이 아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보이지 않는 날개를 가진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 날개는 화려한 깃털이 아니라 책임과 성실, 그리고 삶을 향한 용기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다.

오늘도 누군가는 하늘 가까운 곳에서 도시를 닦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땀 덕분에 더욱 맑은 세상을 바라본다. 삶의 진정한 높이는 얼마나 높이 올라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성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 냈느냐에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조용히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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