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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언제 불 켜질까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11|조회수24 목록 댓글 0

언제 불 켜질까

오래된 소나무 아래 작은 액자가 놓여 있다. 액자 속에는 환하게 빛나는 전구 하나가 그려져 있다. 그 빛은 어둠을 밀어내는 전등이라기보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희망처럼 보인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언제 불 꺼질까가 아니라, 언제 불 켜질까.

살아가다 보면 사람들은 불이 꺼지는 순간을 두려워한다. 사랑이 식을까 두렵고, 건강이 무너질까 두렵고,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날까 두렵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인생은 꺼지는 시간을 걱정하기보다 다시 켜지는 순간을 기다리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시골집에는 늘 어둠이 먼저 찾아왔다. 해가 산 너머로 사라지면 마을은 금세 고요해졌다. 그때 마당 끝 전봇대에 가로등 하나가 켜졌다. 노란 불빛은 마치 세상을 지키는 수호신 같았다. 아이였던 나는 그 불빛이 켜지는 순간을 좋아했다. 어둠이 무섭지 않았고, 집으로 가는 길이 환해졌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그런 불빛 하나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힘든 시절에는 희망의 불이 켜지기를 기다린다. 외로운 날에는 누군가의 마음이 켜지기를 기다린다. 긴 병상에서는 건강의 불이 켜지기를 기다리고, 긴 겨울 끝에서는 봄의 불이 켜지기를 기다린다.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러나 기다림이 반드시 슬픈 것만은 아니다. 기다림이 있다는 것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기다리지 않는다. 마음속에 작은 불씨 하나라도 남아 있기 때문에 사람은 내일을 바라본다.

소나무를 바라본다.

수십 년 세월을 견디며 살아온 나무는 겨울이면 잎이 시들고 비바람에 가지가 부러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봄이 오면 다시 새순을 틔운다. 어둠이 지나면 햇살을 받아들이고, 긴 침묵 끝에 다시 푸른 생명을 켜 올린다.

자연은 늘 우리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겨울은 끝나고 봄은 오며, 밤은 지나고 아침은 온다. 흐린 날 뒤에는 맑은 하늘이 나타난다. 꺼진 것처럼 보이던 생명도 어느 날 다시 빛을 낸다.

사람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실패로 주저앉은 사람에게는 용기의 불이 켜지고, 이별로 울던 사람에게는 새로운 사랑의 불이 켜진다. 절망의 터널을 지나던 사람에게도 어느 날 작은 빛 하나가 찾아온다. 그것은 거창한 기적이 아닐 수도 있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 오래 잊고 지냈던 친구의 안부 전화, 창문을 열었을 때 스며드는 아침 햇살일 수도 있다.

빛은 늘 거창하게 찾아오지 않는다.

작은 등불처럼 조용히 스며들어 마음을 밝힌다.

나이가 들수록 깨닫게 된다. 행복은 화려한 조명 아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둠 속에서 기다리던 사람에게 켜지는 작은 불 하나가 더 큰 감동이 된다. 그래서 인생은 얼마나 밝게 빛났는가보다 몇 번이나 다시 불을 켰는가가 더 중요하다.

오늘도 누군가는 외로운 방에서 희망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긴 병상에서 회복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삶의 무게에 지친 채 내일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불은 반드시 켜진다고.

지금은 보이지 않아도, 지금은 어둡더라도, 마음 깊은 곳에서 꺼지지 않은 불씨 하나가 살아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환하게 빛날 것이라고.

소나무 아래 전구 그림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환한 전등은 마치 삶을 향해 말을 건네는 듯했다.

언제 불 켜질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멀리 있지 않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순간, 사랑을 잃지 않는 순간, 내일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순간.

그때 우리 마음속의 불은 이미 켜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빛 하나가 오늘을 견디게 하고, 다시 내일을 살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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