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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여름을 품은 미소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13|조회수24 목록 댓글 0

여름을 품은 미소

여름은 언제나 환한 얼굴로 찾아온다. 초록이 짙어지는 숲길에도, 매미 소리가 번지는 오후에도, 바람 따라 흔들리는 꽃잎 사이에도 여름은 자신의 빛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은 계절보다 먼저 여름을 품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환한 미소 하나만으로도 주변 풍경을 밝게 만드는 사람 말이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정자 아래에 한 사람이 앉아 있다. 하얀 모자는 여름 구름처럼 가볍고, 꽃무늬 원피스는 들판의 꽃들을 한가득 품은 듯 화사하다. 초록 숲은 그녀의 배경이 되고, 붉은 기둥은 오래된 시간의 액자가 되어 한 장의 풍경화를 완성한다.

무엇보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미소다. 억지로 만들어 낸 웃음이 아니다. 오랜 세월을 지나오며 삶과 화해한 사람이 지을 수 있는 미소다. 어린 날의 설렘과 어른의 여유가 함께 깃든 웃음이다. 그래서 그 미소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는 것을 두려워한다. 젊음이 멀어지는 것 같고, 시간은 자꾸만 무언가를 빼앗아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세월은 빼앗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웃음을 깊게 만들고, 마음을 넓게 만들며, 사람을 아름답게 다듬어 간다.

젊은 날의 미소가 꽃이라면, 세월을 품은 미소는 열매에 가깝다. 꽃은 화려하지만 짧고, 열매는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다. 그래서 삶의 풍파를 지나온 사람의 웃음에는 특별한 향기가 있다.

여름 숲은 바람이 불 때마다 작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뭇잎은 서로 부딪히며 속삭이고, 햇살은 잎새 사이를 오가며 반짝인다. 그 풍경 속에 앉아 있는 사람은 자연의 일부가 된다. 꽃무늬 옷자락이 바람에 살짝 흔들릴 때마다 마치 숲이 함께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득 생각한다. 행복은 거창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멀리 떠나는 여행이 아니어도 좋고, 값비싼 선물이 아니어도 좋다. 초록 숲이 보이는 정자 하나, 시원한 바람 한 줄기, 그리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마음만 있어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문다.

여름은 늘 뜨겁기만 한 계절로 기억된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름은 가장 풍성한 계절이기도 하다. 나무는 가장 짙은 그늘을 만들고, 꽃은 가장 화려하게 피어나며, 사람의 마음도 가장 넓어지는 계절이다.

그래서일까. 여름을 닮은 사람에게서는 이상한 힘이 느껴진다. 그 사람 곁에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마치 숲길을 걷다가 시원한 그늘을 만난 것처럼 편안해진다.

삶에도 계절이 있다. 봄처럼 설레는 날이 있고, 가을처럼 쓸쓸한 날이 있으며, 겨울처럼 견뎌야 하는 날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계절을 지나온 사람은 결국 자신만의 여름을 품게 된다. 따뜻함과 넉넉함, 그리고 웃음을 품게 된다.

햇살 아래 앉아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아름다운 이유도 거기에 있다. 화려한 옷 때문도 아니고, 좋은 풍경 때문도 아니다.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얼굴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세월을 원망하기보다 품어 안고, 지나간 시간을 추억으로 바꾸어 놓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표정이기 때문이다.

여름 숲은 오늘도 푸르다.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고, 햇살은 초록 잎 위에 금빛 무늬를 그린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서 한 사람의 미소가 꽃처럼 피어난다. 아니, 어쩌면 꽃보다 먼저 피어난다. 꽃은 계절이 오면 피어나지만, 사람의 미소는 마음이 따뜻해질 때 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유명한 산과 바다가 아니라 누군가의 환한 미소일지도 모른다고. 여름을 품은 한 사람의 웃음은 숲보다 깊고 꽃보다 향기롭다. 오늘도 여름은 푸르게 익어 간다. 그리고 그 여름 한가운데서 미소 하나가 조용히 세상을 밝히고 있다. 마치 오래도록 꺼지지 않는 작은 햇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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