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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잠자리 날개처럼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15|조회수15 목록 댓글 0

잠자리 날개처럼

한여름 햇살이 꽃밭 위로 쏟아진다. 노란 금계국은 바람 따라 몸을 흔들고, 언덕 위 노란 파라솔들은 작은 해바라기 떼처럼 하늘 아래 둥글게 피어 있다. 그 풍경 속에 한 여인이 앉아 있다. 그녀의 손에는 하얀 천으로 만든 꽃 한 송이가 들려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은 흔들리고, 그 모습은 마치 잠자리의 날개처럼 가볍고 투명하다.

잠자리는 꽃과 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여름을 이어 준다. 가만히 보면 날갯짓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작은 날개는 세상을 건너는 힘을 품고 있다. 사람의 삶도 그렇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용기 하나, 포기하지 않는 마음 하나가 긴 세월을 건너게 한다.

여인은 꽃밭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다. 그 미소에는 지나온 시간들이 숨어 있다. 젊은 날의 설렘도 있고, 눈물로 견뎌 낸 계절도 있으며, 누군가를 사랑하고 기다렸던 순간들도 담겨 있다. 세월은 얼굴에 주름을 남기지만, 마음속에 피어난 꽃까지 시들게 하지는 못한다.

바람이 조금 더 세차게 분다. 손에 든 하얀 꽃이 흔들린다. 잠자리 날개처럼 가볍게 흔들리는 그 모습은 마치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인생이란 원래 바람 많은 길이라고. 때로는 순풍이 불고, 때로는 거센 맞바람이 불어도 결국은 날아가게 된다고.

어린 시절 들녘에서 쫓아다니던 잠자리가 생각난다. 잡힐 듯하다가도 어느새 멀리 날아가 버리곤 했다. 행복도 그와 비슷하다. 붙잡으려 하면 멀어지고, 바라보며 함께 걸으면 어느새 곁에 와 앉는다. 우리는 너무 큰 기쁨만 찾느라 작은 행복을 놓치고 사는지도 모른다.

노란 꽃들은 경쟁하듯 피어 있지 않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햇살을 받으며 웃고 있을 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구보다 앞서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꽃을 피울 때 가장 아름답다. 꽃은 다른 꽃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꽃은 늘 평화롭다.

여인의 원피스 자락이 바람에 살짝 부풀어 오른다. 마치 날개를 단 것 같다. 그 순간 그녀는 꽃밭에 앉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여름 한가운데를 날고 있는 한 마리 잠자리처럼 보인다. 무거운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햇살과 바람 속으로 스며드는 모습이다.

세월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빼앗아 가지만, 대신 다른 선물을 남겨 준다. 서두르지 않는 마음, 기다릴 줄 아는 여유, 작은 풍경에도 감동하는 눈을 선물한다. 젊은 날에는 몰랐던 행복이 나이가 들수록 더 또렷하게 보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잠자리의 날개는 얇고 연약해 보인다. 그러나 그 작은 날개는 긴 하늘을 건넌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상처를 입고도 다시 일어나고, 눈물을 흘리고도 다시 웃는다. 연약함 속에 숨어 있는 강인함이 우리를 오늘까지 데려온 것이다.

노란 꽃밭 위로 구름 그림자가 천천히 지나간다. 햇살과 그늘이 번갈아 꽃들을 어루만진다. 인생도 햇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늘도 함께 흐른다. 그러나 그늘이 있기에 햇살은 더욱 눈부시다.

여인은 여전히 미소 짓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꽃은 잠자리의 날개처럼 가볍고, 그녀의 마음도 그 날개를 따라 하늘로 오르는 듯하다. 어쩌면 행복이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꽃 한 송이를 들고 바람을 느끼며 웃을 수 있는 순간, 바로 그 시간이 행복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삶은 바람을 보내고 꽃을 피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이를 날아가는 잠자리처럼 하루를 건넌다. 날개는 작지만 하늘은 넓다. 마음은 연약하지만 꿈은 멀리 간다. 그래서 사람은 끝내 다시 웃는다.

잠자리 날개처럼.
가볍게, 투명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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