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우리들의 이야기

색, 마음을 물들이다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18|조회수18 목록 댓글 0

색, 마음을 물들이다

세상은 색으로 말을 건넨다. 꽃은 붉음으로 피어오르고, 하늘은 푸름으로 열리며, 숲은 초록으로 숨을 쉰다. 사람은 언어로 마음을 전한다고 믿지만, 어쩌면 말보다 먼저 색이 우리의 감정을 움직이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빨랫줄에 걸린 천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짙은 남색, 따뜻한 주황, 연분홍과 하늘빛 천들이 햇살을 머금고 천천히 춤을 춘다. 그 모습은 마치 하늘 아래 펼쳐진 거대한 화폭 같다. 바람은 붓이 되고, 햇살은 물감이 되어 색들을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색은 단순한 빛의 반사가 아니다. 그것은 기억의 저장소다. 푸른색을 보면 어린 시절 냇가에서 뛰놀던 여름날이 떠오른다. 붉은색을 보면 첫사랑의 두근거림이 스친다. 노란색은 따뜻한 어머니의 밥상을, 초록은 고향 들녘의 냄새를 불러낸다. 색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언어다.

사람의 인생도 색을 닮아 있다. 젊은 날은 강렬한 원색에 가깝다. 사랑도 열정도 선명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삶은 여러 색이 겹쳐진 수채화가 된다. 기쁨 위에 슬픔이 얹히고, 희망 위에 기다림이 덧칠된다. 그렇게 겹쳐진 색들은 어느 순간 원색보다 깊고 아름다운 빛을 만들어 낸다.

철학자들은 삶의 의미를 묻지만, 자연은 색으로 대답한다. 봄의 연둣빛은 시작을 말하고, 여름의 짙은 초록은 성장의 시간을 이야기한다. 가을의 황금빛은 성숙을, 겨울의 흰빛은 비움을 가르친다. 계절은 늘 다른 색으로 찾아오지만 결국 하나의 순환을 완성한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나 자신만의 색을 지니고 태어난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수많은 만남과 경험 속에서 새로운 색을 입게 된다. 때로는 상처가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고, 때로는 사랑이 따뜻한 빛을 더한다. 그렇게 인생은 한 가지 색이 아닌 수많은 색의 조화로 완성된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이유도 일곱 가지 색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색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풍경이 서로 다름을 인정할 때 비로소 나타난다. 사람 사는 세상도 그렇다. 서로 다른 생각과 성격, 서로 다른 삶의 색이 어우러질 때 더 풍요로운 풍경이 만들어진다.

바람에 흔들리는 천들이 햇살 아래 반짝인다. 색은 바람을 만나고, 바람은 빛을 만나며, 빛은 다시 사람의 마음으로 스며든다. 그 순간 깨닫게 된다. 인생이란 결국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긴 여행이라는 것을.

누군가는 붉게 살고, 누군가는 푸르게 살아간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색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진실하게 자신의 빛을 품고 살아가느냐다. 오늘도 세상은 수많은 색으로 물들어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색은 아마도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빛일 것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