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 길 위의 여자
길 위에 선 지 오래되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는 또 다른 길로 떠났다. 봄에는 꽃길을, 여름에는 바람길을, 가을에는 노을길을, 겨울에는 고요한 눈길을 걸었다. 그곳에서 나는 수없이 웃고, 울고, 또 다짐했다.
삶이란 결국 한 걸음씩 내딛는 ‘길의 연속’임을, 그 길 위에서 진짜 ‘나’를 만나게 됨을 깨달았다.
길은 늘 나를 가르쳤다. 무엇을 얻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놓을 줄 아는 법을 배우게 한다는 것을.
멈추면 들려오는 바람의 소리,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시간. 길 위에서 나는 누군가의 시선이 아니라 내 안의 빛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그 빛은 때로는 희미했지만, 언제나 따뜻했다.
이 수필집은 그렇게 길 위에서 만난 여자의 시간을 기록한 발자국이다. 꽃 앞에 멈춰 서서 웃던 순간, 노을빛에 물들어 고요히 눈을 감던 순간, 누군가의 손길 대신 바람이 어깨를 감싸던 저녁들. 그 모든 시간이 모여, 하나의 ‘길의 이야기’가 되었다. 길 위의 여자는 여행자이자 관찰자이며, 때로는 시인이고, 또 한 사람의 꿈꾸는 인간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 모든 얼굴들을 조용히 펼쳐 보이고 싶었다. 누군가의 마음에도 내 길의 그림자가 닿는다면, 그 또한 아름다운 인연이라 믿는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걸어온 길로 완성된다. 누군가는 목적지를 향해 달리지만, 나는 길 위에서 피어난 작은 들꽃 하나에도 멈추는 여자였다. 그 멈춤 속에서, 나는 오히려 더 멀리, 더 깊이 나아갔다. 이제 또 다른 길의 문 앞에 서서 나는 조용히 속삭인다. “길이 나를 부를 때, 나는 다시 걸을 것이다.” 그곳에 바람이 있고, 빛이 있고, 아직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이 수필집을 덮는 이 순간, 당신의 마음에도 바람 한 줄기, 햇살 한 조각이 머물기를. 그리고 당신 또한 당신만의 길 위에서, 한 번쯤은 멈추어 자신의 웃음을, 자신의 눈물을, 자신의 아름다움을 따뜻하게 안아주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끝없이 피어나며 스스로 빛나는 존재인, 길 위의 여자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