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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장미 향기 머무는 오후

작성자박미정|작성시간26.06.21|조회수15 목록 댓글 0

장미 향기 머무는 오후

장미가 가장 아름답게 피는 계절이다. 붉은 꽃송이들은 담장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은은한 향기를 흩뿌린다. 꽃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계절마다 다르게 머문다. 어느 날은 꽃을 보며 웃고, 어느 날은 꽃을 보며 그리움을 떠올린다. 그래서 꽃은 풍경이 아니라 마음의 거울인지도 모른다.

장미 정원 한켠 작은 의자에 앉아 찻잔을 든다. 따뜻한 차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오후 햇살과 어우러진다. 차 한 잔의 온기는 손끝에 머물지만, 그 온기가 마음속까지 번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바쁜 일상 속에서 쉼을 갈망한다. 그러나 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잠시 멈추어 앉는 시간 속에 숨어 있다.

찻잔을 들고 꽃을 바라본다. 장미는 왜 저토록 아름다울까. 화려한 색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긴 시간 비바람을 견디고 피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움은 언제나 견딤의 시간을 품고 있다. 인생 또한 그렇다. 웃음 뒤에는 눈물이 있었고, 평온한 얼굴 뒤에는 수많은 날의 인내가 숨어 있다. 그래서 세월을 지나온 사람의 미소는 꽃보다 깊고 향기롭다.

차를 한 모금 마신다. 입안 가득 퍼지는 향이 마음을 부드럽게 감싼다. 문득 살아온 날들이 떠오른다. 바쁘게 달려온 시간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섰던 순간들, 그리고 곁을 지켜준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씩 스쳐 지나간다. 인생은 결국 기억의 정원 위를 걷는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나온 시간 속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한 송이 꽃처럼 간직하며 살아간다.

장미는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오늘 활짝 핀 꽃도 머지않아 꽃잎을 내려놓을 것이다. 그러나 꽃은 사라져도 향기는 남는다. 사람의 삶도 다르지 않다. 젊음은 지나가고 시간은 흐르지만, 누군가에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와 선한 마음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머문다. 결국 삶의 가치는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가 아니라 어떤 향기를 남겼는가에 있는지도 모른다.

붉은 장미와 푸른 드레스가 어우러진 오후는 한 폭의 그림처럼 고요하다. 찻잔을 든 손끝에는 여유가 흐르고, 미소 짓는 얼굴에는 세월이 빚어낸 품격이 깃들어 있다. 젊음은 화려함으로 빛나지만, 성숙은 깊이로 빛난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꽃을 닮아간다. 겉모습보다 향기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햇살은 조금씩 기울고 있다. 꽃잎 사이로 스며든 빛은 붉은 장미를 더욱 선명하게 물들인다. 그 풍경 속에서 나는 다시 찻잔을 들어 올린다. 오늘이라는 하루에 감사하며, 지나온 세월에도 감사하며, 아직 남아 있는 내일에도 감사한다.

어쩌면 행복은 거창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꽃 한 송이를 바라볼 수 있는 눈, 차 한 잔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마음, 그리고 잠시 멈추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 속에 있다. 장미 향기 머무는 오후, 나는 비로소 알게 된다. 인생이란 결국 향기로운 차 한 잔처럼 천천히 음미하며 살아가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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